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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이 발병하는 10년 후 한국사회를 다룬 가상의 글입니다. <재앙의 도시 1>

광우병공포 조회수 : 878
작성일 : 2008-05-01 23:35:05
<동물농장>의 작가인 조지 오웰의 장편소설 <1984년>을 기억하십니까? 1948년에 씌어 진 이 작품은 1984년의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미래 세계의 끔찍한 모습은 흔히 1948년 당시의 소련의 전체주의적 현실을 풍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공산주의 사회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까지도 다 포함하는 인류 사회 일반의 문제를 통렬히 경고한 것이지요.

다행히 조지 오웰이 예견한 미래 모습은 소설처럼 끔찍하지 않습니다. 조지 오웰은 자신의 예측이 빗나갔다고 안타까워했을까요? 오히려 자신의 경고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했을 것입니다. 어느 사회든 어떤 형태이든 일어날 수 있는 전체주의적 재앙을 경계해야한다는 주장을 전달한 것이 조지오웰의 집필 목적이 아니었을까요?

오늘 제가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쓰는 것은 가상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조지오웰의 명작과 견주기에는 무척 조잡한 글입니다. 잘 쓰지도 못한 글을 올립니다.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한갓 공상에 그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재앙의 도시 1.

“자, 지금까지 마주픽추의 지형 구조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신비한 고대유적을 보면서 어떤 의문을 품으셨습니까? 저는 잉카 제국이 하루아침에 멸망한 원인은 무엇인가가 항상 의문이었습니다. 2000만 잉카인들이 스페인 군사 130명, 문헌에 따라서는 200명이라고 하는 적은 숫자에 멸망했다는 설을 보면 어딘가 납득하기 어렵지 않으신가요? 일부는 잉카의 전설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쪽 해안에서 얼굴 하얀 신이 나타나 잉카를 해방시킬 것’이라는 전설과 피사로의 군사들의 출현과 일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혹자는 스페인 군사들이 몸에 묻히고 들어온 병균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불결한 유럽에서 살았던 피사로의 병사들이 묻혀온 각종 병균들말입니다. 이미 면역역이 있는 스페인 군사와 달리 처음 노출된 병균들에 잉카제국 전체에 극심한 병이 돌았고 이를 틈탄 권력층 내부의 분란으로 인해 어이없는 멸망을 당했다는 말입니다.”
이미 시험 범위를 넘어선 이야기에 아이들의 태도는 어서 수업이나 끝내고 나가지 않고 뭐라고 하느냐는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심드렁한 태도였다. 미선은 그런 아이들 앞에서 답답함을 느꼈지만 때마침 수업 종에 밀려나듯 교실을 빠져나왔다.

교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 불이 깜박인다. 무심코 창을 활성화시키니 훈이 담임선생님이다. 미선은 불안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훈이가 교실에서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고있습니다. 귀가조치 바랍니다>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해? 그런데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말이 아니라 귀가하라고? 설마…… 설마 그럴 수는 없어. 훈이는 절대 아닐 거야.

정신없이 훈이 학교로 향하면서도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를 지우려고 애써야했다. 광우병. 설마 우리 훈이가? 그렇게 조심했는데? 아니겠지. 미선의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2008년 갑작스러운 미국 소고기 전면 개방과 함께 개방을 막기 위해 전력으로 투쟁했던 일들 하나하나 생각났다. 그 봄의 타는 안타까움과 어둠과도 같던 절망 그리고 어떻게든 아이만은 살리자고 결심하며 이를 악물었던 그 어둡던 봄날이 떠올랐다.

