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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끌 때가 아니라면 '비폭력'을
김종배/뉴스에세이 2008/06/27 16:54
1.
1987년 7월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6월의 긴긴 함성이 끝나고 난 직후입니다.
부산행 고속버스에 올랐습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핑계 삼아 짐을 꾸렸습니다. 바람을 쐬고 싶었습니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을 꿈꾸면서 고속버스에 올랐습니다.
짧은 머리에 검게 그을린 피부의 청년이 앉아있더군요.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군인 아니면 전경이었습니다.
“……”
“……”
저와 그 청년이 말을 섞은 건 고속버스가 휴게소를 벗어난 직후입니다. 그 청년이 음료수를 건네더군요.
“저 혹시 대학생인가요?”
“네.…”
“혹시 어느 대학교인지…”
“○○대입니다.”
눈이 동그래지더군요. 그러면서 외마디 말을 토해냈습니다.
“제가 ○○대 정문 앞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화, 아니 설전이 시작됐습니다. 왜 ‘짱돌’에 ‘(화)염병’을 던지냐고 하더군요. 저도 되물었습니다. 왜 최루탄에 ‘지랄탄’까지 쏘냐고 했습니다.
목소리가 컸나 봅니다. 앞뒤, 그리고 옆자리의 승객들이 호기심 반 짜증 반으로 저희들을 지켜보더군요.
설전을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말을 돌렸습니다. ‘주장’에서 ‘경험’으로, ‘입장’에서 ‘무용담’으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교차했습니다. 그 청년의 경험과 제 경험이 명징하게 대비됐습니다.
그 청년은 자기 동료가 병원에 누워있다고 했습니다. ○○대 학생들이 던진 ‘염병’이 투구에 맞아 깨지면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했습니다.
저도 말했습니다. 내 후배도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습니다. 전경들이 쏜 직격탄을 맞고 두개골이 함몰돼 중환자실에 있다가 이제 겨우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고 했습니다.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습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른 다음에 서로 악수를 하며 헤어졌습니다. 몸조심하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고속버스 터미널을 빠져나갔습니다.
2.
20년 후로 돌아와 주위를 둘러봅니다.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50대 남성의 손가락이 절단됩니다. 촛불시위를 진압했던 전경이 기절해 동료 등에 업혀갑니다. 방패에 찍힌 시민의 얼굴이 피범벅이 됩니다. 시위대에 멱살 잡힌 전경이 길바닥에 쓰러집니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연출됩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전경에 집단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경찰과 한나라당은 안민석 의원이 기동대장의 턱뼈를 나가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크게 다를 바는 없습니다. 20년 전이나 20년 후나 팽팽히 대립하고 끝없이 입씨름을 합니다.
3.
욕먹을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양쪽 모두로부터 지탄 받을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발단을 제공한 쪽이 있는데 왜 싸잡아 양비론을 펴느냐고 뭇매를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하렵니다.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하렵니다.
그건 불행이라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하지 않으렵니다. 너무 보편타당한 얘기니까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20년 전의 일을 반추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콕 찍어 말하렵니다. 촛불을 든 시민을 향해 말하렵니다.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하렵니다.
촛불시민이 잘못 했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전경을 두둔하려고 하는 말은 더더욱 아닙니다.
전경들에겐 자율성이 없습니다. 그들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존재입니다. 이런 전경들에게 자율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건 옳을지는 몰라도 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
오늘 뉴스가 나왔습니다. 경찰이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기로 했답니다. 전경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경찰 지휘부는 그렇게 작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선합니다. 아마 더 강렬하게 자극할 겁니다.
4.
최루탄 가루를 뒤집어써본 사람은 잊지 않습니다. 최루가스가 눈에 핏발을 서게 하고 눈물 콧물이 뒤범벅 되게 만들고 아스팔트 위에 구토를 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끔찍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란 위액을 토해내면서 더불어 속이 뒤집히고 뒤집힌 속이 분기를 팽창시킨다는 사실도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경찰이 최루액 섞인 물대포를 쏘는 순간 이 끔찍한 경험이 다시 현실이 될지 모릅니다. 눈에 핏발이 서고 속이 뒤집힌 시민 일부가 ‘짱돌’을 들고 각목을 들지 모릅니다.
