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우리 아덜. 여전히 제 물건 정리하는데 서툴기 그지없다.
지난 월요일 아침도,
순서대로 아침먹고 옷 입고 제방으로 들어가더니
느릿느릿 가방을 만진다. 그때서야 준비물 없나 체크하는 거다.
낼 모레면 중학생인데,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안돼 걱정이다.
맨날하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느긋하게
아침에 책가방 정리하는 아덜에게 더이상 잔소리할
여력이 없어 이젠 그냥 두고만 보는 중이다.
때문에 가방에 뭐가 있나 알리 만무.
엄마인 나도 이젠 지가 컸으니 알아서 해야 하지 싶어
가방을 안 본지도 오래다.
월요일 아침, 학교가려고 인사하면서 책 한권을 내게
건넨다. 진작에 받아온 2학기 교과서를 이제야 책가방에서
꺼냈나 보다. 사회책이었다.
'엄마, 30페이지 펴봐. 거기 명박이사진 나왔어.
에이, 눈 버렸네...'^^
교과서는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두페이지에 걸쳐 대통령의 사진을 여러장 실어 놓았다.
교과서는 미리 만들어 놓는거라고 짐작한 나 역시
일부지만 교과 내용을 신속히 수정한 그 놀라운 순발력에
혀가 내둘러졌다.
현 정권이 들어선지 겨우 4개월여, 교과서를 만든 일정으로 보자면
그 보다 훨씬 먼저였을 텐데.... 도대체 뭘 홍보하고자 2MB의 사진을
그리도 신속하게 실어놨나...
대통령이 하는 일을 실을 거면 잘한게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잘하진 못해도 최소한 잘하려고 노력이라도 해서
대통령의 소임에 충실한 면이라도 보이고 나서라야
교과서에 실리는 게 순서 아닌가.
우리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대통령은 초딩하고 싸운다는
우스개소리까지 들은 대통령 아닌가.
이젠 초딩도 현 정부가 엉터리임을 다 안다.
그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또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방이라서 자주 가보진 못했지만
엄마아빠 따라 촛불집회를 몇번 다녀오면서 훨씬 의젓해 진 우리 아덜과
요즘 초딩은 탄탄한 개념으로 탑제한 만만한 넘들이 아니다.
존경을 받을 만한 대통령이 교과서에 실려 우러러보면 오죽 좋겠는가.
아니, 존경은 고사하고라도 초딩에게 손가락질 받는 대통령만 아니래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이가 식탁에 놓고간 사회교과서를 들여다 본다.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교과서를 대하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다른 사진은 몰라도 한미소고기 협정을
졸속으로 맺어놓고 부시와 나란히 한미정상 회담을 하고 있는
사진이 나와 있어서다. 그리고 외국경제인들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사진이
실렸다. 한미쇠고기협상 발표 하루전에 대통령이 와인잔을 치켜들고 있는 사진이다.
두개의 사진이 특히 눈에 거슬린다.
졸속협상으로 대대적으로 촛불을 일으킨
그날을 우리는 '국치일'로 명명하지 않았던가.
2학기에 사회교과서로 공부할때마다
아이들은 대통령의 실정을 떠올릴 것이다.
참고로, 6학년 2학기 사회교과서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행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교과서에 실린 2MB.
자전거 조회수 : 478
작성일 : 2008-07-16 13:46:18
IP : 116.125.xxx.6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음 ~~
'08.7.16 1:49 PM (121.144.xxx.210)쥐새끼 사진에 낙서 하는 애들 많이 생기겟군요...
2. 벌써
'08.7.16 1:52 PM (116.125.xxx.64)울 아들 말풍선 만들어 기가 막히게 만화 그려놨어요.^^
3. d
'08.7.16 1:53 PM (125.186.xxx.132)그사진 부시 운전수 사진아닌가요?ㅡㅡ
자랑스럽게 올릴 사진도아니더구만4. 뭐야
'08.7.16 1:58 PM (121.151.xxx.149)박정희가 생각나는것은 왜인지요 ㅠㅠ ㅎㅎ ㅋㅋ 휴 이게 다 내맘이네요
5. caffreys
'08.7.16 2:10 PM (203.237.xxx.223)븅신이 아주 가지가지 하는군요.
대한뉴스에 그 쥐꼬리같은 얼굴까지 다 부활하겠군요6. 메텔
'08.7.16 4:38 PM (203.246.xxx.71)하는짓마다 우째........2mb 포기할랍니다. 울나라는 대통령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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