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주년 논객 인터뷰 ③]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손병관 (patrick21)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747(경제성장률 7%-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강국)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1년 전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오마이뉴스>는 진보와 보수진영의 논객 3인에게 이명박 정부의 과거·현재·미래를 물었다. <오마이뉴스>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한겨레> 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진보논객 홍세화씨다. <편집자말>
▲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 유성호 홍세화
홍세화씨는 1970년대 말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에 가담한 혐의로 23년간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진보 성향의 논객이지만 북한 체제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친북세력'으로 매도당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민주화 흐름에 대한 믿음으로 '영구귀국'한 그에게 최근 한국 사회의 흐름은 깊은 근심을 던지고 있다.
"MB정부, 보수·실용 얘기할 철학적 바탕도 없다"
홍씨는 19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실용 노선'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에 대해 "보수나 실용을 얘기할 만한 철학적 바탕이나 알맹이가 없다"며 "속된 말로 아무 것도 없는 양아치들 같다"고 혹평했다.
이명박 정부의 최근 강경 분위기에 대해 홍씨는 "촛불 정국에서 움츠린 것에 대한 반작용이 아주 강하다. 심하게 얘기하면, 집권 초기에 어떻게 이렇게 당할 수 있나라는 복수심이 느껴질 정도"라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 언론을 더더욱 장악하려는 속내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씨는 더 나아가 "경제위기가 극우세력에 오히려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열매를 향유한 중산층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 정부와 조중동, 뉴라이트 등은 희생양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들이 카리스마적인 국가지도자에 절대 복종하는 파시즘의 도래를 경고했다.
1차 대전으로 패망한 독일 국민들이 유대인과 좌파를 탄압한 나치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도 소수자나 특정 집단에 대한 탄압이 마구잡이로 자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그 신호탄이라는 게 홍씨의 생각이다.
그러나 홍씨는 "이명박 정부가 사회·경제적 모순의 해결을 회피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만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어떠한 계기로 분출할지가 관건인데, 우리 사회도 그리스의 반정부 시위 같은 일이 언제든지 가능한 사회가 되고 있다"고 예상했다.
다음은 홍씨와 한 인터뷰 전문이다.
"우리 사회 파시즘으로 흐를 수도 있다"
▲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 유성호 홍세화
- 이명박 정부의 1년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너무 막무가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말하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10년 전의 민주-반민주 구도로 돌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반면, 국민들은 민주-반민주 구도가 희석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 노선을 표방할 때만 해도 박근혜로 대표되는 한나라당 주류보다는 덜 보수적인 노선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보수나 실용을 얘기할 만한 철학적 바탕이 이 대통령에게 있나? 알맹이가 뭔지 모르겠다.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속된 말로 (집권 세력은) 아무 것도 없는 양아치들 같다. 자기들이 뭘 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되돌아볼 능력도 없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추진하려다가 4대강 정비로 우회하는 것도 논리와 토론보다는 힘의 역학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다른 견해에 귀 기울이고 인정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촛불시위 같은 국면이 와야 멈추는 스타일이다."
- 원래 수구였는데 실용으로 포장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물질적으로 성공한 사람',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감춰져 있던 이 대통령의 본성이 이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 우리 사회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보나?
"사회 분위기가 파시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촛불 정국에서 움츠린 것에 대한 반작용이 아주 강하다. 심하게 얘기하면, 집권 초기에 어떻게 이렇게 당할 수 있나 라는 복수심이 느껴질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 언론을 더더욱 장악하려는 속내가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가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세상이 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를 의식의 주인으로 믿고 있지만 의식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주입된 걸 모르게 된다.
유럽의 경우에도 언론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탈리아에서는 언론재벌 베를루스코니가 국가 수반이 됐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키운 것도 언론재벌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대다수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상위권 대학에 보내는 것말고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김규항씨의 말대로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전교조만 마녀사냥 하면 제도권 교육은 완전히 평정되는 셈이다."
"개신교도들의 배타적·공격적 모습 우려스럽다"
▲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 유성호 홍세화
- 경제위기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경기침체가 희생양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극우세력에 오히려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독일은 공황 시대에 유태인과 좌파를 희생양 삼아 소시민들의 지지를 얻은 나치당이 집권한 적이 있다. 독일 같은 사회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경제성장의 열매를 향유한 중산층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 정부와 조중동, 뉴라이트 등은 희생양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 촛불시위를 어린 중고생들이 주도했는데, 촛불의 배후를 찾으려고 하니 전교조 교사들이 지금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 아닌가?
일부 개신교 세력이 배타적·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우려스럽다. 극우세력의 가장 강력한 기반이 개신교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체 국민 중 개신교 신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안 되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 YTN의 '저항'과 KBS의 '침묵'을 어떻게 봐야 할까?
"YTN은 KBS만큼 덩치가 크지 않고 기자와 PD 중심의 조직이라서 힘을 더 응집시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반면, KBS의 경우 이병순 사장을 인정하는 세력이 노조 선거에서 근소하게 승리했다. 20년간의 민주화 과정은 있었지만, 상대적 고소득층이라는 계급적 성격이 그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본다. 물론, 기자직과 기술직의 견해 차이도 있었고….
미약하나마 공공성이 유지되던 KBS의 인적 구조를 청산해서 프로그램의 성격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으로 예정된 방송문화진흥회(MBC의 대주주) 이사진 교체, 조중동의 방송시장 진출, 민영 미디어렙 출범 등의 움직임이 우려스럽다. 또, 국정원 권한을 강화하고 집회·시위에서 마스크도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 공간인 인터넷까지 옥죄려고 한다. 파시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제목의 신문 칼럼을 두 번 썼다. 촛불시위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보나?
"이명박 정부가 사회·경제적 모순의 해결을 회피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만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논리와 소통, 대화와 토론이 자리 잡지 못하고 힘과 힘이 격돌하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 그리스에서 15살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귀결될지 누가 예상했나? 어떠한 계기로 분출할지가 관건이지, 우리 사회도 그런 일이 언제든지 가능한 사회가 되고 있다."
- 한국 사회에서는 왜 보수와 진보의 대화가 잘 안 된다고 보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보수세력에 그 책임을 묻고 싶다. 일제 부역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것부터가 문제다. 사익을 위해 민족을 배반한 사람들이 민주공화국의 지배세력이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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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집권세력, 철학적 알맹이 없는 양아치들
극우 득세하는 경기침체... 파시즘 경계해야"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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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 철학적 알맹이없는 양아치들
리치코바 조회수 : 190
작성일 : 2008-12-24 15:23:40
IP : 118.32.xx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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