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합의문 뜯어봐도...‘졸속, 굴욕’ 흔적만
[노컷뉴스] 2008년 05월 06일(화) 오전 06:59 가 가| 이메일| 프린트
[CBS경제부 홍제표 기자]
정부가 한미 쇠고기협상 결과에 대한 의혹과 불안감이 들끓자 합의문을 전격공개하고 일부 보완책도 발표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정부의 손을 거들고 나섰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한 것에 불과해 역효과마저 예상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5일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합의문 원문을 당초 일정보다 이틀 앞당겨 공개했다.
합의문은 미국내 광우병 발병시 수입중단 여부와 쇠고기 수출작업장(도축장)의 규정 위반에 따른 조치 등과 관련, 지난달 18일 협상 타결 직후 알려진 내용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우선 일반요건 제5조는 ‘(광우병) 추가 발생 사례로 인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 광우병(BSE) 지위 분류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경우 한국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국내에서 광우병이 발병해도 우리 스스로 즉각적인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없고, 오직 OIE의 판정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광우병위험물질(SRM)이 발견됐을 경우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종전 기준에서 크게 후퇴했다.
합의문 제23조는 수입 쇠고기에서 SRM이 발견될 경우 미국 식품안전검사청은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지만 해당 작업장에서 새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검역검사는 지속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시 말해 SRM이 발견돼도 미국의 조사와 처분에 믿고 맡길 뿐 우리 임의대로 수입을 중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SRM을 포함한 수입위생조건 부적합 사실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해당 작업장에 대한 즉각적 수입 중단과 승인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한 종전 기준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제10조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의 요건에 대해 ‘도축 전 최소한 100일 이상 미국 내에서 사육된 소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정의해 광우병 빈발국인 캐나다산 쇠고기의 우회 수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이번에 공개된 합의문은 광우병 발병 등에 따른 조치도 미국에 일임하는 등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당초 우려를 확인한 것에 불과한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미국내 쇠고기 도축장에 특별점검반을 파견하고 검역관을 아예 상주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지만 사후 보완책에 불과한데다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다.
농식품부 수의과학검역원은 “수입위생조건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현지 검역을 강화할 방침”이라면서도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이란 사실상의 마감시한에 쫓긴 채 쇠고기협상을 졸속 진행한 결과 미국에 일방적으로 내주는 ‘굴욕적’ 결말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힘을 얻고있다.
정부가 쇠고기협상에 대한 의혹과 광우병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서는 합의문 뿐만 아니라 협상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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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합의문 뜯어봐도...‘졸속, 굴욕’ 흔적만
쥐박이 조회수 : 268
작성일 : 2008-05-06 09: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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