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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을 놓고..

가을아침에 조회수 : 1,580
작성일 : 2008-10-29 10:41:07
우리집은 산속에 있어서 사방에서 숲이 보입니다.
아직 먼산은 아니지만  가까운 나무들은 단풍이 이쁘네요.

하늘을 자주 쳐다보면 나이가 든것이라더니 제가  나이 들어가고 있긴 하나봐요.
팔팔한 우리집 애들은 가을이 왔는지 어쩐지 창밖엔 관심도 없고,
그저 강남역 근처로 이사가면 안되나  그런소망을 갖고 있죠.

제가 올해 딱 오십줄에 들어섰어요.

더 젊었을 때는 오십대란 할머니라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전혀 아니군요.

사십대도 지나고 나니 참 좋았는데
오십도 기대되고 좋아요.

사십대는 자식들 케어하는것과  자산 일구는데
열중했었다면..
오십은 나자신을 생각하게 되었다는게 다르다면 다를까요?
내가 운좋아 건강하게 평균연령을 산다고 보면 이제  반환점을 돌아 되돌아가기
시작하고 있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견디길 힘든 어려운일도 많았고
용서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억울한 일도 많았고,  후회되는 일도 많았고
나도 모르게 남에게 폐를 끼친 경우도 많았을꺼라 생각되지만
요즘 문득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몇번이나 더 보게될까? 이런생각이 들면서
허무해 졌어요.

언제는 나는 가만 앉아 있는대도 세상이 날뛰면서 나에게 수억원을 던져주더니..
요즘은  또 수억원을 스르르 가져가는군요.
이러나 저러나 나는 하루 세끼 밥을 먹고 사는것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괜히 마음만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했다는거... 지나고 나니 그랬던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이젠 온전히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까만 생각하려고 해요
다행인것은 남편이 이런 나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것이죠.

전에는 뭐든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살림욕심도 많고 친구들 만나고 모임하고
활동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이젠 요란스럽지 않게 간소하게 살고 싶어요.
창밖 풍경이 너무 아쉽지만,  큰집 정리해서  아이들 원하는대로
교통편리한 곳에 우리가족이 살만한 최소한의 크기의 집으로 옮기고 싶어요.

살림은 침대와 책상 식탁만 들이고 싶고,
벽에는 큰시계 하나만 걸고 싶어요.

다섯켤레를 넘지 않는 신발과  세개를 넘지 않는 가방과
한철 열벌이 넘지 않는 옷들만으로 살고 싶어요.

냉장고도 제일 작은 것으로
가전제품 도움없이  가스불 하나 만으로 소박하게 식탐하지 않고
살고 싶어요.

남의 시선의식하지 않고 남의 일에 관심갖지 않고
나를 위해서만 살고 싶어요.

그런데 한가지 꿈은 있어요.
남편이 퇴직하고 둘다 건강이 허락되면,  한 일년간만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요.
그러고도 여력이 된다면 럭셔리 하게 크루즈여행을 하고 싶고요.

늘 피해의식으로 울적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눈앞이 환해지면서 희망이 생겼어요.
요즘은 시간나는대로 영어회화를 듣고  
일본어 배우고 있는데,  앞으로는 스페인어도 배우고 싶고 독일어도 도전해 볼까 생각중이예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사교댄스도 배우고 있어요.

죽을 때 싸가지고 갈것도 아닌데..
천만년 살것같은 욕심으로 끌어안고 살았던 시간들이 아까워요.
앞으로 남은세월.. 쓸데없는데 에너지 안쓰고  정말 하고 싶은것을 하면서
여유있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살고 싶어요


혹시 나중에 지금마음 잊을까봐 여기에 기록해 둡니다.

IP : 218.51.xxx.125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8.10.29 10:43 AM (124.80.xxx.179)

    원글님 맘처럼 그렇게 살고싶은1인 임니당~~ㅎㅎ

  • 2. 저도2
    '08.10.29 10:45 AM (218.147.xxx.115)

    저는 한참이나 아래지만 원글님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요.^^;
    이십대에도 지금 삼십대 초반임에도 그냥 소박하게 사는게 좋아요.
    다만, 현실이 그리 놔두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 3. 저도3
    '08.10.29 10:46 AM (117.20.xxx.60)

    전 아직 치열한 20대를 보내고 싶어요.
    젊음도 좋지만 원글님처럼 그런 온화하고
    안정된 삶을 요즘 자주 꿈꾼답니다.
    멋지세요..^^

  • 4. 로얄 코펜하겐
    '08.10.29 10:47 AM (121.176.xxx.76)

    진정 멋있으십니다^^
    전 아직 서른 넷인데 결혼도 안하고 혼자서 열심히 잘 살 계획만 세우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세계여행이죠. 그 때를 위해 돈도 열심히 모으고 있구요.
    목표가 있으니 삶이 알차집니다. 힘도 더 나구요.
    근대 명박이 땜시.. 시기를 좀 더 미뤄야 할것 같네요.

