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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를 낳았다’는 고대, 정작 교육은 ‘불임’
찌그러진대로 반듯하고 불량한대로 착한 ‘인재’ 못봐
지난 29일 피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해 ‘월드 스타’로 떠오른 ‘피겨 퀸’ 김연아를 등장시킨 광고에서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라는 한 문구가 누리꾼들로부터 도마위에 올랐다.
올해 경기 군포 수리고를 졸업한 김연아는 고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으나,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캐나다 밴쿠버에서 머물렀기에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고대 광고를 보면서 스타를 광고에 이용하는 것이 비즈니스계의 업이라지만, 회사가 아닌 대학이, 더구나 이제 대학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안된 그를 낳았다는 문구를 넣는 것을 보며 실소했는데, 사람의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이번 일은 지난 대학입시 사정에서 상대적으로 내신성적이 우수한 일반고 학생들을 탈락시킨 대신 외국어고 등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한 ‘입시 부정의혹’으로 집단소송을 당한 연상 선상에서 보여진다.
시대가 갈길 몰라 방황할 때 등대가 되고 우리 민족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낸다는 ‘민족 고대’의 자부심은 어디로 가고, 왜 이렇게 얄팍한 상술의 모습이 부각되는 것일까.
이미 사람을 길러 인재로 만드는 교육이 교육현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교육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오직 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뽑아 좋은 대학 몇명 보냈다는 장삿속으로 연결시키는 서울 강남의 유명학원들처럼 ‘교육 없는 선발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정작 문제는 학원들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또 재계와 민간 차원에서 가장 많은 재원이 투자되는 이른바 명문대학들이 그 경쟁을 앞다투고 있는데 있다.
그야말로 고대가 문구에서 소개한대로 인재를 ‘낳는’ 교육엔 관심 없이 실력 있고, 돈 많고, 배경까지 그럴듯한 인물들의 선발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게 문제인 것이다.
‘옷 짓는 데는 기다란 창보다 작은 바늘이 필요’
한마디로 염불엔 뜻이고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을 들었던 스님들은 그렇지 않았다. 원효대사야말로 남들이 하찮고 가볍게 보았던 인재의 불성을 보았다.
‘옷을 짓는 데는 작은 바늘이 필요한 것이니/비록 기다란 창이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고//비를 피할 때에도 작은 우산 하나면 충분한 것이니/하늘이 드넓다 하더라도/따로 큰 것을 구할 수고가 필요 없다.//그러므로 작고 하찮다 하여 가볍게 여기지 말지니/ 그 타고난 바와 생김 생김에 따라/모두가 다 값진 보배가 되는 것이다.’
(<하늘이 감춘 땅>(한겨레출판)의 ‘팔공산 오도암’편에서)
근대 선(禪)의 중흥조인 경허대사 또한 비뚤어지고, 찌그러진 인재의 부처됨을 간파하며 설파한 이였다. 경허의 제자로 훗날 일본 총독 미나미를 호통했던 대선지식 만공은 13살에 고향 전주에서 출가하기 위해 완주 봉서사와 전주 송광사, 논산 쌍계사를 거쳐 계룡산 동학사에 이르렀다. 어느날 이 절에 경허가 찾아왔는데, 때마침 동학사 강주가 설법 중이었다.
“나무도 비뚤어지지 않고 곧아야 쓸모가 있으며, 그릇도 찌그러지지 아니하고 반듯한 그릇이라야 쓸모가 있는 것이니, 사람도 이처럼 마음이 불량하지 않고 착하고 정직해야 하느니라.”
이 설법을 듣고 있는 경허가 법상에 올라서 말했다.
“비뚤어진 나무는 비뚤어진 대로 곧고, 찌그러진 그릇은 찌그러진 대로 반듯하며, 불량하고 성실치 못한 사람은 그대로 착하고 성실함이 있느니라.”
만공은 열세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경허의 그말을 듣고 단번에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셨다.
