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잘 몰랐다가 하도 여기저기서 재방을 하기에 보게되었던 드라마예요
김지수가 악역인가 싶은데 희한하게 좀 불쌍해뵈고 하면서 점점 챙겨보고 있네요
요즘 이하나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김지수의 드러내지 못한 내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또 다른 재미가 있네요.
태양의 여자 보면서 엄마의 태도에 의해 아이들이 다 느끼고 어떤 성향들이 강화되는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 두 딸 모두 본능적으로 그 엄마에게서 살아남는 법을 알았던거죠
동생은 엄마의 힘을 이용해 언니를 조정할 수 있음을, 언니는 그 위기감에 순간적인 잘못된 선택을..
그리고 나중에라도 정애리가 김지수에게 살갑게 대하기도 했다면 왜 김지수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누구라도 죄책감을 지고 살기는 어렵지않을까요
다만 김지수는 죄책감을 온전히 느낄 겨를도 없이, 동생도 없는 집에서 여전히 파양의 두려움에 떠느라 생존본능만을 발휘하고 살았던건 아닐까 싶었어요
그렇기에 정말정말 육아에서 오는 어떤 극악한 상황에서도 엄마의 힘이 가장 중요하구나 했네요
몇일전 본인이 힘들어 글 올렸던 그 6살 아이엄마의 글에서도 엄마의 입장에 공감하는 사람, 딸의 입장에 공감하는 사람으로 나뉘었던 기억이 나요
저는 마음 아프지만 엄마를 먼저 돌봐야함에 댓글 달았었어요
그것이 결국 그 아이를 위하는 것이고, 그 집안을 위하는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에요...
당장 아이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힘든 상황에서 당사자가 아이에게 사랑을 줄 여력이 없지 싶어서요
제 경우를 보자면 겉보기에는 그닥 힘들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없는 그저 평범한 집에서 자랐지요
근데 제 속은 늘 우울하고 불편하고 내가 아닌 삶을 살고있다는 게 있었어요
남들이 보기엔 그저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겠다고 내 스스로도 인정하면서도 암튼 나는 힘든거죠
공감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억울하기까지.. ^^
사실 힘들면서 사람들이 다 그러고살지...하면서 아무렇지 않은듯 연기하면서 사는 부모님 모습이 이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구요
그냥 외면하고 살았지요
형식적인 만남은 하고, 겉보기엔 꽤 친해보이기도 하고, 아빠랑만 좀 서먹서먹한 그런 평범한 출가외인..
근데 어쩔수없이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올라오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숨기고싶지만, 육아에 의해 자꾸만 드러나는 감정들...
겉으론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내 맘속엔 악마가 살고있었던듯..
당연히 아이는 분리불안에 소극적이고 최소한의 응대도 안하는 답답한 모습이고...
그게 아이 다섯살때 모습이예요
그리고 지금은 아홉살인데, 무지 많이 밝아지고 자유로워졌네요. 감사하게도..