  • 5. 깜장이 집사
    '08.10.29 10:47 AM (211.244.xxx.21)

    멋지세요 ^^;
    저도 삶의 계획표를 다시금 세우고 싶어지네요.

  • 6. ^^
    '08.10.29 10:48 AM (221.140.xxx.87)

    다 좋은데.....

    남의 일에 관심갖지 않고
    나를 위해서만,

    요부분만 조금 걸리네요.
    소박하게 살되, 어려운 이웃도 조금 돌아보고, 내 가진 것 얼마 되지 않아도 나누고....
    전 그렇게 살고 싶어요.

  • 7.
    '08.10.29 10:49 AM (123.111.xxx.28)

    버리고 내려놓으니
    참 아름다운 마음이 되시는군요.
    님의 소망이 모다 다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 8. 로얄 코펜하겐
    '08.10.29 10:50 AM (121.176.xxx.76)

    원글님께서 남의 일에 관심갖지 않겠다고 쓰신 이유는
    이젠 위만 보지 않으시겠다는 뜻일것 같아요^^

  • 9. 흐흐흐
    '08.10.29 10:55 AM (218.55.xxx.2)

    우리 시어머님...
    젊은 나이에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는지..
    아직 60도 안되셨는데...

    "인생은 60부터라는데..나는 인생을 이제 다 산거 같다..
    막내딸만 결혼시키면 내가 이생에서 할일은 다했다.."

    하십니다..

    저희 어머님에게도 그런 힘을 주셨으면....

  • 10. 늘...
    '08.10.29 10:55 AM (124.111.xxx.145)

    자식에게도 마음을 비우고 살자 노력합니다..
    아직 서른 후반이지만, 주위에 하도 허무하게 가신 분들이 많아서 참... 인생무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아등바등하며 사는 건 남은 내 자식은 나보다는 좀 더 잘 살았으면 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 11. 커피
    '08.10.29 11:03 AM (211.187.xxx.247)

    오늘은 결재보충자료땜 새벽6시에 출근하고 또 하나 빠트린 직원때문에 아침에 전화해서 난리치고
    당장나와서 수정해놓으라고 소리지르고 ....간신히 자료수정해서 보내고 한숨돌리고 직원얼굴보니
    결혼한지 얼마안된 새신랑인데....맘 안좋아 아침먹이고....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혼자 커피빈에서
    진한커피한잔 마시면서 왜이리 사는게 고달프고 힘든지 다 그만두고 삶도 그만하고 싶을정도로
    살기 싫다 하면서 들어오는데 그직원 혼자 입구에서 담배피고 있는 모습보고....저도 담배한대 피고
    싶을정도로 크게 한숨짓고..... 이리 앉아 있네요. 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왜 이리 사는게 맘대로 안될까요? .... 전 원글님처럼 언제나 여유있게 나 자신한테 약속을 할수있을지....

  • 12. ...
    '08.10.29 1:14 PM (211.192.xxx.228)

    ^^ 전 30대 중반으로 가고 있는데......... 희망하시는 삶 꼭 사시길 빌어요..

  • 13. 저와
    '08.10.29 2:16 PM (121.145.xxx.173)

    비슷한 연령대 이신것 같네요 ^ ^
    저는 아직 애가 어려서 원글님 같은 생각은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애들 둘다 대학가면 삼천포or사천에 내려가서 살자고 합니다.
    사천에 내려가서 바닷가에서 싱싱한 해산물 먹고 맑기 공기 마시고 좋을것 같긴 합니다.
    우리 애들 취직하고 결혼시키고 하려면 경제적으로 좀 여유가 있어야 하고 노후자금도 좀 모아두어야 하고 저는 아직 갈 길이 먼것 같습니다.

  • 14. 도시농부
    '08.10.29 2:41 PM (59.187.xxx.50)

    저도 올해 오십줄....원글님의그 마음에 진심으로 동감합니다.전 아이들 둘다 대학 들여보내고 작년부터 주말농장의 농사짓기에 전념하고있어요.남편의 직장때문에 서울 도심에 살지만 주말마다 빠짐없이 자그마한 농장에 내려가서 오두막집에 하룻밤 묵으면서 밤엔 별을 헤이고 군고구마 구워먹으면서 꿈같은주말을 보내면서 이 나이때 느끼는 공허함을 나름대로 잘 이겨나가고있어요.원글님도 꿈이 꼭 이루어지시길 빌어요.저도 세계여행이 꿈인데,,,영어와 일본어공부와 사교댄스하시는건 많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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