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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야~ 커피 한잔 타오너라~

곰탱마눌 조회수 : 950
작성일 : 2008-08-06 18:30:22
결혼한지 4년쨉니다.
결혼 전에 아버님이 뭐.. 이런저런 이유들로 절 좀 반대하셨었구요.
그래도 남푠의 강력한 주장으로 결혼 했네요.

결혼하면 그래도 이뻐해주시겠지~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4년 살아보니.. 뭐, 그냥 그렇습니다. ㅎㅎ

그렇다고 특별히 미움받는 며늘인건 아니고요.
아버님이 경상도 분이시고, 또 꽤~나 보수적인 분이시라
말씀도 적으시고.. 더군다나 다정하게 말씀하시는 분은 절대 아니시죠.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어머님이나, 울 남푠, 시누한테도 절대 정답게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근데.. 저만 좀 다른건.. 제게는 거의 말씀을 안 하신다는거...ㅎㅎ

결혼 초에는 가족들과 전화통화 하시는데..
(아버님은 지방에 계셨고, 마침 집에 어머님, 남푠, 저, 시누 부부 일케 모여있었죠..^^;;)
맨처음 어머님, 그담엔 시누, 그 담엔 아주버님. 그 담엔 남편과 통화를 하시더라구요.
다음은 제 차례겠구나.. 싶어서 무슨 말씀을 드리나 머릿속이 복잡하던 찰나에
울 남편이 .."네.. 네.. 네.. 아부(지)..."하더니 전화를 끊는겁니다.
아버님 하실 말씀 다 하시고 전화를 끊었더래요. 헉..
뭐.. 그런적도 있고.. 암튼 말씀 잘 안 하십니다.
왜 아기 안 생기냐고 호통치실때만 빼고.. ^^;;



그러다가 어느날인가..
아버님이 서울집에 올라오셨는데..
마침 어머님과 시누는 목욕하러 가시궁, 남푠은 잠깐 놀러나가궁..
집에는 아버님과 저, 그리고 울집 강아지 해피 밖에 없었어요.
방에서 텔레비젼 보시는 아버님과 울집 몽몽이.
그리고 컴터 하며 안방 동정을 살피는 저.. ㅋㅋ
그런데 갑자기 안방에서 뭐라 말씀하시는 아버님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저는 혹시 절 부르셨나.. 싶어 안방 문앞에 쪼르르~ 달려가서 들여다봤더니
울 아버님 몽몽이를 지긋이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시는겁니다.
"해피야~ 할애비 커피 한잔만 타오거라~"
절 불러서 말씀하시면 될 것을, 절대.. 부르지 않으십니다. ㅋㅋ
그런다고 어디.. 개가 커피 타나요..?

저는 잽싸게 부엌으로 달려가서 커피 한잔 탄담에..
울집 몽몽이 살짝 불렀습니다..
"해피야.. 아버님 커피 갖다 드려라~"



물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했습니다. ㅋㅋ 감히 아버님께 도전할만큼 간뎅이가 붓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얌전~히 쟁반에 커피잔 받들어 안방으로 배달 서비스 했습니다. ㅋㅋ


사실.. 이 얘기는.. 좀 지난 얘기네요.
그렇다고 완전 결혼 초 얘기는 아니고요.. ㅋㅋ
그치만, 지금도 아버님은 절대.. 저를 부르지 않으십니다.
여전히 커피 주문은 저희 몽몽이 해피가 받아옵니다. 우리집 해피는 얼굴 마담인가봅니다. ㅋㅋ

뭐, 첨엔 사실 전화 통화를 해도 저랑은 통화 잘 안 하시고..
어쩌다 제가 전화 받아도 3문장 이상 말하면 어머님을 바꾸라던가, 남푠을 바꾸라던가 하시면서 통화도 길게 안 하시고 그래서 살짝 상처 받았더랬는데..
생각해보니.. 아버님 성격상.. 제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그렇다고 "아가야~"라는 살짝 간지러운 호칭을 쓰시는것도 무리인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는 상처 안 받고 그냥그냥 삽니다. ㅋㅋ
가끔은 남푠이나 시누에게 여과되지 않은 아버님표 대화를 하시는거 보면서
저 대화에 나는 그래도 끼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요.. ㅋㅋ(엄한 아버님이시니까요.. ^^;;)

나중에.. 아마 아가가 태어난다면.. 커피 담당은 더이상 우리집 몽몽이가 아니라 제 아가가 되겠죠..
그때가 되도 아마 여전히 아버님은 제 이름을 부르시거나 "아가~"라고 불러주시진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그때쯤엔.. "누구 엄마야~"라고라도 한번쯤은 불러주시지 않으실까 기대해봅니다. ㅎㅎㅎㅎ







그냥 웃자고 쓰는얘기예요~ ㅋㅋ
IP : 122.34.xxx.49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8.8.6 6:33 PM (211.209.xxx.11)

    그냥 웃겠습니다. ^^;;

    해피가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겠습니다.

  • 2. ^^
    '08.8.6 6:36 PM (119.203.xxx.2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곰탱마눌님 지혜로우신 분인듯.^^
    해피가 없었음 어땠을까 그날 풍경을 떠올려 봅니다.ㅎㅎ

  • 3. 흐흐..
    '08.8.6 6:37 PM (125.252.xxx.38)

    원글님이 참 낙천적이고 성격 좋은 분인 것 같군요.

    시아버님 복이 많으신가봅니다.

    그런데 님 생각처럼 차라리 님과 직접 부딪치지 않으시는건 시아버지 성격이신 것 같아요.

    오히려 며느리가 어려우신게 아닌가? 그래서 만만한 해피가 커피심부름 담당이 된 것 같아요.

