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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작 <황혼>이라는 소설을 아시나요?

에헤라디어 조회수 : 1,597
작성일 : 2008-11-14 13:11:23
<강변 아파트 칠 동 십 팔층 삼호에는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와 젊은 여자의 남편과 두 아이가 살고 있었다.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는 고부간이었다. 고부간의 의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로 시작하는 박완서 작 <황혼>이라는 소설을 아시나요?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 아파트에서 늙은 여자(시어머니)와 젊은 여자(며느리), 젊은 여자의 남편과 아이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어머니란 칭호를 쓰지 않고 노인이니 할머니라는 말을 쓰고 있다. 시어머니는 가슴앓이 병이 있다고 하면서 며느리와 아들에게 명치 부분을 문질러 달라고 청하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이를 거절한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도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어느 날, 며느리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 왔는데 친구는 홀시어머니가 지금 성적인 욕구 불만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이 전화 내용을 우연히 엿듣게 된 시어머니는 심한 모욕감을 느껴 분개한다. 시어머니는 기쁨과 슬픔을 나눌 대상이 그리워 명치 부분을 문질러 달라고 한 것인데 이를 오해하는 며느리와 아들이 미웠다. 늙은 여자는, 자기가 비록 혼자 살지는 않지만 자기 뜻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한다.(http://www.jongryul.com/펌)

이 소설의 무게는 황혼기에 접어든 여성이 가족들에게 느끼는 소외감에 있지만..
오늘 제가 하려는 하소연은 '실체모를 증상'에 대한 것입니다.

지난번 오체투지순례단 마지막 순례주일이니까.. 10월 24일 전후로 갑자기 숨이 막히는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느꼈던 것은 잠자리에 반듯하게 누워있다가 저도 모르게 호흡이 딱 막혔다가 풀리더군요.
통증은 전혀 없고, 잠시 숨이 막힌다는 자각증상이 있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한 이 증상이
빈번하게 더 짧은 주기로 나타나서 덜컥 겁이 나더군요.
혹시 지난번 5월에 담낭적출한 이후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했다는데
연관이 있나 싶고,
아님 최근 중국산 보이차를 매일 마시는 중인데, 가짜 보이차를 마시며 중독된 것은 아닐까 등등

남편은 처음 증상을 호소하니까 저더러 '홧병'아니냐고 뭐 스트레스받는 것 있냐더니
82도 보지말고, 아고라도 들락거리지 말고 조용히 소설책이나 읽고 음악이나 들으며
오늘은 무얼 해서 먹을까나 고민하라고 화내더라고요.

동네내과의원에 가서 증상을 말하고 약 2주정도 약을 먹었어요.
처음엔 신장쪽 약을, 그다음엔 폐와 기관지 약을, 그 다음엔 위와 식도관련 약을 처방 받아서 먹었는데..
약은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더군요.

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나중엔 대화 도중에 숨이 차고 막혀서 기침을 하거나 말문이 막히는 단계까지 오더군요.

지난주엔 남편이 갑자기 가족여행을 제안해서 여행을 갔어요.
출발하는 날 가는 차 안에서 가서 자던 밤까지도 그런 증세가 있었는데..
다음날은 거의 없었고, 마지막날은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월요일, 화요일까지 증상이 없길레 안심했더니..
수요일 오후에 다시 숨이 막히더니 증상이 계속되더군요.

오늘 출근하자마자 외출기안을 하고 인근에서 가장 큰 병원에 다녀왔어요.
다시 심전도 검사도 하고, 엑스레이도 찍고, 호흡기 검사도 하고 별별 검사를 다 받고
모두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네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황혼>의 여주인공이 떠올랐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걸까요?(아유.. 이걸 왜 여러분께 묻고있을까요? 참 심난합니다.)

비록 나라는 어지럽고, 광우병의 위험이 퍼지고 있지만..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특별히 원인으로 지목할만한 어떤 일이 없는데도
심리적으로 이럴 수 있을까요?

증상을 연신 호소하는 제게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검사 결과만으로는 정상이라고..
병원에서 해 줄 것은 없다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세 차례 숨이 막혔다가 풀리는데
이제 무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간은 큰병일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컸는데,
오늘은 나 엄살부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IP : 220.65.xxx.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면님
    '08.11.14 1:25 PM (113.52.xxx.236)

    참....
    큰 병원에서도 명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니...답답하시겠어요.
    어째서 그럴까........ 어째서 그럴까.......
    참으로 맥빠지는 소리지만 스트레스 없이 마음을 즐겁게 하시면 낫지 않을까...
    정말 계속 그러면 안되는데 걱정되네요.

  • 2. 호안석
    '08.11.14 1:28 PM (122.42.xxx.157)

    따뜻한 물이나 차를 드시고 심호흡을 하시고 운동을 조금 하시고 잠을 많이 주무세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시고 금연 금주하세요... 취미를 만드세요.

  • 3. 웃음조각^^
    '08.11.14 1:29 PM (211.112.xxx.2)

    처방은 정권바뀌기 겠네요.

    그것도 딴나라당 아닌 그들이 말하는 소위 '좌파'계열의 정권이요.

    그런데 이놈의 처방이 완전히 용왕에게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나을겁니다. 이런 처방이니.. 원..ㅡㅡ;

  • 4. 뷰티
    '08.11.14 1:35 PM (58.142.xxx.21)

    위에 호안석님 말씀대로 운동을 조금씩 해보세요.
    천천히 걷기 운동좀 해보시고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보세요..
    하루 빨리 좋은 증상 나타나길 바래요..건강하세요^^

  • 5. phua
    '08.11.14 1:37 PM (218.52.xxx.117)

    원인이 있겠지요,
    매사에 긍정적인 에헤님에게서는 나타날 증세가 아닌 것 같은데,,,

    학교, 가정, 올해는 소고기까지,,,
    당분간 휴식시간을 많~~~이 가지시는 것은 어떨까요?

