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막바지 중간고사 공부에 밤을 밝히고 있어 저도 잠 못 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은 좀 멀리에 살지만, 학창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답니다.
그리운 중학교는 신입생이 줄어 들다가 폐교가 됐다더군요. 그 소식에 오래도록 갈 곳 잃은 실향민처럼 상실감에 젖었던 기억이 큽니다.
성당과 유치원과 여고가 함께 있는 미션스쿨이었어요. 부산 친정에 갈 때 근처를 지날 때면 일부러 가보기도 했는데 내 소녀시절의 밝은 웃음소리, 고운 꿈들, 천진하던 한 때의 추억들이 어디로 갔나 싶어 더욱 그립고 서운하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시험기간마다 꽤나 긴장해서 제 딴엔 심각(?)한 자세로 교문 앞 성당을 살며시 들어 가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간곡히 빌고, -당시엔 의례적으로 참여했지만-해마다 오월이면 성모송을 부르며 촛불을 밝혔던 기억이 따스한 온기로 마음을 덥혀 줍니다.
시험을 마치면 바로 학교 아래에 있던 2개의 극장을 번갈아 단체관람했는데 , 아주 오래된 명화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닥터 지바고`... 어린 가슴에 다른 세상을 만난 듯 설레고 신기했지요.
작은 서점이 있어 150원인가 하던 삼중당문고를 한 권씩 사 보는 게 큰 낙이었어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벽돌집`이란 분식점이 있었는데 용돈을 아껴서 쫄면을 먹겠다고 단짝과 걷던 주택가 풍경이 기억납니다. 더 멀리 초량 쯤에 `선화당`이란 작은 분식점도 유명했는데, 거기 단팥에 소프트 크림을 듬뿍 올려 주던 `크림팥죽` 참 맛있었지요...
어느 새 딸아이가 중 3이 될 만큼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네요.
지금 제가 생각해도 상상이 안될만큼 개구장이였고, 이벤트를 잘 만들던 엉뚱 발랄 소녀가 중년이 되어
지금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지난 시절과 사랑했던 모교를 그리워 하는 깊은 밤입니다.
옛날에 그토록 궁금해 하던 미래에 내가 살고 있는데도, 꿈꾸며 세상으로 나갈 연습을 시작하던 그 소녀는 지금
다시 그 시절 속으로 단 하루만이라도 돌아 갈 수 있다면, 그 보석같던 시간을 조금이라도 향유할 수 있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먼 훗날의 나는 이런 지금의 내 모습만이라도 절실히 그리워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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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모교
꿈같던 날들 조회수 : 508
작성일 : 2008-10-10 02:05:15
IP : 121.169.xxx.8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원글님 올리신글과
'08.10.10 5:35 AM (61.109.xxx.6)상관없는 얘기인데..
새벽 2시까지 시험앞두고 공부하는 따님과...같이 옆에서 잠을 못드는 원글님..
부럽고 부끄럽네요.
역시 공부잘하는 아이에게는 그만큼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정성이 있는듯해서
시험때도 밤 11시를 못넘기는 고교생 울아들과 얼렁뚱땅 엄마인 저는 마음 비우고 살렵니다~ ^^2. 헤르미나
'08.10.10 11:29 AM (118.42.xxx.49)d여중 말씀하시는 건가요?
얼마전에 가보니 왠 운동장만 덩그라니 있더라구요.
아이가 중3이면 저랑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을수도 있겠네요.
많은 추억들이 묻어있는 곳인데 가슴 한켠이 휑~~하니 ..3. 혹
'08.10.10 4:47 PM (125.178.xxx.15)그여고는 동여고 인가요?
그곳에서 학력고사를 보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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