미국 소고기 개방은 그야말로 둑을 뚫고 범람한 홍수처럼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일부 인터넷에서 광우병 위험 요소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보통 국민들은 주저 없이, 의심 없이 혹은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미국 소고기를 받아들였다. 정부의 정책을 맹신했던 사람들은 합리적인 정부 덕분에 서민들도 소고기를 마음껏 먹게 되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미국산 소고기의 유통은 장애 없는 질주에 가까웠다. 시중에 유통되는 고가의 한우 역시 수입육이라는 신문 기사가 연일 터져 나왔지만 다들 개탄만 할 뿐이었다. 일시적으로 소고기를 재료로 한 식당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거리에서 설렁탕집이나 소머리국밥집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육류 소비가 줄었다고 했지만 아이들 급식에선 고기류가 빠지지 않았다. 처음에 불안해하던 사람들도 점차 둔감해졌고 그때 거리로 뛰쳐나와 함께 힘 모았던 사람들마저도 지쳐갔고, 혹은 부풀려진 오해가 아닌가 하고 머쓱해 하며 잊고 살았다.

미선도 몇 번이고 의심을 늦추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편하게 살아보고 싶은 유혹을 받아왔다. 주위의 따가운 질책이나 비웃음을 느낄 때도 그랬지만 어린 아이가 엄마의 당부를 지키느라 다른 아이들 손에 들린 과자로부터, 음료수로부터 애써 눈 돌리며 투정부리고 애원할 때마다 미선도 흔들렸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일부는 전혀 정보를 수용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또 일부는 정보를 접하더라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이다. 그러나 세상은 순진한 사람들의 믿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정한 이빨을 드러내곤 한다.

온 국민이 소고기를 의심 없이 평화롭고도 찜찜한 1년을 채 보내기도 전에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미국에 거주하며 외국체류 경험이 전혀 없는 아네스(46세)의 죽음과 그녀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승소를 하고서 받은 부검의 놀라운 결과는 온 한국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녀의 뇌는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한다. 해외 체류하는 교포들로부터 전해진 이 놀라운 소식은 다시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아네스의 죽음은 곧 미국의 광우병을 인정하는 시발점이며 동시에 한국의 재앙을 기정사실화하는 증거였다.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지레 광우병을 염려한 사람들은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한국 병원은 누구에게도 속 시원한 진단을 하려고 들지 않았다. 밀물처럼 병원을 찾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이든 먹어대기 시작했다. 특히나 마늘은 항간에 예방책이라는 말이 돌아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마늘이 시들해진 사람들은 황토를 먹기도 했고, 미역을 먹기도 했고, 정체불명의 식품들을 먹기도 했다. 정성호 연구소가 개발한 백신이라는 주사는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모두 근거 없는 사기로 밝혀져서 사람들의 공포심만 키웠다. 특히나 일부는 광우병이 아니라 성분이 검증되지 못한 약을 먹어 중금속 중독으로 먼저 앓기 시작했다.

급하게 교실로 들어서니 훈이는 사물함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미선과 눈이 마주치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웅얼거렸다.
“엄마, 집에 가고 싶어요.”  
“훈아, 왜 그러고 있어. 어서 일어나봐. 일단 일어나.”
“엄마 자꾸 넘어져요.”
그럴 리가. 이제 온 국민은 광우병 전문가들에 버금가는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광우병 초기 증상은 분명 이게 아니다. 조울증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웃거나 울거나 고함을 치는 등 감정적인 표현이 극단적이게 된다. 밤에 일어나 울기도 한다던데. 앗, 미선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실 훈이가 얼마 전부터 밤에 자다 말고 깨는 일이 잦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도 소리를 지르거나, 맥없이 웃는 일은 없었는데, 갑자기 이럴 수도 있다는 말인가. 오늘 아침에도 힘없이 학교로 향하긴 했어도 이렇게 갑자기?