  • 6. 콩콩이큰언니
    '08.11.14 2:28 PM (118.221.xxx.69)

    이런...아프시면 안되는데..
    운동하시고 마음 편히 먹으시고 (이게 가장 어려운 나날들이지만..) 좋은거 많이 드세요.
    얼른 좋아지시길 바랄께요.

  • 7. 딱히...
    '08.11.14 4:15 PM (221.138.xxx.15)

    병이 아니라서 다행인지도...
    어쨋든 본인은 무지 괴롭고 걱정이 많겠습니다.

    일단은 마음을 좀 편하게 먹고
    억지로라도 여유를 가져 보심이 ...

    즐거운 꺼리를 만들어 정신을 팔면 좋을텐데...

    시간이 약이라고 금세 좋아지길 바랍니다.

  • 8. 에헤라디어
    '08.11.14 4:37 PM (220.65.xxx.2)

    면님..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상을 많이 주며 살아볼게요. 너무 열심히 살려고 긴장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어요.

    호안석님.. 써주신 말씀 중 운동을 하라는 말씀을 실천해볼까 싶어요. 그리고..제 취미는 정말 진부한 독서입니다. 요즘 열심히 읽는 중입니다.

    웃음조각님.. 정권바뀌기보다 내 주위 사람의 변화가 더욱더 간절합니다.

    뷰티님..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보기도 실천해보겠습니다.

    푸아님.. 다행히(?) 직장에서 일이 확 줄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풀어져서 아픈 것은 아닌가 하긴 했지요.

    콩콩이큰언니님.. 뭐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니고요. 죽을 병이 아니라니까 마음 느긋하게 가져보려고요.

    점두개님.. 우울증의 가능성을 말씀해주셔서 좀 아파요. 정말 요즘 저도 모르게 제가 우울한 걸까요? 태양빛과 운동도 마음에 담아두겠습니다. 먼저 신경정신과도 다음주 월요일에 가봐야겠네요.
    애써 부정하려던 문제를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도 해보고,
    태양빛 받으며 운동하는 활동적인 취미도 가져봐야겠네요.

    딱히님.. 맞아요 차라리 피가 나거나 어디가 부러지면 나도 확실하고, 보는 사람도 분명한데.. 저 엄살부리는 것 같아서 좀 면구스러웠어요. 즐길꺼리.. 역시 결론이 취미를 찾아보는 쪽으로 잡히네요.

  • 9. ..
    '08.11.14 5:01 PM (211.237.xxx.199)

    확인하셔서 글 내릴께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극히 많이 우울합니다
    제 생각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시는게 답입니다

  • 10. 에헤라디어
    '08.11.14 5:49 PM (125.208.xxx.67)

    점두개님.. 글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배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길게 자세하게 답글 다셨는데.. 그냥 두시지..

    우울증의 가능성에 대해서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좀 편해지네요.
    질병이라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서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 11. 으쌰으쌰
    '08.11.14 9:39 PM (125.178.xxx.80)

    ㅠ.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
    밝고 든든하게만 보이시던 에헤라님이 편찮으셨다니..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일단은 병원에서 병이 아니라 했으니 안심하시고
    꼭 나아질 겁니다. 그럼요..^^
    힘내세요.^^

  • 12. 저기요
    '08.11.15 12:24 PM (125.146.xxx.2)

    저랑 비슷한 증상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아마 어릴 때부터 위를 보고 반듯이 누우면 숨이 찼었어요.
    마치 물고기가 물 밖에 나온 것처럼 헐떡거리는 느낌이요.
    그런데 서른살 즈음에 어떤 건강관련 책을 읽었는데 거기 바로 그런 증세에 대해 써 놓았더군요.
    민간요법 연구하는 분이었는데
    그분 말씀은 그게 심장 쪽의 혈관이라던가 어딘가가 막혀서 그런 거라고.
    그 자리에 뜸을 딱 한번만 뜨면 된다는 거예요.
    저는 뜸을 뜬다는 게 엄두도 안 나고 그러다가 커피를 마시면서
    뜨거운 커피잔을 보니 문득 그 생각이 나서 그 뜨거운 커피잔으로 지지듯이
    가슴에 대어 보았거든요.
    그랬는데 놀랍게도 나았어요. 그담부터 똑바로 누워도 한번도 그렇게 답답하지 않았어요.20년간.

    위치는요. 바스트라인의 가슴쪽 정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1~2센치 지점이요.
    그리고 거기서 또 약간 1센치 정도? 아래로.
    혹시 모르니까 한번 해보세요. 잘 안되도 부작용은 없을 것 같아요.

    이글 보실지 모르겠네요.

  • 13. 에헤라디어
    '08.11.17 1:14 PM (220.65.xxx.2)

    으쌰으쌰님.. 조금 아픈 것 가지고 82데이트도 못갔어요. 오늘부터 햇빛따라다니며 광합성을 좀 하려고요. 조금후엔 병원 가볼까 해요.

    저기요님.. 뜸 뜨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은 아닌데.. 그 위치가 정확하게 어디일지 모르겠네요. 답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의원에도 한번 가볼게요. 지지듯이 커핏잔을 대었는데도 나았다니 무척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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