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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도 전문직도 아닌 자의 한탄

carpediem 조회수 : 1,781
작성일 : 2009-02-11 14:33:44
요즘 전업 주부 분들의 염장글이 많이 올라오네요.
보면서 궁금한 점 그리고 깨달은 점이 몇 가지 있어 적어봅니다.

우선 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과거 어떤 직종에 계셨던 분들이 전업에서 만족도를 많이 느끼는가 입니다.
전업 주부로서의 삶이 행복하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 많은 분들이
“소위 말하는 전문직” “남들 다 아깝다고 하는 전문직” “연봉이 5~6천 되는 자리”
“주위에서 멋있다고 하거나 부러워하던 자리” 등에 계시다가 박차고 나왔다고 얘기하시는데,
어떤 직업군에 있다가 그만두신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나름 혼자서 이곳 글들 통계내보면서 깨달은 점은
전업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정말 치열한 시간들이 있어야한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일에 치이고, 스트레스 많이 받고,
그러면서도 아이들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뒷감당을 모두 해내고...
그런 시간들 뒤에 오는 보상같은 휴식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시는 듯해요.
물론 주부=휴식 공식은 절대 성립되지 않지만 슈퍼우먼 컴플렉스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

그래서 저는 다시금 좌절합니다. 전 정말 전업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전업 주부로서의 삶에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회사를 다니기 싫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전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한 것도 아니고, 일이 너무 보람되고 즐거운 것도 아니고,
정말 자존감이 없거든요. 아 정말 후지다, 일도 의미없고, 회사 분위기는 정말 한심하고,
회사 동료들도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후지냐 이런 생각만 들고...

딱 그만두고 제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제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준비도 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러나 지금 전업 선언을 하기에는...
살림이라곤 손바닥만한 신혼 10개월 차 아파트 살림,
딱히 청소나 요리를 아무리 제대로 한다해도 반의 반나절이면 끝날 규모.
그렇다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냐하면 애기는 커녕 배란일만 열심히 공략하고 있는 상태...
돈이나 많냐 하면 2억도 안되는 전세를 그나마 빚내서 구하고 7천 대출 3년 상환에 대출 갚고 나면
매달 저금도 한 푼 없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 저 지금 아무리 다니기 싫어도 회사 때려치면 안되겠죠?
이 글의 요는 그냥 신세한탄이 되어버렸네요.
끔찍하게 회사 싫다..면서 이곳 게시판이나 몰래 한참씩 읽다가
“남향 맨 윗 층과 동향 맨 끝 집” 이런 저 쪽 아래글의 제목을
“남의 집 동향의 끝” 뭐 이렇게나 읽을 정도로 몽롱해져가지고 신세한탄 해봅니다.
IP : 211.61.xxx.5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목표를분명히
    '09.2.11 2:43 PM (121.166.xxx.163)

    하세요.
    원글님은 지금 인생에서 여러모로 돈을 모아야 할 시기입니다.
    아이도 없는데다 둘이 버니 더더욱 자산을 모아야 합니다.
    재무계획을 세우면 연간목표가 생기고, 한달목표가 생기고
    돈버는게 재밌어 집니다.
    그렇게 하시다가 애가 생기면 전업으로 들어오시면 돼요.
    아니면, 한달에 10만원씩 자기자신을 위해 쓰시는 것도 방법.
    취미생활을 하나 가져보는거예요. 내가 번 돈으로 나를 위해 쓰는 돈의 기쁨.
    지금 직장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시고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거죠.
    아이 낳고나면 정말 인생판도가 또 바뀝니다.
    당장 재무계획부터 시작하시길...

  • 2. 전업과 직장
    '09.2.11 2:51 PM (59.5.xxx.126)

    만족한 전업의 전제조건이 전문직경험은 아니라고 봐요.
    가사를 직업으로 택하고 거기서 만족을 느끼는거 아닌가요?
    또 만족한 전업이 집의 크고 작음과 재산의 많고 적음과도 상관없는것으로 알고요.

