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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우리부부의 행복.

카르페디엠 조회수 : 3,085
작성일 : 2007-02-10 09:31:37
남편의 고물차가 또 길에서 시동이 멈췄다.
지난달에 거금들여서 수리했건만.

수십번의 시도끝에 간신히 시동을 다시 걸어 집에 왔노라-
수리했던 카센타에서 다시 손봐준다고 했노라-
하면서도 남편의 얼굴엔 열받았음이. 짜증났음이 역력했다.

우리 간만에 고기나 먹으러 가요.
남편과 함께 마을버스를 타고
세정거장 거리에 있는 '상상초월' 돼지갈비집에 갔다.
3인분에 9천6백원. 국수 9백원.
가난한 우리에게 배불리 고기맛을 볼수있도록 해주는 상상초월의 그집.

수입육에 양념맛인거 잘 알지만.
야채며 반찬 모두 셀프인거 알지만.
우리에겐 가끔 외식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고마운 곳.

맛있다.
음.. 맛있어~ 둘이서 맥주잔을 건배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계속 차 이야기를 꺼낸다.
어차피 내일 다시 수리하기로 한거. 지금 이시간부턴 마음쓰지 말아요.
당신은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이잖아요.
난 당신 그런면이 참 좋더라-
남편도 알았단다. 우리 기분좋게 고기나 먹자.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
어쩜 나중에 우리가 부자가 된다면,
이곳 상상초월에서 먹었던 돼지갈비가 아련한 추억이 될거예요.
한우 꽃등심이나 생고기나 뭐... 그런거만 먹다가 질려서
우리 예전의 그곳에나 한번 가볼까?
아직도 있을까? 하고 들려볼수도 있겠죠?
다시와서 먹어보며 아마 그러겠죠?
그때 그맛이 아니야..
하하하.

돼지갈비 4인분에 국수와 맥주한병  모두 16,700
둘이서 배가 볼록해져서
자판기 커피잔을 들고 집에올땐 팔짱끼고 산책하며 걸어왔다.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우리서로 사랑하니 행복하다..

고맙다.
IP : 211.33.xxx.147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07.2.10 9:36 AM (221.152.xxx.143)

    그곳이 어디인가요
    저도 가고 싶어요

    저희 가족도 가난하지만 마음이 부자인 가족이거든요

    전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남편 아이들 저 몸도 마음도 다 건강하니까요

  • 2. 행복이란?
    '07.2.10 9:38 AM (124.57.xxx.76)

    두 분이 걷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작은 것에 충실하려는 노력과 작은것에서 느껴지는 소중한 것들 잊지않고 살고 싶습니다.
    저도 오늘은 남편의 팔짱을 끼고 걷고 싶어 지네요....

  • 3. 융맘
    '07.2.10 9:49 AM (125.138.xxx.124)

    비싼음식 먹는다고 행복한건 아니지요 가족과 함께 라면 그무언가를 먹어도 행복하겠죠 가끔은 이런 행복이 부럽기만 하내요 우리신랑은 바같 음식을 너무나 싫어해 가끔 아이와 먹으러 가지만 .... 부럽내요

  • 4. 보배엄마
    '07.2.10 10:02 AM (131.191.xxx.107)

    꼭 몇글자 적고 가야 할 것만 같은 글이시네요.
    저는 결혼 전에 굉장히 징징 거리는 성격이었어요.
    매일매일 안달복달 제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들들 볶았었지요.
    그런데 결혼은 매사에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남자랑 했어요.
    밥만 먹고 나면 "Life is good!"하고 얘기하는 바람에 (미국남자랑 삽니다)
    저희 아들 4살짜리 보배도 말 배우고 부터는 아빠따라 "'Life is good'이지 그치, 엄마?"합니다.
    덜덜덜 거리는 고물 자동차 솜씨 좋은 남편이 뚝딱거려 고치는 통에
    지겹도록 타고 다니고,
    햄버거 사들고 싸구려 데이트하는 우리 부부지만,
    건강한 서로가 있고,
    보배같은 아들이 있고,
    양가 식구들 우리 가족 모두 아껴주고 서로 사랑하고,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카르페디엠!
    네.
    그 순간 순간을 감사하며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이 아닌가 싶네요.

    늘상 행복만 하세요~~~!

  • 5. 히궁~~
    '07.2.10 10:24 AM (121.157.xxx.156)

    두분 모습이 너무 좋아보입니다......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부럽습니다....
    언제나 변치 않는 사랑 하세요~~~~^^

  • 6. ^^
    '07.2.10 10:55 AM (124.54.xxx.9)

    장하세요..토닥토닥

    십삼사년전 쯤..
    빛도 들지 않는...열평 방 한칸에서 바퀴벌레에 떨던 새댁이었습니다.
    굴속같은 그 집에서 아이둘과
    자존심만 강해... 친정에 손벌리고 싶은 맘 달래가며
    밥 한 공기를 둘로 나눠 먹이며 살았지요..