이해합니다. 고통에 약합니다. 순간의 분기를 억누르기 힘듭니다. 그것이 모든 사람들이 내보이는 일반적인 반사현상입니다.
이해하지만 옹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촛불이 꺼집니다. 촛불이 꺼진 그 자리에 ‘극렬 좌파’ ‘반미 프로’를 규탄하는 선무 방송차량이 맴돌 것입니다. 색깔 공세를 더 강화하겠죠.
고통스럽더라도 참아내야 합니다. 눈물 콧물이 흐르면 팔로 훔쳐내고 눈에 핏발이 서면 질끈 감고 속이 메스꺼우면 구토를 하면서라도 참아내야 합니다. 물대포에 맞설 것이 아니라 피하면서, 방패와 맞부딪칠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나면서 참아내야 합니다. 그렇게 참아내면서 어깨동무를 해야 합니다.
아직 촛불을 끌 때가 아니라고 확신한다면, ‘될 때까지 모여라’고 외치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비폭력’을 외치고 ‘무저항’을 다짐해야 합니다. 그것처럼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외침은 없습니다.
돌아보면 압니다.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선 때는 촛불을 든 시민이 가장 적을 때였습니다.
둘러보면 압니다. 고시 강행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눈길을 풀지 않고 있는 시민이 다수입니다.
깊게 심호흡을 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 씨비스킷
'08.6.27 6:45 PM (211.168.xxx.22)절대 맞습니다,,,비폭력의 위대함은,,,어설픈 중도 입장들까지 변하게 하니까요,,,
100만 촛불이 위대햇던것은,,,그 수많은 군중심리에서도,,,이성을 잃지 않은 그점!!!2. 참신한~
'08.6.27 6:46 PM (121.170.xxx.83)맞는다는건 알지만 길게 호흡 하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해야겠죠
3. 저도그랬으면
'08.6.27 6:51 PM (58.142.xxx.234)귀한 말씀감사합니다
4. airenia
'08.6.27 6:59 PM (218.54.xxx.228)원론적인 얘기는
절대 필드에서 환영 못받습니다.
전쟁터에서 사랑과 평화를 외치실건가요?
내가 총알을 맞고 내 동료가 머리가 터지는데???5. 맞아요
'08.6.27 7:06 PM (59.13.xxx.230)원론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절대로 비폭력 시위를 해야 관망(?) 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낼 수 있습니다.
만약 폭력시위가 된다면 지켜보던 국민들은 등을 돌립니다.
민심을 더 많이 얻어 더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 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감성적인 대응이 아닌 냉철한 이성적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폭력시위 하다 잡혀가면 구속이지만, 비폭력시위는 잡혀가지만 구속 되지는 않습니다6. 무저항은 공감못해요
'08.6.27 7:12 PM (58.120.xxx.217)그런데 저분 요즘 현장에 계셨던 분인가요?
물대포에 맞서지 말고 피하라구요?
어제 그제 물대포를 못참고 견디다 피했더니 대오가 무너지고 진압이 들어와
폭력을 행사했는데. 새문안에서 어떤 전쟁이 벌어졌는지 그 자리를 경험하시고
'무저항'이란 단어를 쓰셨으면 하네요. 전경의 폭력에 머리 깨져 사람이 죽어도
무저항해야 합니까? 아직 죽진 않았으니 라는 대답을 할건가요?
죽기직전까지는 버티란 얘기인가요?
우리가 폭력을 쓴 적도 없는데 비폭력. 비폭력 구호 뒤에서 외치는 분들
앞대오에 있던 시민들 서러워 합니다.
그것도 자신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뒷걸음질치면서 외치는 구호.
