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공부에 대한 열정 2 (아직 쓰는 중)

하늘을 날자 조회수 : 694
작성일 : 2009-02-20 10:39:14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마치 밥을 먹는 것처럼 공부를 그렇게 할 수는 없을까.

1. 시간이나 때울 요량으로 또는 소화나 시킬 겸 해서 '공보'를 읽다

전에 글을 쓴 적이 있는 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형의 싸이월드에 놀러갔다가 글을 보고 놀랐었습니다. 저녁 7시쯤인가에 저녁 약속이 있어 2시간 정도 시간이 남는데, 특별히 할 게 없어서 '판례공보'나 읽으면서 시간을 때워야겠다고 글을 쓰셨더군요.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제게는 정말 놀라운 말이었습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요. 저녁 먹고 학교에서 여자친구(지금의 아내)와 산책을 하다가 그 형을 만났었지요. 언제였더라...? 아무튼 그 형이 독일로 유학 가기 전이니 꽤 오래전이었겠지요. 근황을 물었더니 트리어라는 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그러시더군요. 그게 어디에 있는 거냐고 다시 물었더니 맑스가 태어난 곳이라고 하시더군요. (맞나요? 음냐.) 그래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모젤 강변에 있는 곳이라고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모젤 강변에서 난 포도주는 유명하지요. 다른 의미로 유명하다기보다 (솔직히 저는 먹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많이들 보는 법학 책인 이영준 변호사님의 <민법총칙>에 모젤 와인이 '착오'와 관련된 사례에 나오거든요. 아무튼 모젤 지방을 설명하시면서, 안그래도 저녁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법원공보'(당시에는 '판례공보'의 이름이 '법원공보'였습니다.)를 봤는데 교과서에서나 보던 모젤 와인 착오 사례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제가 놀란 부분은 시간 때울 겸 또는 소화나 시킬 겸 해서 '공보'를 읽었다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제가 법원에서 시보하던 시절 판사님들께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건 처리 이외에 따로 공부는 어떻게 하시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이 '못한다.'였습니다. 기록 검토하는 것 이외에 남는 시간이 없지는 않지만, 따로 뭘 공부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사건과 관련된 판례나 논문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이외에 따로 판례의 '흐름'이랄까 이런 것을 공부하기에는 힘들다고. 그럼 '공보'도 따로 안보시냐고 다시 물었지요. 한 분이 목차 정도는 훑어보지만, 꼼꼼히 읽지는 못한다고 그러시더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꾸준히 습관처럼 공부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물론 대단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외국의 유명한 법학 책을 번역하시는 판사님들도 계시지요. 하지만, 많지는 않아요. 사실 판사는 기록을 충분히 검토해서 (물론 관련 판례와 논문도 참조해서) 판결로 말하면 되는 것이니만큼, 꼭 따로 '2008년 민사판례 전반'을 개관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해야하거나 또는 '공보'같은 것을 (사건과 관계없이) 열심히 공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충분한 기록 검토만으로도 훌륭한 것이지요. 하지만...

공부가 그야말로 숨쉬는 것 같은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봅니다. 스포츠신문 보듯이 <자본론>을, 연예잡지 보듯이 서울대학교 <법학>지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2. <독일 민법학 논문선>

에고... 나중에 이어서 쓸게요. 요즘 자꾸 일이 생겨서... 82에 접속해서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낙이었는데... ㅠ.ㅠ

추신 : 언소주 까페 회원들에게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왔군요. 판결문을 구해서 읽어보게 되면, 읽은 '소감' 정도를 한 번 밝혀볼 생각입니다.  
IP : 124.194.xxx.14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숨쉬듯이
    '09.2.20 10:44 AM (61.38.xxx.69)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고
    실제로는 숨쉬듯 82만 보고 있는 1人.
    정말 부러운 얘기네요.

  • 2. 예전
    '09.2.20 10:47 AM (210.117.xxx.150)

    정보통신부 시절에
    퇴근후에 귀가안하시고 취미로 미분방적식을 푸시던 분이 생각나네요.
    박사학위가지고 계셨는데
    자신은 미분방적식 풀때가 행복하다고 하시더군요 ㅎㅎㅎ

  • 3. 요조
    '09.2.20 12:31 PM (125.178.xxx.140)

    저도 서울대 물리학과 다니는데, 저는 생각만해도 머리카락이 빠질것 같은 문제를
    너무나 잼있게 풀더이다. 저랑은 영 취향이 다르지만, 수학문제 푸는게 잼있다니
    옆에서 보기엔 좋더군요.

  • 4. 프리댄서
    '09.2.20 3:09 PM (219.241.xxx.222)

    그런 거 읽으면 잘 되던 소화도 안 될 것 같은데요.-_-
    세상엔, 그렇군요, 저녁 먹은 거 소화시킬 생각으로 법원공보나 판례집 같은 걸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군요.

    <자본론> 등등의 책은 딱 베고 자기 좋죠.--;

  • 5. 프리댄서
    '09.2.20 3:11 PM (219.241.xxx.222)

    그리고 기질이랄까, 근성이랄까 그런 것도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한 가지를 붙들면 집요(?)하게 그걸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전 좀 산만한 편이라서 그런 사람들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선 부럽기도 해요.

    그리고 법에 대해선 잘 모르는 저로서는
    언소주 판결문에 대한 하늘을날자님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음... 또 <독일 민법학 논문선>도 <자본론> 못지 않게 베고 자기에 좋은 책 같아 보여요.흐...

