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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가 난 친구 동생과 신장에 이상이 있는 내 아이..

평화를.. 조회수 : 1,714
작성일 : 2009-04-27 21:19:00

갓 두달 된 제 딸은 벌써부터 종합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다니고 있어요.
제가 임신 중일 때 초음파를 통해 보니 아기 신장이 한쪽이 잘 안보인다더니,
낳고 나서 정밀검사를 해 보고 왼쪽 신장이 위치도 잘못 잡혀 있고 물혹도 조금 보인다구요.

앞뒤 가릴 것 없이 내가 낳은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지요.
너무 신생아 때는 이런 저런 검사가 아이에게 되려 더 해가 될 수 있다고 해서.
50일이 막 넘은 지난 주부터 종합병원 소아과와 비뇨기과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기를 차가운 검사대에 눕혀놓고 초음파도 찍고,
손등에 주사바늘도 쿡 쑤셔넣고 수면유도제 먹여 핵의학 검사도 했어요.
이제 남은건 소변 역류 검사인데 매일 하는 소변검사에서 염증이 발견되서 계속 미뤄지고 있네요.
역류검사는 요도.. 그러니까 오줌길을 따라서 관을 넣어 하는 검사라는데,
얼마나 아플지, 애가 얼마나 울다 지칠지 예약한 날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제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아기 신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어서 애기 낳고 근 두달여 동안
뭘 해도 흥이 나지 않고, 한창 이제 옹알이 막 시작하고 목 가누려고 낑낑대는 아기 얼굴을 바라만 봐도
그냥 눈물만 나고.. 밝은 표정 많이 보여주고 고운 이야기 많이 들려줘야 할 엄마가 이러고 있답니다.

아무도 내게 뭐라하지 않지만 내가 품었다 세상에 내놓은 아이라서
어쩔 수 없이 자책감이 많이 들어요. 내가 뭘 잘못 했을까, 임신중에 뭘 조심하지 않은걸까 하는..

아니다 아니다, 나중에 더 크게 아프지 않고, 다른 더 중요한 장기에 손상이 있는게 아니니
이것만 해도 어디냐, 이렇게 예쁘고 고운 아기를 내 딸로 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하냐.. 이렇게
매순간 마음을 다 잡으고 감사하자 감사하자 마음 먹어도 역시 한편으론 왜 내 아이가..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렇게 오늘도 우울하게 너무도 마음 무겁게 병원에 아기를 데리고 다녀왔는데,
우연히 들린 친구 홈페이지에서 들은 친구 동생의 교통사고 소식에 마음이 쿵 내려않네요.
고등학교 동창인 내 친구, 그 친구가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자랑하고 예뻐하던 막내동생이
지난주에 크게 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여러번 받고, 생사를 오락가락한다고 그래요.
유학중인 아이라서, 사고 소식을 듣고 그 친구 어머니가 바로 뉴질랜드로 가셨고,
여기 남은 가족들은 아무것도 해 줄수가 없어서 그저 기도만 드릴 뿐이라고,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그 동생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그렇게 적혀 있더라구요.

아.. 정말 아무것도 해 줄수 없는 자매간의 그 애닲은 마음,
자식 다 키워놓고도 마음 놓을 수 없을 그 어머니의 마음이 제게도 전해져서
뭐라 말 할 수도 없고 가뜩이나 심난한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저녁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래, 내 아이가 저렇게 크게 사고나서 아픈게 아니고, 장애를 가진 것도 아니고,
우리 몸에 두개 달린 신장 한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이만하면 다행이지 않는가.. 하는 마음도 들더군요.
한쪽 신장만 제 기능을 할 우리 아기를 통해 더 겸손하고 더 배우라는 하늘의 뜻인가 하는 생각도요..