교실엔 훈이의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아이들 모두 다리가 풀려 잘 못 걷는 훈이를 공포스러운 눈으로 훔쳐보고 있었다. 도대체 훈이는 언제부터 교실 뒤 사물함에 기대어 울고 있었던 것일까? 미선은 불쑥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애써 참아 눌렀다. 친구는 물론이고 교사라고 해도 쉽게 훈이에게 손을 대기 어려웠겠지. 미선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훈이를 안아 일으켰다. 생각보다 훈이는 잘 걸었다. 혹시 요즘 유행하는 유사증상 아닐까 미선은 유사증상일 거라는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듯 유사증상일 것이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광우병의 공포로 인해 유사증상을 앓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임신을 간절히 원하거나 심하게 거부하는 여성 중 일부가 경험하는 상상임신처럼 유사증상 역시 광우병의 증상과 유사한 증상을 앓고 있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상상임신을 한 여성이 생리가 끊기고 유두동통을 느끼며 헛구역질을 하는 것처럼, 유사증상을 앓는 사람들은 광우병 추기 증세와 비슷한 여러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조울증으로 판명되기도 했고, 일부는 심리학적 스트레스성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린이들의 성장통이나 노인들의 관절염도 유사증상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끔찍한 일이지만 유사증상을 앓던 가정주부가 광우병에 걸린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여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질러 이웃한 6가구가 불에 탄 울산 사건 이후 유사증상자들의 자실이 줄을 이었다. 미선의 학교 행정실 직원도 우울증으로 병가를 받아서 학교를 나오지 않더니 자동차를 몰고 중앙분리대에 돌진해서 삼중추돌사고를 내고 죽었다. 학부형의 자살에 이은 학생의 투신도 심심찮게 들려오곤 했다. 상상임신과 유사증상은 다른 점도 있었다. 상상임신의 경우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모든 증상이 없어지지만 유사증상은 광우병이 아니라는 진단 후에도 계속 증상이 지속되며 끝임 없이 의심한다는 점이다.

집으로 운전하며 미선은 뒷자리의 훈이를 훔쳐보았다. 훈이는 운을 감고 누워있었지만 잠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훈, 아프니? 우리 병원에 갈까?”
“엄마, 집에 가고 싶어요.”
눈도 뜨지 않고 훈이가 대답했다. 눈도 뜨지 않는 훈이의 모습을 보며 미선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설마..  아닐 거야. 그럴 순 없어. 자꾸 눈앞이 흘려지는 듯해 운전을 하기 어려웠다. 신호에 걸린 틈에 얼굴을 손으로 비비며 마른세수를 하는데 별안간 길을 건너던 노숙자 하나가 미선의 차 앞에서 주저앉았다. 본인도 당황하는데 미선도 놀라고 주위 역시 당황하는 듯 했다. 노숙자는 계속 일어서려고 했지만 곧 한 걸음 걷고 다시 주저앉았다. 그때 신호등이 바뀌었다. 미선과 노숙자의 눈이 서로 얽혔다. 상황을 모르는 뒷차들은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다. 길을 걷던 사람이 다리 힘이 풀려서 주저앉는 광경은 자주 방송에 나왔지만 목격하기는 처음이었다. 뒷자리 훈이도 교실에서 저랬던 것일까? 미처 차선을 변경할 생각도 못하고 있는 미선의 눈앞이 흐려졌다. 다시 신호가 바뀌었다. 노숙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다가와 주저앉은 사람을 부축해 가기 시작했다. 미선은 그들이 차도를 건너는 장면을 보다가 또 다시 뒷차가 내는 경적 소리를 듣고서야 출발했다.
IP : 117.123.xxx.9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실성정부탄핵
    '08.5.1 11:42 PM (125.142.xxx.106)

    직접 쓰신 글인가욤?

  • 2. 광우병공포
    '08.5.1 11:53 PM (117.123.xxx.97)

    네. 앞으로 5편까지 써서 올릴 계획입니다.

  • 3. 실성정부탄핵
    '08.5.2 12:07 AM (125.142.xxx.106)

    몇 년 후에 다국적제약회사에서 한국인 광우병환자를 위해 특수제조한 광우병치료약, 광우병백신 이런 것도 팔기 시작할 거 같아요.

  • 4. 광우병공포
    '08.5.2 12:08 AM (117.123.xxx.97)

    그 백신이 효력이 있을까요? 정말 너무 무섭습니다.

  • 5. 실성정부탄핵
    '08.5.2 12:17 AM (125.142.xxx.106)

    광우병 백신 얘기는 '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맞을까 봐 한 소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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