(<은둔>(한겨레출판)의 ‘사자굴에 다른 짐승은 없다-만공’편에서)
‘버림 받은 쇠똥, 말라 비틀어진 삭정이는 어디로 가야하나’
불교의 고승들만이 아니었다. 근대 한국 기독교의 거성인 남강 이승훈은 이 민족이 도탄에 빠진 1907년 평안도 정주 시골에 오산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오산학교 첫 입학생 7명을 앉혀놓고 혼자 입신출세할 인재가 아니라, 국민을 깨우고 민족운동을 일깨울 인재를 기르기 위함이라고 역설했다. 나라를 잃은 실의와 비탄으로 청춘을 버릴 뻔한 젊은이들은 남강의 교육 정신에 따라 식민지의 비참하고 무력한 낭인이 아닌 자신 안에 잠자고 있던 야성과 웅혼을 되찾은 호랑이로 변해갔다. 남강의 부름을 받고 선생과 학생으로 조그만 오산학교를 거쳐갔던 이들을 보자.
고당 조만식, 단재 신채호, 춘원 이광수, 다석 유영모, 신천 함석헌, 주기철 목사, 한경직 목사, 소설가 염상섭, 벽초 홍명희, 시인 김소월, 화가 이중섭…. 한명 한명이 그야말로 수만명의 명문대 ‘선발 인재’들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웅혼을 떨친 인물들이다. 오산학교에서 함석헌을 길러냈던 유영모는 “일만 하면 짐승이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라면서 “그런데 우리나라엔 도깨비와 짐승은 많아도 일하며 공부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탄하곤 했다.
남강의 증손자뻘인 이찬갑은 오산학교의 정신을 이어받은 풀무농업학교를 충남 홍성 홍동면 시골에 세웠다. 역사학자 이기백과 국어학자 이기문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찬갑은 남들이 성적에 가려 보지 못한 인간의 개성과 능력을 보았다. 그랬기에 명성과 권위와 제도권이란 이름으로 우등생만을 선점해 열매만 거두려는 경쟁에도 동요치 않았으며, 모든 생명의 가치를 알아보았고, 그 가치를 꽃피우게 했다. 그래서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은 이런 조사로 그를 추모했다.
“연구실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교단에서 진리를 갈파하시는 기라성 같은 박사님들. 그 박사님의 숲 속에서 아무도 흩어진 쇠똥을 주워 보호하는 분 없고, 세상에 낙오되어 말라빠진 삭정이를 줍는 교수 없으며, 민족에 상처를 줄 유리조각을 주어 파묻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버림 받은 쇠똥, 말라비틀어진 삭정이는 어디로 가야하고 사기 띤 유리조각은 누가 주워 구덩이게 묻겠습니까!”
‘똥통학교’라 불렸지만 더불어 사는 최고의 인재 키우는 학교로
이찬갑의 뒤를 이어 오늘날 풀무학교를 일군 이는 전 교장 홍순명 선생님이다. 지금은 풀무농업학교가 전국 최고의 대안학교로 꼽히며 특목고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60~70년대 농고는 ‘똥통학교’로 불려 한학년 학생이 겨우 2명 밖에 모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홍순명은 자신의 자식 6명을 모두 풀무농업학교에 보내면서 학교를 키워냈다.
풀무학교는 이찬갑과 홍순명의 교육 정신에 따라 지금도 거의 예외없이 매년 장애인을 입학시킨다. 홍순명은 대개가 다른 사람에 대해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어떤 집에서 사는가, 학력이 어느 정도인가 등등을 따지며 그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데, 교육이란 그런 편견을 없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편견 없이 기숙사에서 그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각자가 받은 달란트를 마음껏 발휘할 장을 제공하다 보면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도 곧 다른 분야에서 놀라운 소질을 보이곤 한다는 것이다. 돈과 권력만 쫓고, 더불어 사는 두레와 대동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린 교육현장에서 그의 존재는 그야말로 천연기념물이 아닐 수 없다.
(<울림-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의 ‘오산학교를 설립한 겨레의 스승-이승훈’과 ‘이 땅의 농촌을 살린 혼의 풀무질-이찬갑’편에서)
고대의 인근에는 원불교 안암교당이 있다. 크지는 않지만 화기로운 기운이 넘치는 곳이다. 고대생들을 비롯한 명문대생들도 여럿 다니고, 특히 마음공부를 하는 한의사 10여명이 다니는 교당이다.
