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펌]한겨레 신문에 나온 칼럼 너무 좋아서요.

잠시 착각 죄송^^;; 조회수 : 929
작성일 : 2008-06-04 19:28:28
아까는 흥분해서 글도 제대로 읽지 않고 섣부른 실수를 했습니당. 죄송~

한겨레 신문 곽병찬 논설위윈의 컬럼 내용이 너무 좋아서 퍼왔습니다.

--------------------------------------------------------------------------------------------


[곽병찬 칼럼] ‘삶이여 감사합니다’
논설위원


불가사의했다. 도시는 체포와 학살, 사찰과 고문으로 신음하는데 어떻게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도시와 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들/
그리고 너의 집과 나의 길/
피곤하지만, 행진을 할 수 해준 나의 다리/
이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이여, 감사합니다.”


게다가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이라던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 운동의 대모, 비올레타 파라(칠레)가 작곡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어머니라는 메르세데스 소사(아르헨티나)가 부른 노래라니!


당시 칠레는 3천여 명의 시민을 학살했고, 체포와 구금 고문 등을 피해 100만여 명이 고국을 등지게 한 피노체트의 철권통치 아래 있었고, 아르헨티나에선 군부정권의 더러운 전쟁 속에서 3만여 명이 피살 혹은 실종된 상황이었다. 산다는 건, 그 자체로 ‘고통이고 투쟁이고 저항’이었다. 그럼에도, 삶에 감사하는 이 노래는 독재의 심장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이었다!


이 오래된 의문과 경탄이 요즘 다시 살아난다.
진압 경찰의 방패에 찍히고, 몽둥이에 뒤통수를 맞고, 군홧발에 짓밟히고, 물대포에 고막이 찢겨도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치켜든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타고난 생기발랄은
시청에서 광화문 네거리에 이르는 너른 광장을 한 달째 춤과 노래와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민주주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그들은 비장하지 않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돌을 들지 않았고, 쇠파이프로 무장하지도 않았다.
비무장의 그들은 흔들리는 촛불이었고, 막히면 비켜가는 물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이 아니라 공권력의 강철대오가 흔들린다.
엄포와 협박을 일삼던 검찰 경찰 정권은 실색했다.


하긴 간난 아기를 태운 엄마들의 유모차 부대가 앞장서고
아이들을 목말 태운 아빠들이 뒤를 따르는데,
막아서면 ‘텔미 춤’을 추고 협박하면 노래나 하라는데,
길이 막히면 주저앉아 장기자랑 노래자랑으로 초여름 밤을 즐기는데,
때리면 그저 얻어터지는 게 제 역할이라는 예비군들이 대열을 보호하는데,
거기에 대고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노래하는 이들을,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죄로 처벌할까 내란죄로 주리를 틀까.
이렇게 신나고 흥겨운 민주주의가 세상 어디에 있었던가.


한때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입밖에 내려면, 이를 악물고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야 했다.
무차별 구타와 투옥도 각오해야 했다.
그래서 대개는 그저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으로,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신새벽 뒷골목에서,
남몰래 ‘민주주의여 만세’(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라고 끼적이는 게 고작이었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비장한 것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이 비장한 민주주의를 행복한 것으로 전복시켰을까.

남미 민중이 그 혹독한 억압과 저항 속에서 ‘삶이여 감사’하다고 노래했던 것은 단지 낙천성 탓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억압을 해학과 풍자로 풀어내는 능력, 이웃과 공동체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능력, 삶을 사랑하고 즐기는

생기발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거기에 우리의 젊은 벗들은 정의의 감수성과 연대의 힘까지 갖추었다.

그러니 더 행복한 민주주의로 향한 그들의 행진을 어찌 물대포로 막을 수 있을까.



젊은 벗들이여, 감사합니다.

그대는 일쑤 비장하고, 그래서 일쑤 주저앉는 우리에게 희망하는 법을 알게 하고,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는 법을 알게 했습니다.

그대의 노래는 나의 노래이며,

그대의 춤은 우리의 춤입니다.

그대들을 우리 곁에 두신 삶이여 감사합니다.


chankb@hani.co.kr


IP : 125.128.xxx.136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08.6.4 7:33 PM (211.215.xxx.58)

    정말 울컥합니다.

  • 2. ..
    '08.6.4 7:33 PM (203.228.xxx.197)

    전율이 느껴집니다.
    그대들을 우리 곁에 두신 삶이여 감사합니다. 2222

  • 3. ^^*
    '08.6.4 7:38 PM (211.59.xxx.113)

    너무 조아여~
    감동백배

  • 4.
    '08.6.4 7:38 PM (81.252.xxx.149)

    존 글이네요,,

  • 5. 정말
    '08.6.4 7:42 PM (124.50.xxx.137)

    힘이되는 글이네요..
    민주주의 놀이터..

  • 6. ..
    '08.6.4 7:44 PM (116.39.xxx.185)

    저 한겨레 안보는데 이 사설 정말 감동적이네요.