왜 무저항을 해야 하죠? 지금 MBC고 KBS고 메이저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들이 무차별 폭행당하는 것은 잘 보여주지도 않고 시민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에만
초점 맞춰서 일부러 화면 보여주고 폭력집회다 라고 조장하던데.
저항권 행사까지 못하면 누가 집회에 나오나요? 안그래도 집회에 나와서 시민들 앞에
서있는 시민들은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도와달라고 제발 앞으로 밀착해달라고
간절히 애원해도 앞으로 나와주지 않고 쳐다보기만 하면서 가만 있다가 그저께 새문안이
당한 겁니다. 대오정리하고 스크럼만 짯어도 안밀렸어요. 인원이 적지도 않았고.
대오 앞에 서서 방패를 막는 분들, 자신의 친구들이 바로 옆에서 전경의 폭력에 정신을 잃고
몸이 축 늘어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제 옆에서 까무라치며 울부짖던 그 청년이 무저항을 이야기했다면 저도 알겠다고 노력하겠다고 하겠습니다.
비폭력이고 무저항이어야지 시민들이 더 나온다는 얘기도 이제는 공감 못하겠습니다.
저는 비폭력은 공감하지만 무저항에는 공감 못합니다.
오히려 시위가 길어지니 택시기사고 지나다니는 행인이고
시위대에게 욕만 하면서 지나갑니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지겹다고 끝낼 때 되지 않았냐고
니네때문에 돈벌이가 안된다고 니네때문에 집에 못간다고
니네때문에 경제가 죽는다고 시위대를 혼내고 가는데
그들이 동참한다니요.7. 눈사람
'08.6.27 7:14 PM (58.120.xxx.72)저는 87년 6.10 에도 시청앞에 있었고
2800년 6.10 에도 시청앞에 있었습니다.
6.10을 두번 경험한 세대로서
무조건 비폭력 무조건 폭력 어느것도 아니라 생각됩니다.
우리 동료들이 맞는다면 같이 싸워야 겟지요.
하지만 무조건적인 폭력은 아니라는거지요.
참 어려운 선택이라고 여겨집니다.
비폭력을 외치는 시민에게 답답하다고 해야하는지요?
물리력을 행사하는 시민에게 과격하다 할 수 잇는지요?
상황은 그야말로 필드에서 만들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시민들의 자정능력 뛰어 났습니다.
시위의 형태는 필드에서 결정된다고 여겨집니다.
연좌농성도,
거리시위도,
한곳에 몰아넣기도,
집회에 참석한 많은 시민들에 의해 결정될것입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우리의 숫자가 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번의 100만은 결정타가 될것입니다.8. 국.민.이.승.리
'08.6.27 8:35 PM (125.142.xxx.171)그대가 용자가 아니라면 앞으로 나서진 마시오.대신 뒤에서 구호와 함성으로 용자들을
응원하시오.단 `비폭력`을 외치며 용자들의 힘을 빼진 마시오.9. -_-
'08.6.27 8:56 PM (218.238.xxx.141)진짜 어려운 문제에여.. 6.10 이전에 약간 과열된적 한번 있었는데
그때 그 사진가지고 계속 폭력시위 운운하면서 사람들을 몰아갔죠.
이후에 자제하자했지만 계속 그사진들만 올리면서 변질운운하더군요.
어제 동아일보 기자가 시민들에게 붙들렸다는데 댓글들이
어짜피 안때려도 때렸다고 기사쓸거니 때리자더군요.
좀 유머같았지만... 현실인것같음.10. -.-
'08.6.28 12:42 AM (119.64.xxx.170)사무실 사람 세명이 처음엔 촛불에 동조하다가 요새 등돌리더군요.
촛불이 변질됐다고.. 정치색이 강하다고... 저게 무슨 평화시위냐구요.
한참 얘기를 해도 안들어요.. ㅠ.ㅠ
답답하네요.
그러면서 미국소고기는 안들어오게 좀 막아줬으면 좋겠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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