  • 6. 하늘을 날자
    '09.2.20 3:39 PM (124.194.xxx.146)

    하하하. 프리댄서님 역시!!!하는 생각이 드는 댓글이네요. <자본론>은 베고 자기 딱 좋지요. 실제로 베고 잔 적도 많아요. 도서관에서;;; 전에 어디선가 그런 걸 읽었었어요. 움베르토 에코였었나... 그런 말을 했다지요. 휴양지의 비치파라솔 아래서는 <자본론>을 읽는 게 어울린다고. (맞나?) 아무튼 그걸 보고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에고. 에코는 좋겠다. <자본론>도 재밌게 읽고. (;;;) 나라면 여름에 <자본론>을 들고가더라도 아마 해변가에 비스듬히 누워서 <자본론> 베고 맥주 마실텐데...' 뭐 이런 생각이요. 그 때 그 에코의 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나도 <자본론>을 스포츠신문 보듯이 한 번 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ㅋ 저야 에코 발끝에라도 미치기 힘든 걸 잘 알지만요.ㅋ

    양창수 편역, <독일민법학 논문선>은 <자본론>과는 좀 다른데... 거기 번역된 제일 첫번째 논문이 사비니의 <현대로마법체계> 서언인데요. 사비니는 민법학자로서 (로마법학자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겠군요.) 법학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괴테와 비교될 정도인, (무협지 표현으로 하자면) '무림의 태산북두'이신 분이시죠. 그 사비니가 어떻게 학문을, 특히 법학을 공부해야할지에 관해서 써놨어요. <독일민법학 논문선>의 양창수 선생님의 서문도 좋고요.

    아무튼 저는 프리댄서님 다음 글을 고대하고 있답니다~~~~~~~ 팬들을 위해서 글을 자주 써주셔요~~~~~~~~

  • 7. 하늘을 날자
    '09.2.20 5:10 PM (124.194.xxx.146)

    윗 댓글
    괴테와 비교될 정도의 -> 문학에 있어서의 괴테와 비교될 정도의

    언소주 판결문에 대한 '소감'을 쓰기에는 제가 워낙 경험이 미천해서... 사실 좀 주저되긴 하는데... 아무튼 혹시라도 '기대'하진 마세용~~~ 별게 없어용~~~ (ㅠ.ㅠ)

  • 8. 프리댄서
    '09.2.20 9:41 PM (118.32.xxx.61)

    '무림의 태산북두'! 격하게 끌리는 표현입니다.
    암튼 <자본론> 말이 나와서 그런데 그것이 묘하게 기독교적 세계관에 닿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완독한 건 아니지만-_-)
    음.. 더 쓰려는데 와서 맥주 잔 들라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1053 유아교육...답답한 저의 현실 11 레몬주스 2004/02/29 1,296
281052 늦은 나이에 교사를 꿈꾸며... 7 쵸코칩 2004/02/29 1,212
281051 일본에서 아기용품사올만한거 추천좀,,,,,, 4 블루스타 2004/02/29 911
281050 ♥♥♥♥대구 포트럭 파티 메뉴 조정♥♥♥♥ 30 moon 2004/02/27 1,854
281049 저도 이사했어요... 8 아임오케이 2004/02/28 892
281048 가족들과 식사할만한곳? 이현정 2004/02/28 882
281047 결혼 1년 8개월에 2천 모으는게 정상인가요? 1 익명 2004/02/28 1,505
281046 비참한 요리 8 무우꽃 2004/02/28 1,670
281045 집사실때 얼마나 대출 받으시나요? 2 새집 2004/02/28 917
281044 지나마미님 감사해요.. 3 카푸치노 2004/02/28 878
281043 맛있는 미역 구할수 있는 곳 아세요? 2 예비산모 2004/02/28 893
281042 저랑 박물관 구경하시면서 커피 한잔 하세요 11 techni.. 2004/02/28 880
281041 우리나라,도깨비나라(삽질) 1 오데뜨 2004/02/28 893
281040 남편 몰래 빚을 졌거든요... 5 걱정.. 2004/02/28 1,500
281039 안녕하세요 몇일동안 82쿡의 모든 내용을 눈팅한 테크니카 입니다 7 techni.. 2004/02/28 893
281038 고개숙인 저남자가 불쌍해... 1 박인경 2004/02/28 1,041
281037 이제 공주아니다!! 10 카푸치노 2004/02/28 1,182
281036 따뜻하면 살고 차가워지면 죽는다 4 수하 2004/02/28 1,552
281035 아이쿵..본격적으로 인사 드립니다. 5 jill 2004/02/28 882
281034 경빈마마님 1 가을향기 2004/02/27 1,032
281033 어젯밤 이야기 16 아라레 2004/02/27 1,661
281032 접이식 욕조 덮개(반신욕) -daum에서 공.구.중임 3 나혜경 2004/02/27 1,270
281031 가입인사입니다~ 3 Lamot 2004/02/27 918
281030 1,2월생을 둔 어머님들~ 1 아직은 쑥스.. 2004/02/27 894
281029 오븐을 어쩔꼬.... 3 일리리 2004/02/27 882
281028 애기 낳고 .... 6 인연 2004/02/27 966
281027 쩝....난 철인 3종경기를 또 했따... 3 김새봄 2004/02/27 894
281026 복수혈전 6 아이비 2004/02/27 944
281025 조선일보 칼럼의 느타리버섯은 어디서? 3 느타리버섯 2004/02/27 893
281024 약간 속 상한 일이 있어서.. 8 써니맘 2004/02/27 1,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