    커피는 마시고 싶고... 며늘아기 부르긴 낯간지럽고 괜히 민망(?)해서리...ㅎㅎ

    상처받지 마세요. 그리고 불편한 전화는 통화 안하시는게 맘 편하잖아요.^^

  • 4. ^^
    '08.8.6 6:39 PM (118.8.xxx.33)

    아버님이 예전 일도 있고 갱상도 분이시라 쑥쓰러운 것도 있고해서 대면대면하시는 거 같아요.
    두분과 그 사이의 해피...상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나네요 ^^
    제 새언니랑 아빠도 보니까 아이 낳고 나니 아이 가운데 두고 할 얘기들이 생기더라구요.
    조금 기다려보세요 ^^

  • 5. 꼬마아줌마..
    '08.8.6 6:43 PM (211.198.xxx.193)

    아버님 성격..마음 헤아리시고 마음 넓게 생각하시는 모습..
    글 읽으면서 웃음지었어요..^^

    앞으로도 상처 받으시는 일 없으시길 바라구요...
    저희 아버님도 아이 이야기..할때 하시고..
    왔냐..잘가라... 밥 많이 먹어라.. 정도세요..

    전화드려도 어른들 잘계시냐..할머니 건강어떠시냐.. 들어가라..세요...^^

    어른들 세대에는 사근사근..포근포근한 사랑을 나누는 경험이 없으셔서
    그러신듯 해요...

  • 6. ㅎㅎ
    '08.8.6 6:51 PM (211.195.xxx.221)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원글님 마음이 넓고 긍정적이어서 좋네요.
    라디오 사연 보내보세요~~ㅎㅎ

  • 7. 쫌아까그..
    '08.8.6 8:41 PM (121.128.xxx.151)

    정말 예쁜 새댁이네요.
    저렇게 맘 고운 며느리 보신분은 복이 많으십니다.
    더불어 새댁도 복받으실껴~

  • 8. 해피야...
    '08.8.7 2:17 AM (121.140.xxx.155)

    그 때 맘먹고
    해피야, 아버님 커피 갖다 드려라...했으면
    아버님 반응이 어땠을까요?
    장벽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을까요?

  • 9. 곰탱마눌
    '08.8.7 8:15 AM (122.34.xxx.49)

    사실은..
    아버님과의 대화의 시간을 좀 늘려보려구
    나름 궁리를 해서 아버님께서 전화를 하시면 뭔가 대사를 좀 더 쳐보기로 맘을 먹었지요.
    평소엔 "여보세요?" 하면 "내다. 어머니 바꿔라"하시거든요.
    그래서 "내다"와 "어머니~"사이에 '퇴근은 하셨나요?/식사는 하셨나요?/ 요즘 날씨가 덥지요?/'등의 대사를 몇번 쳐봤네요.
    근데.. 세문장 넘어가니까 "아! 어머니 바꿔라!"하면서 목소리가 커지시는 바람에..ㅋㅋㅋ
    살짝 쫄아서 요즘은 다시 대사가 좀 줄었네요....ㅋㅋ

    나중에 다시 시도해볼꺼예요. ㅋㅋ
    1보 후퇴, 2보 전진.. 레퍼토리나 짜봐야죠. ㅋㅋ

  • 10. ..........
    '08.8.7 12:27 PM (211.215.xxx.22)

    아버님이 원글님 싫어하시는건 아닐거에요..이왕에 내며느리 된사람인데..결혼전에 반대좀 하셨더라도... 막상 내사람되면.. 그마음은 아닐거에요..우리 친척 어른들도 그렇고..저희 시어머니도 그렇고
    며느리될사람 사위될사람 맘에 안들어 속상해 하시더니 막상 결혼하고 나니까..
    언제 그랬나는 듯이 .. 마음속으로 든든해하시고.. 이뻐하십니다..
    물론 겉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는 부분이 있지만서도...


    며느리에게 커피 타달라 그러는것도 그냥 어렵고 민망해서.. 강아지 한테 부탁하는거고..
    특히 남자어른들이 말씀이 없으신게 대부분인것 같더라고요...그게 미덕인지 아시는 분들도 많고요..
    말많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아버님들은 너무 말 많이하면 체신머리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냥...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제가 보기에 아버님은 원글님 싫어하시는건 아니에요..
    은근히 이뻐하실것 같다는.. 싫어하는 사람같으면,,강아지한테 심부름도 안시킵니다요..ㅎㅎㅎ

  • 11. ㅋㅋㅋ
    '08.8.7 2:23 PM (210.90.xxx.75)

    곰탱마눌님..너무 귀엽다는..생각만 해도
    시아버지가 안방에 갇혀서(?) 얼마나 커피드시고 싶은데, 말은 못하겠고... 몽몽이한테 그랬을까.
    정말 남자들은 멋없어요..

    정말 지혜로운 며느리이십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도 타고 나셨나봐요.
    나중에 애기 생기면 2보 전진 기대할께요.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 재미있다는... 시아버지 시리즈 앞으로도 부탁드려요.

  • 12. 곰탱마눌
    '08.8.8 12:08 PM (122.34.xxx.49)

    헹헹 감사합니다. ㅋㅋ
    하지만 시아버지 시리즈는 당분간 없을 듯 합니다요..ㅋㅋㅋㅋ

    시어머님 시리즈로 해볼까요?
    울 어머님 굉장히 재밌으신데..ㅋㅋㅋ

  • 13. ㅎㅎㅎㅎ
    '08.8.8 1:10 PM (122.32.xxx.149)

    늦게 들어온 1인. 시어머니 시리즈 요청합니다.
    근데 이 댓글 보시려나요? 지금 무려 21페이지인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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