    저도 직장 언제 그만두나 하면서 다니지만 직장 그만두면 제가 할 행동을
    뻔히 알고 있어서 그냥 다닙니다.
    디굴디굴

  • 3. 윗분...
    '09.2.11 2:53 PM (218.232.xxx.251)

    말씀 맞아야 애낳고 나니까 정말 돈이 필요해요

    커가면 커갈수록 어릴때보다 돈이 더!!! 필요하구요

  • 4. 저는
    '09.2.11 2:54 PM (221.148.xxx.108)

    중등교사로 근무하다 50되는 해 전업주부로 왔습니다.
    젊은 시절 치열하게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지금도 젊다면 한없이 젊은 나이지만요.
    육아문제로 휴직도 하고, 아픈 아이 보면서 출근해야 하고, 운동회 하는 날
    할머니 이모 두루 등등 부탁해서 대신케 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치는 날이 동일하지 않을 시에는
    아이에게 간식하나 차려주지 못하고.... 말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지요.
    방학때 모든 일 접어두고 아이한테 남편한데 올인했지요.
    그러다 지금 전업주부 일년 하고보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그런데 전업주부 한다하니 제일 반대한 사람이 아들놈이더군요.
    이유인즉 자기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는 엄마가 다녔고
    엄마의 도움이 필요없는 이때에는 왜 관두냐고요
    그리고 자기의 부유함과 풍족함이 사라지는 것이 좀 아쉽다나요!
    이래서 아들놈 키워도 소용 없다는 소리 나오나 봅니다.
    젊은날 치열하게 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치열한 삶 속에서 나중에 느끼는 정신적인 부유함과 행복함을 맛볼 수 있으니..
    전문직이든 아니든 그 어떠한 곳에서라도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사는게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합니다.

  • 5. ..
    '09.2.11 2:58 PM (125.241.xxx.98)

    저도 그럽니다
    전업으로 돌아가는 열망을 안고 날마다 살아가는
    아침이면 늘어지게 누워있고 싶은 마음
    아이들 올때 간식 해놓고 기다리고 싶은 마음

  • 6. caffreys
    '09.2.11 2:59 PM (203.237.xxx.223)

    다른 직장을 알아보세요.

    전 뭐 대단한 전문직은 아니지만 거의 3~4년을 주기로 직장을 그만뒀는데...
    그 때마다 다른 분야(전공이 한가지라 완전 다른 건 아니고 같은 계열 내에 다른 일..)로..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그만두고 나서 한 6개월 지나면 슬슬 지겨워지고,
    낮잠도 달콤하지 않고, 좀이 쑤시고, 무엇보다도 불안한 상태로 됩니다.
    이러다 완전 이 분야에서 낙오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매번 직장 그만둘때마다,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일아 정말 너무 만족스럽고, 그 길로만 오로지 파겠다고 생각했다면
    결혼도, 남편 유학도, 아기 육아도, 기타 등등 모든 상황을 무시하고
    직장을 지켰었겠죠. 그 때마다 오히려 딴 거 해보지 뭐... 라고 덤볐어요.
    그래서 인생 굴곡이 너무 많지만... 그 달콤한 휴식의 의미가 뭔지는
    대충 알게 되었어요.

    현재 직장에서 자존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직장에서도 그럴 거라는 건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래요.
    어떤 직장에서 아주 후졌던(원글님 표현 ^.^) 사람도,
    그래서, 짤리다싶이 그 회사 나가서 다른 곳에 가서
    아주 정말 잘나가기도 하는 사람 소식 가끔 듣기도 하고...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새로운 것을 찾아보세요.
    돌이켜보면 그 나이(신혼이라서 대충 30대 중반 정도로 추측) 절대로 늦지 않았답니다.

  • 7. d
    '09.2.11 3:02 PM (125.186.xxx.143)

    음. 적당히 믿으시라는 말만...그 전문직이 우리가 아는 전문직이 아니기도 하더군요. 그냥 자기 삶에 만족도와 프라이드가 높은 사람들이 많은거 같긴해요 ㅎㅎㅎ

  • 8. 저도...
    '09.2.11 3:05 PM (59.16.xxx.162)

