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무지 많이 오네요.
이런저런 잡생각 사이에 케케묵은 옛날 일들도 생각이 나고...
항상 ‘엄마의 부재’라는 죄책감을 내게서 떨치지 못하게 하는
두 아들내미들 유치원은 잘갔나 걱정도 되고
늘상 그렇듯이 이 어설픈 딸이 세상최고인 우리 어무이 아부지도 보고 싶네요.
학교다닐적에 이렇게 비가 엄청나게 오면
신발이며 양말이며 바지 밑단까지 홈빡 젖었더랬는데.
그 축축하고 후덥텁한 느낌이 너무 싫었었는데.
우리 태현이랑 건후도 여분 양말 챙겨보낼걸 그랬나...
엄마랑 둘이서 푹신하고 커다란 베게 옆구리에 끼고 둥글둥글 누워서
새로 나온 로맨스소설 예닐곱권씩 쌓아놓고 읽다가
귀찮다는 엄마 졸라서 바싹 구운 부침개 젓가락으로 쪽쪽 찢어먹으면
세상에 부러울게 없었는데...
엄마...이젠 낯선 돋보기 껴고 쑤시고 닳은 무릎 안고...
지금 혼자 책 보고 계시우?
몹쓸 놈의 당뇨....
예전 여름철엔 냉장고 가득하게 비비빅 채워놓으시고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그 좋아하는 아이스케키도 못 자시고 뭐 하고 계시우?
이렇게 커서 공부하러 서울가버리고
시집가서 지 살기 바빠 얼굴보기도 힘들 딸...
뭐한다고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셨수.
그 힘들고 모진 시절에 뭐한다고 그리 애써가매 추운 바람한번 안쐬우고 날 키우셨수.
그냥 나도 좀 시키지. 그랬으면 엄마무릎 조금 나중에 아팠을거 아니야.
딸하고도 속썩는거 좀 나누지. 그랬으면 우리 엄마 조금 천천히 늙었을거 아니야...
엄마...이렇게 보고싶구로.
비오면 비와서 보고 싶고
날 좋으면 하늘 좋으면 또 그래서 보고싶구로...
뭐하러 그랬어.
어무이 보고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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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오는대로 안오면 안오는대로...
키씽유 조회수 : 467
작성일 : 2007-07-04 10:30:35
IP : 210.183.xxx.18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가...
'07.7.4 10:49 AM (210.221.xxx.16)비 오면 쓸쓸할 엄마를 생각해 주렴.
비 속에 나 혼자 출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를 가끔은 기억해 주렴.
바짓 가랭이 적시지 않고 비 오는 날 머리 감고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방학이어서 참 다행이구나.
하고 혼자 앞이 보이지 않는 올림픽도로를 운전하던 엄마를
그래도 가끔은 기억해 주렴.
퇴근 무렵
"아직 회사? 몇시에?"
하고 살짝 건드려 주는 네가 반가운 것을
아가 . 넌 알고 있니.....
말 할 수 없이 헛헛한 가슴일 때는
그래도 그 기억으로 살아 갈 것을 너도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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