그 교당의 주임인 김제원 교무가 특별한 서원을 세웠다. 김 교무는 청소년 교화에 뜻이 있어서 대학생들과 수십년간 각별하게 지내면서 “요즘 아이들이 시험 점수 올리는 공부만 했지, 삶의 교육이 전혀 안돼 삶이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고, 마음의 힘이 너무 미약함”을 간파했다. 그런 이들이 커서 사회에 주류에 편입되면서 지금 세상엔 ‘도덕이 빠진 지식인, 탐욕에 뿌리한 인재’만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당 옆에 기숙학사를 만들어 마음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변화되고, 마음의 힘을 지닌 인재를 길러내고 싶다고 했다. 교육 없는 시대에 진짜 교육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켜보고 싶은 열망을 토로한 것이다. 안암교당은 그런 학사를 짓는 기금 마련을 위해 오는 5월2일 오후 2시부터 ‘부처님 오신날’ 안암교당(대광고 건너편) 앞 도로에서 ‘젊은 인재 양성을 위한 안암학사 마련 바자회와 축제’를 열기로 하고, 바자회의 희사할 의류와 전자제품, 생필품, 예술품 등을 접수받고 있다.
모두가 염불보다 잿밥에만 눈이 먼 세상에서 원효와 경허와 남강과 이찬갑과 홍순명 같은 교육가들을 목놓아 기다려본다. 둔함 가운데서도 장점을 발견해 교육시켜준 스승들과 선배들이 없었다면 아직도 어두운 밤길을 헤매고 다녔을 고교 중퇴자 출신인 기자이기에 더욱 더 그렇다.
조현 종교명상전문기자 cho@hani.co.kr
1. [펌]조현기자글
'09.4.1 11:42 AM (218.156.xxx.229)http://well.hani.co.kr/board/view.html?board_id=jh_mind&uid=261096
원문2. 걱정많아!
'09.4.1 11:44 AM (211.52.xxx.194)제목 참 잘지었네요
3. 아 정말
'09.4.1 11:48 AM (211.204.xxx.251)요즘 고대 너무 싫어요
4. .
'09.4.1 11:53 AM (122.34.xxx.11)낳기는;; 한 달 만에 나오는 아이도 있나요? 뻔뻔한 것 도 어느 정도지..
낯간지럽지도 않은지 참 한심하네요.5. ..
'09.4.1 11:56 AM (121.131.xxx.166)고대가 이런 대학이 아니었는데요..
총장이 바뀌었나요? 요즘 총장이 누구길래..이렇게 생각없이 학교이름에 먹칠을 하는지..
궁금해져요6. 다들..
'09.4.1 12:19 PM (222.120.xxx.202)민족고대의 요즘 위상이 참 많이 추락했어요.. 나만 그렇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다 마찬가지네요.
(지금도 그렇겠지만) 제가 대학교 다닐 때(80년대 중후반) 전공과끼리 연합 모임이 종종 있잖아요. 연대, 고대, 이대, 서강대 이렇게 모였던 거 같아요. 그때 다른 대학을 놀리는 별명이 있었는데, 연대제비, 고대깡패, 이대기생, 서강고삐리 였던 거 같아요. (뭐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서로 자기 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놀리는 말이었기에 그 연합모임에서 그렇게 불러도 다들 웃고 즐기는 분위기였지 팩!하고 성질내는 사람은 없었음)
그리고 당시에 (제 주변의 친구들만 그랬는지 몰라도) (연대 빼고 나머지 학교의) 여학생들은 고대를 좀더 좋아했어요. 연대 남자가 서울깍쟁이의 느낌이라면 고대는 순진하지만 의리 있는 남자, 즉 긍정적인 남성성의 이미지가 더 강했거든요. (실제로 지방에서는 고대로 많이 진학했던 듯..)
그런데 요즘 가카 땜에 고대에 대한 이미지가 슬슬 안좋아지고 있는데 외고 입시 전형 보면서 혀를 끌끌 차고.. 연아양을 이용한다니 정말 민족고대가 어디로 갔나 싶네요.
(근데...)
차라리 가카를 학교 선전에 넣지? 대통령이 고대 출신인데, 고대도 가카는 부끄러웠던 게야..7. 인간도 아니고
'09.4.1 3:29 PM (122.35.xxx.157)함량 미달 쥐새끼 하나 낳아놓고 퍽이나 자랑 스러운가보다.
8. 내용은
'09.4.1 5:33 PM (211.192.xxx.23)별개로 불임이라는 말 너무 쉽게 쓰시네요
9. 이건 좀
'09.4.1 6:13 PM (221.146.xxx.96)너무 민망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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