  • 7. 저기
    '08.6.4 7:54 PM (125.186.xxx.132)

    저노래 gracias a la vida 라는 노래예요..

    http://blog.naver.com/lhj914?Redirect=Log&logNo=40051676521

  • 8. 저기
    '08.6.4 7:56 PM (125.186.xxx.132)

    http://blog.naver.com/sweetoddeyes?Redirect=Log&logNo=150004138019
    여러버젼이있네요..........

  • 9. 91학번
    '08.6.4 8:07 PM (59.28.xxx.77)

    입니다.
    입학하자마자 하루가 멀다하고 줄줄이 분신하던 시절.
    운동권이 아니어도 아무도 시국에 무심할 수 없던 시절이었는데..
    이거 보니 그때 생각나 진짜 울컥하네요.
    며칠전 광장에서 사람들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더라구요.
    그때도 갑자기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솟더니만.

  • 10. 저도
    '08.6.4 8:29 PM (125.180.xxx.25)

    아침에 신문보다가 이 칼럼 읽고서 눈물이 주루룩.....
    놀랐습니다.

  • 11. 우리들
    '08.6.5 12:57 AM (219.254.xxx.209)

    정말 멋진 국민입니다,,,이렇게 멋있어도 되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1618 세상 하나 뿐인 국민, 세상 하나 뿐인 시위 11 잠시 쉬세요.. 2008/06/04 839
391617 무섭지만,,, 31일 사진좀 찾아봤으면... 2 bb 2008/06/04 518
391616 죄송하지만, 아빠가 30년 정년퇴임 하시는데 뜻깊게 보내드리게 하고 싶어요.. 6 이런시국에 .. 2008/06/04 382
391615 모토로라 z8m 휴대폰 어떤가요? 2 coffee.. 2008/06/04 336
391614 우리의 오마이뉴스를 이늠들이 죽이려 하네요. 님들이 조치취해주세요. 8 ㅜ,ㅜ 2008/06/04 814
391613 (폄)'계속 밀리면 끝도 없다'..청와대 반격 채비? 3 2008/06/04 761
391612 박상표 수의사님이 아프시데요. ㅠㅠ 9 .. 2008/06/04 1,170
391611 급해서 글올려요 인프란트부작용 4 죄송하지만,.. 2008/06/04 668
391610 즐생에서 58쪽 -61쪽요~~ 1 초1맘 2008/06/04 216
391609 명박이 대통령 당선. 우발적인 일이니 없던일로 하자 !! 1 ㅋㅋ 2008/06/04 347
391608 펌]한겨레 신문에 나온 칼럼 너무 좋아서요. 11 잠시 착각 .. 2008/06/04 929
391607 그 전경에게 머리 맞는 아저씨..새로운영상 나왔네요. 12 ㅡㅡ 2008/06/04 768
391606 망발하는 버*바우에게 선물좀 하고 싶은데 6 이거뜰이 2008/06/04 404
391605 부인과에 가봐야 하나요? 4 저기 2008/06/04 587
391604 [펌]이제 이명박씨 당신 말데로 대통령 직을 버리시오. 3 이제는 2008/06/04 800
391603 김경준 bbk 모든 사건의 단서군요. 앞으로는.... 2008/06/04 425
391602 이동식 화장실이 이제 촛불시위에서 제공된답니다..기쁜소식이죠? 7 ^^ 2008/06/04 683
391601 끝없는 조선일보의 왜곡버릇?..또 '폭도'로 몰린 무고한 시민들 3 아~정말 2008/06/04 352
391600 佛, 촛불시위 ‘68혁명’과 닮았다…주동세력 없고 무력진압 (경향신문 펌) 2 프랑스에서도.. 2008/06/04 608
391599 선거하셨나요?? 1 울엄마좀짱 2008/06/04 197
391598 컴퓨터에서 tv보려면 3 tv 2008/06/04 298
391597 마클펌]배운 여자들은 르카프를 신는다. 9 소비자 2008/06/04 1,224
391596 우리 학교 남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 1 ^^* 2008/06/04 675
391595 구경갔었어요(촛불집회반대카페?ㅋㅋ 웃겨요) 이그 2008/06/04 552
391594 죄송한데요....매실액 담글때 흰설탕 사용하면 안좋나요? 7 죄송한데요... 2008/06/04 980
391593 웃겨요. 잠깐 쉬어 가세요.^^ 7 ㅎㅎㅎ 2008/06/04 635
391592 ‘정선희 어쩌나’MBC 고민중 14 힘내자 2008/06/04 4,601
391591 촛불소녀 캐릭터들 새로 업그레이드됨...귀여운거 많네요. 8 ^^ 2008/06/04 663
391590 안전모샀어요..^^ 3 촛불 2008/06/04 382
391589 김경준글 밑에 달린 글인데 너무 웃기네요. 1 짐승도아닌것.. 2008/06/04 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