    이천 칠년 어느 날..
    옛날의 그 동네의 꼬불 길을..우리가 인생의 동반자로 첫발을 내딛었던 그 집을
    멋진 남편과 잘 자란 아이 둘과 자가용타고
    둘러보러 갔습니다.
    그때 남편과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우리가 힘들게 살았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 그것은 하늘이 알 것이다.. 라고

    힘내십시오..

  • 7. 카르페디엠
    '07.2.10 10:56 AM (61.38.xxx.69)

    저도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항상 지금 이순간이 중요한거겠죠.
    행복하세요..

  • 8. 그리운 시절
    '07.2.10 11:20 AM (221.165.xxx.98)

    저 역시 그냥 가기엔..남편 사업이 쫄딱 망해서
    약 7,8년전 저희도 수산시장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펄쩍뛰는 생선들만 싫컷 구경하다
    막상 사가지고 온 건 달랑 2000원 짜리 홍합한봉지였어요.
    요즘도 그렇지만, 그때 역시 홍합이 가장 싼 수산물중 하나잖아요.
    그걸 한냄비 푸짐하게 끓여서 일요일 아침, 잠 덜깬 아이들과 빙 둘러앉아 까먹는데
    왜 그리 눈물나게 감사한지..
    지금은 그깟 홍합 한트럭을 사도 괜찮을만큼 살긴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때 그 감동을 잊을수 없답니다.
    그땐 저희도 덜덜대는 `라보` 미니트럭이 자가용이었습니다.
    그걸로 남들 한번에 옮길 이삿짐도 대여섯번 옮기고, 그걸로 우리 네식구 거의 짜부러질만큼 빽빽이도
    타고 다녔지만, 정말 그땐 행복했습니다.

  • 9. ...
    '07.2.10 11:50 AM (221.140.xxx.79)

    두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행복은 어찌보면... 고개만 돌려도... 닿을만큼 가까이에 와 있는데....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다른것만 보려고 하는것은 아닌지... 그래서 불행한 것은 아닌지...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정말..... 지금을 멋지게 추억할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10. 가난,,
    '07.2.10 11:55 AM (222.114.xxx.197)

    가난하시다니요?

    누구나 쉽게 갖지 못하는 소중한 마음들을 갖고 계시면서요~~^^

  • 11. 오랜만에..
    '07.2.10 12:43 PM (211.227.xxx.15)

    감동적인 글을 읽는 것 같아서 마음이 훈훈합니다.
    여기 댓글 남기신 분들도 그렇구요..^^

  • 12. ㅌㅌ
    '07.2.10 12:56 PM (124.80.xxx.115)

    전..남편이 하루만이라도..사랑함 해봤음..좋겠어요.

  • 13. 여기 올려진
    '07.2.10 12:59 PM (221.147.xxx.15)

    모든 글들에 마음따뜻해집니다.

  • 14. ^^*
    '07.2.10 1:39 PM (124.80.xxx.85)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우리서로 사랑하니 행복하다..

    고맙다. "

    Life is Good!!!

  • 15. ...
    '07.2.10 2:20 PM (61.76.xxx.244)

    님의 따뜻한 글에 저도 용기 얻고 갑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요^^

  • 16. ㅎㅎ
    '07.2.10 3:43 PM (221.142.xxx.82)

    우리도 거의 폐차직전의 포터를 타고 좌석뒷자리에 애들을 눕히고는 어디든지 다 돌아다녔었죠
    비가 많이 올때는 멈춰섰어야했고...찌그러진 문짝사이로 빗물이 마구마구 들어와서..
    애들도 우리부부도 빗물 들어올때는 왜그리 우스웠는지 껄껄대고 까르르대고 웃었었네요
    창문올릴때도 손으로 유리끝을 잡고 맞춰가며 올려주고..ㅎㅎㅎ
    우리부부가 가장 재밌게 얘기하는시절이 그때 그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다시그시절로 돌아가고싶지는 않지만 가장 행복해하며 얘기하는 시절이되었습니다.

  • 17. 부럽네요...
    '07.2.10 4:08 PM (220.85.xxx.81)

    진짜 따스한 마음이 부러운 가족입니다.
    제 자신이 부끄럽기두 하구요.
    저도 이런 소중한 마음을 닮고 싶은데...맘이 맘처럼 쉽지 않네요...

    늘 행복하세요...

  • 18. ...
    '07.2.12 10:35 AM (210.94.xxx.50)

    저두,, 늘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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