어쩌면 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따뜻한 집이 있고, 안락한 가정이 있고, 건강한 부모님과 형제들이 있으니. 이만하면 많은 복을 받았지요.
다음주에 또 아기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가서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고,
저만 바라보고, 제가 없으면 아직 아무것도 못할 우리 딸은 너무너무너무 힘든 검사를 또 받을테지요.
하지만 조금이나마 의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다짐해 봅니다..
저에겐 매일 같은 일상이고 낯선 육아의 하루하루이지만 아기에겐 생전 처음 겪는 순간순간들이니까요.


소변 검사 결과도 이상이 없고, 역류 검사 결과도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보려구요.
또.. 사진 속에서 너무 맑게 웃고 있는 내 친구의 동생도 많은 사랑과 기적으로
다시 그렇게 웃게 될 것이라고 기도해 보렵니다.

우리 마음의 평화를, 우리 생의 평화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IP : 220.71.xxx.193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4.27 9:29 PM (222.235.xxx.67)

    에구구..
    님의 아이도, 또 님 친구분의 동생분도 아무일 없었던듯이 일어나시길 맘속으로 빌어드립니다...

  • 2. 82에
    '09.4.27 9:29 PM (220.75.xxx.180)

    팔자 편한 아짐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그런사람 부러워하면서 제가 지금 처한 환경에 불만이 좀 있었는데 제 주위 건강하다는 것만으로 오늘 하루 감사하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이 세상에 모든이들에게 사고가 없고 아픈아이가 없도록 오늘 하루만은 기도하고 싶습니다

  • 3. ..
    '09.4.27 9:56 PM (121.188.xxx.216)

    제 오라비도 어려서 한쪽 신장 기능이 없다더니
    지금 좀 힘들게 지내요.
    정신 바짝 차리고 치료해 주셔요.
    섭생도 잘 하시구요.
    아기 힘들지 않게 울리지 말고 잘 살펴 주세요.
    얼마나 맘이 아플까요?
    부디 별일 아니길.
    님 힘네요.

  • 4. 기도할께요.
    '09.4.27 10:02 PM (119.64.xxx.110)

    아기가 꼭 건강해지길 기도해요.
    왜 아무 죄가 없는 아기들이 아파야 하는 건지...
    저는 가끔 이해가 안 돼요.

  • 5. 기도
    '09.4.27 10:07 PM (210.126.xxx.57)

    날나리 신자지만 기도 할께요.
    아기 건강하게 잘 자라고 동생분도 큰 사고 아니길...

  • 6. 마음을 담아
    '09.4.27 10:38 PM (116.38.xxx.254)

    저도 기도할께요.
    아기가 조금씩조금씩 더 건강해지기를, 엄마가 조금 덜 힘들기를 기도할께요.

    상황은 좀 다르지만, 저희 아이도 태어날 때 작은 문제가 있었어요.
    저희는 수술로 해결이 되는 경우였는데, 1년 정도 키우고 하자시더군요.
    1년을 수술에 대한 중압감, 죄책감, 걱정 등등으로 보냈어요.

    수술 잘 마치고 1년 후 제가 많이 아팠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우울증 이런 것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행히 심하지는 않았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아기 좋아지면, 엄마도 꼭 치료받으세요. 꼬~~옥이요.

  • 7. 저도 같이..
    '09.4.27 10:40 PM (115.140.xxx.24)

    마음으로 기도해드릴께요.
    내년이맘때는...우리아기가 이제 걸어다녀요~라고
    자랑하시고 하실꺼에요...

    힘내세요~

  • 8. 은석형맘
    '09.4.27 11:08 PM (210.97.xxx.40)

    기도할께요....기도할께요................

  • 9. 힘내세요.
    '09.4.27 11:35 PM (222.235.xxx.178)

    뱃속에 있을때 수신증 이라고 했었어요.
    태어나서 초음파 봤을때도 크기가 많이 커져있었구요.
    목에는 사경까지.. 조리원에 있을때 얼마나 많이 울었나 몰라요.
    몸조리 끝나자마자 아이 데리고 물리치료 받으러 다녔습니다.
    신장 초음파도 몇번 했구요. 역류검사는 하자는데도 있고
    그냥 지켜보자는데도 있고 그랬구요.
    아이 돌보는 것만도 너무너무 힘들어서 남편에게 많이 함부로
    했습니다.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매몰차게 대했구요. 심지어
    다 니탓이라며 저주도 퍼부었습니다.

