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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한 생각

홍두깨 조회수 : 458
작성일 : 2008-07-16 03:56:24

뉴라이트 기관지로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다. 안병직이 발행인 겸 편집인이다.

작가 복거일은 이 잡지의 최근호에 "평등과 한국의 평등주의"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정교하다. 이 정교하다는 느낌은, 조갑제 이문열 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조갑제나 이문열 등의 임무는 한마디로 말해 '흙탕물 일으키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적 수준의 일반인이 보기에도 낯부끄러울 정도의 언사들이 그들의 입을 통해 발설된다. 대중은 그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의 어휘들은 좀 낮은 수준의 어휘들이기 십상이다.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기 쉽다. 조씨와 이씨와 비슷한 수준의 활동을 보이는 사람은 여당 정치인들 가운데에서도 수두룩하다. 대변인 부대변인 등이 자자 그렇다.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다.

이들의 흙탕물 일으키기는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 정치의 이전투구가 아닐까? 그럼으로써 정치는 더러운 것, 그놈이 그놈이야, 라는 자조와 냉소를 만들어내는 것 따위. 그런 자조와 냉소를 대중에 유포시키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노림수이다. 그럼으로써 정치 불신, 정치 혐오, 정치에 대한 무관심, 정치 허무주의를 널리 유포시키는 것.

대체로 그들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의 수가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드는 현상은, 그들이 일으킨 '흙탕물'에 질린 대중의 반응이 아닌가 싶다. 대중의 무관심, 허무주의, 혐오감, 냉소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했고, 그 고통은 현실이 되었다.

쉽게 말해서 대중은 보수를 자칭하는 몇몇 사람, 총대를 매고 앞에 나선 몇몇 정치인, 몇몇 언론 등에 '발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낚시' 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잊을 만하면 돌출하는 조씨 이씨 등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그들이 드리운 낚시밥을 덜컥 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비해 복거일, 안병직, 이영훈 등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잘 드러나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실제적으로는 더 '실질적'인 일들을 수행한다. 일례로 복거일은 그동안 꾸준히 현정부게 주문했다. " 지도자는 때론 무정도 하고 무자비하기도 하고 과감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고, "유화책은 늘 어리석다"며 "북한에 대해 유화책만은 삼가야 한다"고 훈수하기도 했다. 안병직은 대통령을 향해 "철학 없는 실무의 독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들은 또 한국 근현대사를 고쳐 쓰기도 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집약되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생각이 대표적인 예이다. 식민지 침탈이 아니라 식민지를 경과하면서 사회적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이 그들 주장의 핵심. 정신대 문제 또한 그 실체조차 부정한다. 한마디로 정신대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놀라운 해석을 내린다.

문제는 조갑제 등의 바람잡이에게 휩쓸리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냉정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은 그들이 바라는 것이 된다.

복거일은 평등에 관한 위의 논문에서 '기회의 평등'은 인정하나 '결과의 평등'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평등에 관한 이러한 분류를 이들의 주특기이다. 송호근이라는 학자도 이런 분류법을 쓰면서 '결과의 평등'을 부정한다. 복지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를 용인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한 주장의 근간에는 그의 독특한 '진화론'이 논리적 전제로 자리잡고 있다. 그의 아르케는 이 진화론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연 선택을 통해서 진화했다. 선택은,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평등하지 않은 대우를 뜻한다. 자연 선택은 유전될 수 있는 특질에서의 변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연 선택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 자연에선 평등이 들어설 틈이 없다. 모든 유기체는 경쟁 속에 놓이고 오직 작은 수의 개체만이 살아남는다." 이것이 복거일의 전제이며 논거이다.

무서운 논리다. 자연 세계의 원리를 이성이 존재하는 인간 사회로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오직 작은 수의 개체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인간세계에 적용할 때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겠는가? 그가 경쟁을 지고의 가치로 놓는다. 경쟁에서 소외된 자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게다가 그의 방대한 저서 가운데 '인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더욱 두렵다.

그러니 앞에서 흙탕물을 일으키는 사람보다는 뒤에 누가 있는가를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점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



IP : 124.63.xxx.7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ㅉㅉㅉ
    '08.7.16 6:08 AM (91.17.xxx.242)

    예전에 복거일이 영어공용화론 주장했더랬지요? 어째 다들 그 모양인지 ㅉㅉㅉ

  • 2. 복거일
    '08.7.16 9:44 AM (58.230.xxx.141)

    소설 재밌게 보고 영어공용화론도 재밌게 보았던 사람입니다.
    근데 왜 이러는 걸까요?
    나랑 입장차이가 있네요.결정적인 입장차...... 함께 살자....요기에서 나눠지는 것 같아요.

  • 3. 저도 복거일
    '08.7.16 10:04 AM (211.187.xxx.197)

    정치로나 철학으로나 저들과 부합되는 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진짜 의외의 인물이었음.

  • 4.
    '08.7.16 12:22 PM (222.236.xxx.80)

    복거일, 류철균(이인화), 전여옥(정치인 이전 테러리스트가 되라 쓸 당시)이
    전 무서웠어요.
    관리하고 통제하여 경쟁에 이긴 자만 인간이라는 선언처럼 들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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