아직도 아이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제 맘속은 그닥 편하지 않아요
그리고 어떨땐 예전처럼 (아무리 그래도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제가 성질을 부릴때도 있는데,
희한한건 이 아이가 제 눈치를 점점 안본다는거죠
어떨땐 좀 그 시간이 지난 다음에 "엄마, 무슨 말인진 알겠는데, 화는 좀 안내고 얘기하면 좋겠어."라 하더군요
켁... 할 말 없죠
생각해보면... 지금 아이의 모습이 제가 아이를 낳기 전에 '나는 이런 모습으로 키울거야'라고 꿈꿨던 모습에 많이 가까워요
내 생각은 그러했으나 나는 그런 모습을 내 가정 안에서 본적도 없기에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었을까해요
제 경험으로는 자꾸만 나를 돌아보고, 원망할 것은 원망도 해보고, 상담이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모임이 필요하면 그런것도 해보면서 일단 내 마음에 모여있는 여러 응어리들을 보고, 풀고, 날리고 했던것이 중요했어요
그리고 아이한테도 그간 힘들었던 감정들 풀어내도록 기다리고 안아주고 그런 시간들 많이 필요했구요
처음엔 아이 안아주는 것이 넘 어색하여 에미나 딸이나 참 엉거주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작 여섯살 짜리 안는것이 왜이리 어색하고, 아이도 궁뎅이를 뒤로 쭈욱~ 빼던지 민망하데요
대부분의 경우 공감받지 못하는 가정환경을 갖고도 불만에 가득찼던 저를 돌아볼 때,
어떤 사람이라도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감정 내지는 응어리 같은거 다 있는거 같아요
그리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애기가 아닌 자유의사에 따라 행동하려는 두돌 내외를 전후로 엄마들이 자꾸 새로운 감정에 맞닥뜨려 힘들어하는 것도 거의 비슷한거 같구요
아빠들은 전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느낌이 적어서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내 어린시절을 돌아보는 경험을 하기가 좀 힘든거 같더군요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여자들에게 참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내 안의 숨기고 싶은 그림자를 결국은 숨기기 어려움을 자꾸 깨달을 수 있으니까요
요즘 매몰차고 냉정한 엄마에게서 상처 많이 받았다는 님들의 글들 보면서 사실 많이 찔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외할머니로부터 매몰차고 냉정한 대우를 받았던 장녀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 사랑이 나를 위한 사랑이라기보다 엄마의 보상심리로 느껴져서 였는지 달갑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반대로 제 딸에게는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아이를 뜨겁게 하지 않는다는 신념에 냉정하고 차갑게 대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다 할 수 있는데, 왜 미리 나서서 걱정하고 해줄려고하냐면서요...
부모교육 받으면서 또 반성했슴다
꼭 해줘야하는 그 시기에조차 나는 헛생각하면서 아이를 돌보지 않았구나...하구요
엄마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이 너무 뜨겁고 부담스러웠기에 나는 아이가 편하게 느끼도록 거리를 두면 된다했던거지요
근데 결과는 똑같더군요
분리불안, 소극적, 자기표현을 두려워함...
저도 어릴때 딱 그랬고, 제 딸도 그 나이때 딱 그랬어요....
극과 극은 결국 크게 다르지 않다고... 무섭더군요
삼십대 후반... 아직도 한참 더 가야하는 제 경험이 님들께 어떤 의미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글들 계속 보면서
문제 없어보이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도 속내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촛불덕분에 파뤼쿡에 들어와서 댓글만 다는 댓글인생 보내다가 첨으로 '원글' 써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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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얘기로 글 쓰다가 삼천포로...
풍경 조회수 : 898
작성일 : 2008-07-23 02:30:58
IP : 221.141.xxx.11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음...
'08.7.23 8:44 AM (58.124.xxx.39)어린 시절의 상처, 그로인해 몸은 자랐지만 마음 어느 부분은 아직도 어린아이인채 남아있는...
저 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이 곳에서 많은 분들의 비슷한 이야기들을 접하며
위로를 많이 받아요.
자식을 키우며, 혹은 상처 준 부모에게 고백하며, 맞서며, 스스로 꾸린 따뜻한 가정 안에서
우린 그렇게 서서히 자신을 치유해 가는 것이겠지요.2. caffreys
'08.7.23 10:05 AM (203.237.xxx.223)태양의 여자 지난 주까지 보고 못봐서 그러는데...
김지수 약혼남이 집앞에서 둘이 키스하는건가 그거 목격하는 데까지 봤어요
어떻게 됐나요?3. 풍경
'08.7.23 1:09 PM (221.141.xxx.21)거기가 지난주 목욜 마지막이었던 같네요
딱 정해놓고 보기보담 가능하면 본다.. 정도이다보니 본방과 재방이 마구 헛갈리지만...
지난주 목욜엔 챙겨봤던거 같아요
글구...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린시절의 상처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돌보기가 되지 않으면
여전히 그 아이적 힘든마음이 나를 지배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해요
나이들면 다시 애가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이런것과 연관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주변에서는 진정 지혜로운 노인의 모습은 보기 어렵잖아요
인디언부족의 지혜의 상징인 원로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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