    지금 아이는 잘 자라서 유치원에 다녀요. 그런데
    멀어진 남편과의 관계는 회복이 안되네요..
    힘내시고, 남편분께 많은 위로 받으시고..또 남편분께도 힘을 실어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자라고 힘든 일은 지나갑니다. 힘내세요.

  • 10. 꼭 쾌차하길.
    '09.4.28 12:34 AM (118.223.xxx.248)

    빌게요. 저도 엄마라 아기 아프다는 소리 들으면, 정말 마음이 아파요. 어린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에.... 요즘 의학 발달해서 꼭 나으리라 믿어요. 님도 아이 고통에 더 심한 스트레스 받으실것 같은데, 마음 굳게 먹고 밥 거르지 마시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시길 바래요.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더 잘 보살필 수 있어요. 화이팅~

  • 11. 아가야
    '09.4.28 1:54 AM (218.53.xxx.207)

    꼭꼭 건강하게 자라렴!!!!

    정말, 아기낳고 키워보니, 세상에 모든 아기들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 기도할께요...분명 건강하게 자랄꺼에요.

  • 12. 괜찮을거예요
    '09.4.28 9:10 AM (211.204.xxx.91)

    제 아이도 뱃속에 있을때 신장위에 물혹이 달려있다고 들어서 낳자마자 정밀검사하고 3개월때서울대병원 최황박사님께 수술받았어요...지금 고3이고요 몸이 좀 약하긴하지만 잘자랐어요. 2년마다 주기적으로 지금도 검사하고 있어요.지금은 의료기술이 좋아서 별일없을겁니다.
    아기 잘 자라길 바랄께요....

  • 13. 야옹이
    '09.4.28 9:13 AM (121.182.xxx.136)

    저도 기도할께요....꼭 빨리 나아서 엄마랑 같이 좋은거 많이 보러가!
    조금더 힘내서 얼른 낳자~

  • 14. ..
    '09.4.28 9:36 AM (118.219.xxx.113)

    아이가 아프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태어나서 31일째 병원에 입원하고 중환자실로 .. 힘든 나날들이었죠.
    아이가 아프니 주변은 챙기질 못했어요.
    동생 결혼식도 못가고
    퇴원을 하고 또 응급실로
    계속 반복이었습니다 .
    면역체계가 약하니 감기에서 폐럼으로 항상 골골거리고
    그러던 아이가 이젠 중학생입니다.
    원글님도 저처럼 옛날얘기하는 날이 올겁니다
    힘내세요.

  • 15. 모두를 위해
    '09.4.28 9:50 AM (220.69.xxx.144)

    모두를 위해 기도드릴께요.

    제 조카도 한쪽 신장이 없어요.(지금 초등5학년)
    재작년에는 그냥 떼어내자고 수술 날짜까지 잡았다가 또 그냥 둬도 되겠다고 해서 그냥 있어요.
    5개월쯤 되었을때 정말 그 작은 아이를 차가운 x-ray대 위에 올려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팔과 다리를 언니와 제가 붙들고서 세명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 어린 아이를 금식까지 시켜서 검사하는데 조카, 언니, 저 이렇게 모두 굶고 있기도 했구요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겠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20대 초반에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냥 한쪽이 없다는 것 말고는 큰이상은 없어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밥도 잘먹고 성격은 또 얼마나 좋은지요.

    원글님 애기 천사도 아무런 이상 없을꺼에요. 신장이 한쪽 없으면 다른 한쪽이 1.5배정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랄겁니다.
    엄마의 찡그린 표정이 아이에게 얼마나 안좋은지 아시죠?
    웃으세요. 아이에겐 엄마가 온세상이잖아요

  • 16. 아무
    '09.4.28 1:36 PM (203.142.xxx.231)

    아무런 이상 없을거에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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