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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글을 읽고

겨울이좋아 조회수 : 587
작성일 : 2008-12-28 13:30:26
전 초5,초2의 두 아들을 가진 엄마입니다.
요 아래 촌지에 관한 글을 몇 개 읽다 보니 제 아이 선생님에 대해
쓰고 싶네요.

제가 사는 곳은 이른바 교육열 높다는(그 기준이 뭔지 모르지만) 신도시인데요
저역시도 이제껏 촌지를 한번도 안해 봤습니다.
첫아이 입학했을 때 열심인 엄마들이 좀 많았기에
촌지 드리는 분들을 좀 알았습니다.
그 분들은 저한테 대놓고 충고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못했습니다.

드리는 분들 욕할 생각은 없고..
전 다만 부끄러워 못했습니다.
첫아이라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발이 안떨어지더군요.
정말 좋은 세상 꿈꾸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을 기억하는데
자식앞에서 무너지면 그 뒷감당을 어찌할까...
마음 고생 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첫단추를 잘끼운 나자신이 뿌듯하고
언제나 촌지앞에서 자유스럽습니다.

큰아이 5학년까지 학교 생활 무척 잘하고 있구요..
간혹 혼나기도 하고 칭찬 받기도 하고 .. 뭐 그렇습니다.
아..아이키운 비결을 제게 묻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요건 자랑..)


그 후론 고민조차 해 본 적 없고
스승의 날 작은 선물하다가
작년부턴 학년말에 감사의 표시를 합니다.

둘째 아이 입학하고는 처음부터 촌지따윈 신경도 안썼는데
2학년이 될 무렵 위기가 좀 있었습니다.
아이한테 틱과 불안증세가 생겼어요.
병원에서 심리검사도 하고 상담도 하고 하면서
제 아이에 대해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새학년이 되자 선생님을 찾아뵙고 특별한 배려(?)를 부탁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3월말쯤 우연히 선생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먼저 그러시더군요.제 아이가 특별히 섬세하고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보인다구요..그날도 한번 안아줬다고 하시더군요.
병원 다녀온 말씀은 안드렸어요.
선생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언제든 힘드신 점 있으시면 연락달라고 했습니다.
제 아이가 힘든 아이라 선물이라도 드려야지 생각만 하고 넘어갔습니다.

다행이도 아이의 틱증세는 더 심해지지 않았고
심리적으로도 빠르게 안정되었어요.
학교생활도 잘했구요.

2학기가 되고 얼마 있다가 선생님께서 아이편에 편지를 보내셨더군요.
아이가 의욕이 없고 산만하며 학습속도가 느려서 걱정이시라는..
요즘 장난이 많아졌고 쪽지시험에서 오답이 많다고 가정에서의 지도 부탁한다고..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 저 울었습니다.
자식 키우기가 어찌나 힘들고 아득하게 느껴지는지...

그 편지를 받고 아이랑 많은 대화도 나누고 상펴놓고 공부도 시키고
여러 당부도 하구요..

선생님껜 제 마음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제 아이의 부족함과 잘하는 점을 여과없이 진솔하게..
부모로서의 제 힘겨움도 쓰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도 썼어요.
정말 그런 편지를 주신 선생님이 고마웠거든요.
그냥..전..
진심은 통할거라 여겼기에..

제 남편은 혹시나 제가 감정을 오버할까봐 편지보내는 걸 처음엔 반대했는데
제 편지를 사전에 검열(?)해 보구선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편에
편지를 드리고 나서
눈에 띄게 선생님이 제 아이를 많이 배려해 주신다는 걸 느꼈어요.
칭찬도 많이 해 주시고요. 예를들면 "거봐라..네가 이렇게 뛰어난 애잖아"
"역시 넌 그림 솜씨가 좋아" 등등..
아이가 매일 신나서 집엘 와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도 집에서 많이 신경썼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신경써주시니 아이가 의욕도 많이 생기고 생기가 돌았어요.
그림상도 받고
일기장에 메모도 최고의 칭찬이구요..

엄마의 간절한 마음과
최선을 다하고픈 선생님의 사명감이 좋은 조화를 이룬 거죠.
촌지를 드렸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지 모릅니다.
저희 학교에서 촌지를 안받는 선생님이 계신지는 모릅니다.
제 아이 선생님도 어떠신지는..
50대후반의 나이드신 분이랍니다.

다만 전 촌지봉투가 아닌
편지봉투를 드린 걸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합니다.
다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고 결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식일이라 누구도 냉정한 판단을 하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전
선생님도 사람이기에(아무리 오랜 교사경력에 닳고 닳은 여우과 선생이라도)
교사와 학부모는 진심을 가지고 만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만 보면 어떤 선생님도 특별히 이상하진 않았는데
그건  우연의 행운일까요...