    저는 원글님이 하게 살기엔 2% 아니 20% 부족한 능력과 환경(직장)인 경우를 말씀하시는 듯 하네요. 지금 저처럼요... 사실 결혼전엔 나름 꿈도 있어 열악한 환경 불구하고 이직했는데...그리고 나름 열심히 일했는데 결혼해서 아이낳고나니 모든게 다 바뀌어버리더군요. 내인생의 우선순위랄까...중심을 못잡고 흔들린데는 남편의 역할도 있었을테고... 아이낳고 휴직하고 복직해서 한동안 내가 뭐하면서 시간죽이고 있나.... 과연 이 일이 아이 보는것보다 중요한 일일까???하는 복잡한 생각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차츰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아이대로 저는 저대로 적응해가더군요. 아쉬울때 있죠. 남편이 좀더 돈 많이 벌면 전업하며 여유부릴텐데...하는 생각도 하고 한편으론 집에서 아이만 보는일...난 정말 체질이 아닌것 같고...다행히 잘 돌봐주는 어린이집도 있다는걸 고맙게 생각하기도 해요.
    전문직도 아니고 고위직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지만, 그속에서 오는 편안함...전 그걸 즐기기로 했어요. 일로 덜 스트레스 받고 대신 가정에 더 관심을 기울여도 되는 상황... 아이 어릴때 열심히 모으고 아이가 자라는 만큼씩 늘어나는 저축액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100% 만족이란게 어디 있겠어요...그냥 그 안에서 행복이죠.

  • 9.
    '09.2.11 3:05 PM (211.217.xxx.2)

    전문직은 냉정하게 공인자격증있는 '사'자 직업 아닌가요? 혼자 개업도 할 수 있는 그런 직업, 가령, 의사, 한의사, 변호사, 약사.

  • 10. 흠흠
    '09.2.11 3:10 PM (75.143.xxx.91)

    저는....요즈음의 자게 전업 논란을 썩 고운눈으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댓글중에 이런말도 눈에 띄더군요. '전업은 상류층만의 특권이다.'
    상류층? 하면 갸웃하겠지만, 하층 가정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해당되지 않느다고 확신해요.

    혹자는 이러겠죠. '아니에요. 울 남편 정말 적게 버는데 저는 전업해요'
    하지만 만약 통계를 내보면 어떨까요?
    실제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가장 중 여성가장의 비율이 몇십프로 정도로 의외로 높다고 하네요.
    생계형 가장, 또는 생계형 맞벌이로 일하시는 여성분들.. 이 사회에 정말 많아요.

    82cook은 다양한 계층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라고들 하잖아요.하지만,
    전업으로 행복할까요? 에 대한 답글을 이루는 집단이나 대답을 바라는 집단은 경제적 소득이나 교육적 수준 등이 거의 어느 선 이상으로 보이네요. 그러니 댓글들로부터 도움은 얻으실 수 있으실 수는 있겠죠.

    그저 이 질문이나 대답이 해당되지 않는 분들이 많다는 것만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 11. .....
    '09.2.11 4:32 PM (220.85.xxx.238)

    '내가 결혼전에 전문직에 종사했다'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문직'이 아니었던 경우가 많아요.

    남의 직업이니 딱히 꼬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고소득은 아니지만, 혹은 오히려 저소득에 가까운데,
    자격증은 필요없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종사했던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했던 일을 전문직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꽤 있더라구요.

    보통은 전문직이라고 하면 의사 변호사 약사 등 비교적 소득이 높고,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이 추측하는데,
    (물론 개개인마다 요새 힘든 경우가 많다는 거 압니다. 전반적으로 말씀드리는 거에요.)
    자기가 했던 일을 다 전문직이라고 하면 타인에게 착각을 일으킬 수 있으니,
    그냥 '전문성이 있는 일' 정도로 칭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은데..

    저는 지금 전업인데, 외국계회사들 두 군데 다녔어요. 아마 82에 계신 분들 대부분은 아시지 않을까 싶은..
    연봉은 높은 편은 아니었는데, 야근이나 불합리한 일은 별로 없었고,
    자기들만의 명예(?)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그 회사들에 넉넉한 집 딸들이 많았구요.

    그 회사 다니는 동안 저 자신은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부모님이 엄청 자랑스러워하시더군요.
    제 동료들의 부모님도 그러셨대요.
    일부 친구들도 저 부러워했었구요..
    제가 잘 알지도 못하던 동창이 길거리에서 마주쳐 인사하더니 '너 모모회사 다닌다며' 한 적도 세 번 있었어요.
    저 친구도 거의 없는 되게 조용한 사람이었는데,,,,, 유명한 회사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나 싶기도 했어요.

    지금 제가 안 버니까 쪼들리긴 한데, 남편이 벌어요. 많이는 못 법니다. 그래서 불안하죠.

  • 12. .
    '09.2.11 7:02 PM (222.235.xxx.249)

    치열이니 최선이니 하는 말들 20대 후반부터였나 아이 낳고 부터였나 싫어하는 말중 하나...
    건강하게 바른 가치관으로 살면 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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