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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올리는 詩

은실비 조회수 : 351
작성일 : 2009-05-01 08:49:44
그 날  /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지금은 아마 이쁜 여대생이 되었을 작가가 2-3년전 고교시절에 어느 문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시 입니다.

평론가들로 부터 소월에 버금간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기도하고,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다음 세대들은 정치사회성 소재보다는 사랑, 연애 이런 것을 소재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만...

가슴 아픈 작품입니다. 한번쯤 읽고 지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IP : 122.57.xxx.13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_ㅠ
    '09.5.1 8:52 AM (203.229.xxx.234)

    아, 젠장....(죄송)
    부끄럽고 슬프게 만드는 시로군요.
    잘 읽었습니다.

  • 2. ...
    '09.5.1 8:54 AM (210.180.xxx.1)

    눈...물...

  • 3. 저도
    '09.5.1 9:00 AM (117.123.xxx.178)

    이 시 기억납니다.
    광주항쟁과 전혀 연관없는 고등학생이 썼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누가 썼느냐와 상관없이 참 잘 쓴 시였습니다.

    목에 핏대를 세우지 않으면서 무심한 척, 모르는 척, 광주의 그 아픔을 잘 나타내어
    이 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울컥합니다.

  • 4. 정신이번쩍!
    '09.5.1 9:24 AM (117.123.xxx.49)

    처음 이 시를 읽었을때 너무 충격이 컸어요.
    담담하게 써내려간 시 한편이 주는 충격이 상당해서
    언젠가 지하철 역사안에 걸린 광주항쟁의 피흘리는 사진
    본 기억이 자꾸 되살아나 힘들었어요.
    사진이 주는 충격과는 또다른 충격이었어요.

  • 5. .
    '09.5.1 9:25 AM (122.43.xxx.9)

    시 잘읽었습니다.
    마음이 아려오는 시네요.

    또다른 시인데요. 벌써 20년전쯤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박용주?라는 어린 시인이 썼던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라는 시집이 기억나네요.
    그 시인은 지금 뭘하고 있는지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 6. 하늘을 날자
    '09.5.1 10:30 AM (121.65.xxx.253)

    가슴 아픈 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7. 가슴은
    '09.5.1 10:54 AM (122.42.xxx.97)

    피멍으로 문드러 졌어요

    흰 담벼락에 난 구멍은 우리 가슴에도 여러곳 있었죠

    어린마음에 쉬쉬하며 잡혀간다고 아무말 못하고

    그렇게 그시대를 지나왔는데 정치판은 늘 저렇고....

  • 8. 자유
    '09.5.1 12:10 PM (110.47.xxx.79)

    저 시적 화자가 아마도 시를 쓴 여고생의 부모 세대쯤이겠지요.
    여고생의 시어 선택에 참 질펀한 맛이 있네요.
    몇 번을 읽어도 눈물이 납니다.
    다시 5월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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