학년이 끝났때 정성과 마음이 담긴 감사의 선물을 꼭 준비해 드리려 합니다.
IP : 61.253.xxx.7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젤리피쉬
    '08.12.28 1:40 PM (125.182.xxx.11)

    훌륭한 선생님에 훌륭한 어머니네요. 저도 아이 키워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렇게 촌지 땜에 걱정한 적은 없었던 같네요.
    어쩌다 상품권 같은 걸 드린 일도 있지만 그걸로 뭘 기대한 적도, 뭐가 달라졌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촌지를 밝히는 교사도 있겠지만 극히 일부분이 물을 흐리는
    것이라고 생각되요. 그리고 어머니들이 그렇게 만드는 점도 있죠.

  • 2. 좋으시겠어요
    '08.12.28 1:40 PM (119.64.xxx.77)

    그렇게 좋은 선생님도 만나시고^^
    분명히 원글님도 좋은 분이실거에요 아마.
    저두 그런 좋은 선생님을 만날수 있을거란 주문을 걸어보네요.
    제가 좋은 마음을 가지고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은 선생님이겠지요.
    새학기엔 제 아이도 그런 좋은 선생님을 만날수 있길 간절히 기도해야겠어요^^

  • 3. 가지가지
    '08.12.28 3:54 PM (58.145.xxx.145)

    좋은선생님도 있고,,아닌분도 있는거죠..
    어느선생님을 알았어요..
    그분은 스스로를 참교사로 자부심을 갖고계신 아이들에게 부단한 애정을 쏱으시는 분이셨죠..
    제가봐도 아이들에게 다른분들에 비해 2배의 정성을 쏟고,,,일에대한 열정이 대단하셨죠..저도 너무 담임선생님을 잘만나,,너무 존경하고,,좋아했죠..
    그런데,,1학기때,,회장엄마가 촌지안줘,,곤란함을 당한것을 알고 촌지를 드렸어요,,,아이에대해 정말 정말로 참교사로 대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깜짝놀랐죠.. 정말,,놀랐어요..한숨만 나더라고요.
    그분마져 받으면 받으며,,안받으실분이 어디계실까...하고..

  • 4. 그리고,,
    '08.12.28 4:11 PM (58.145.xxx.145)

    실제로 저는4분에게 촌지를 줬지만,,,당연하들 받으시고요,
    어느 선생님들은,,
    제가 말을 잘 들어드리니,,그 학부형은 아이 맞겨놓고 콧빼기도 안보인다고,,,성의가 없다고..대놓고 학부형 욕도 하시던걸요/?

  • 5. 제가
    '08.12.28 4:57 PM (121.145.xxx.173)

    아는 선생님은 초2 올라가서 3월초에 한 애 지적해서 세워놓고 양빰 때리고 양팔 들고 한발로 서서 수업시간 끝날때 까지 세워 놓았다고 우리아이가 이야기 하더군요
    초2 같으면 아직 아기이고 얼마나 여린데...
    그 이야기 들은 엄마들 다음날 부터 선생님 많이 찾아들 갔습니다.
    1년 내내 김치 담궈서 나르는 엄마 . 시시때때로 식사대접하는 엄마... 여럿 봤습니다.

  • 6. 해피맘
    '08.12.28 5:17 PM (218.148.xxx.90)

    훌륭한 선생님 만나신 천운을 누리셨네요.

    공부잘하고, 낙천적이고, 발표잘하는 밝은 우리 아들
    담임 맡은 선생님마다 이쁘다,이쁘다 소리만 듣던 아이였는데
    (촌지 없었습니다.)
    초등 4학년때 회장됐을때
    40후반 새로 전근 오신 여선생님.
    학급초에 화분 하나 사서 인사드린거 외엔 없었는데

    반 아이들이 떠든다고
    회장 앞에 나오라고해서
    수업내내 손들고 서 있으라 했다네요.

    항상 밝던 아이가 집에 와서
    열이 나고 아파서 걱정했는데
    친구 엄마 전화받고 알았어요.
    친구가 집에 가서 오늘 학교에서
    이런 일 있었는데
    아무 잘못 없는 누구가 혼자 벌섰다고
    선생님 너무했다고 하더라네요.

    가슴 찢어지는 엄마마음 어찌 설명할까요.

    이 틀을 내리 그냥 전화도 안하고 결석시켰습니다.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선생님이 보내서 병문안 왔더군요.
    .
    .
    나중 알고봤더니 전 학교서도 아주아주 악랄한 촌지교사로 유명했다더군요.
    절대 아이에게 직접 채벌않고
    모욕주고 벌 세우기.

    지금은 중3인데
    그 끔찍했던 한 해를 보내고
    그리 활발하던 아이... 과묵한 아이로 변했습니다.

    지난 일이라 다시 떠올리기도 싫지만
    아직도 그 독사같은 살기 내뿜던 못된 선생 생각하면(이리밖에 표현못해 죄송합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돕니다.

    김춘*선생님.
    아직도 여전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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