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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도 젊으면 노약자석에 앉으면 안 된다..

.. 조회수 : 1,856
작성일 : 2006-12-27 08:47:30
낳을 때가 가까운 임산부입니다.
4주 전부터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돼서 대학병원으로 옮겼어요.
어제는 정기검진이어서 오전에 버스를 타고 대학병원에 가던 중이었어요.
1시간쯤 타고 가야하는 길이었지요.

저상형버스라서 앞의 노약자석에 앉았어요.
노약자석 아닌 곳으로 찾아서 앉는 편인데
저상형버스 뒷좌석은 높아서 힘들더라고요.
노약자석의 대상자 스티커에 4번째 그림이 '임신하신분'이랍니다.
배도 불룩한 막달이니 괜찮겠지 하면서 앉아있었어요.
멀미가 나서 힘들어서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바람을 쐬면서 갔어요.

중간쯤 갔는데 앞좌석 옆에 서있던 50대 남자분이
"새파랗게 젊은 것이 노약자석에 앉아있으면 되는 거야?"하는 거에요.
옆에 선 20대 여자분이 "이분 임산부에요."라고 얘기해줬어요.
저도 "제가 임산부고요, 막달이고 멀미나서 힘들어요."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세상 좋아졌다. 임산부가 노약자에 들어가고."라는 말을 들었어요.

세상이 임산부 중심이 아닌 것도 알고,
임신 안 해보면 임신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모른다는 것도 알고,
고위험 임신을 못 본 사람들에게는
애는 그냥 배불러서 아무나 다 자연분만하는 줄만 안다는 것도 알고,
그냥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는 고위험임신인 게 드러나지도 않겠지만...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젊은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호통을 친다는 게 좀 이상했어요.
제가 서기 힘든 지체부자유자면 어쩔뻔했을까요.

저분은 딸도 없고 며느리도 없을까..
어디 가서 딸이 나 같은 날벼락 맞았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해서 "운동도 돈주고 하면서 왜 못 서 가? 서가는 게 운동이지." 그러대요.
조산할까봐 집에서 푹 쉬느라고 신발도 일주일만에 신었는데, 돈주고 운동을 하다니요. -.-;;;
눈물 찔끔나는데, 아가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참았어요.

동안이라서 어려보이는 거지, 나름 나이는 서른이 훌쩍 넘어서 임신으로 힘들 나이 맞는데,
멀미하느라 기운 없어서 싸우지도 못 하겠고, 싸움 상대도 안 되는 거 같고...

사회의 어른 역할은 부드러운 말로도 할 수 있을텐데...
왜 호통으로 시비를 가려야만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오는 길에는 좀 돌고 갈아타도 좌석버스를 타고 왔어요.

어제 검사결과가 안 좋아서 오늘 입원하러 가야하는데,
가는 버스에서는 호통치는 사람 안 만났으면 좋겠네요. ^^
IP : 218.237.xxx.164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니
    '06.12.27 8:51 AM (211.215.xxx.205)

    버스안에 다른 사람들은 다 입다물고 있던가요?
    제가 있었으면 한바탕 해줬을텐데...
    맘 푸시고요 스트레스 받으면 아기가 알아차린다고 하잖아요
    저두 임신했을때 스트레스 넘 많이 받고 고생해서 넘 맘이 아프네요
    50대가 무슨 노인이라고...참나

  • 2. 토닥토닥
    '06.12.27 8:52 AM (125.180.xxx.181)

    개념상실 노인들..
    노약자가 노인과 약자 아닙니다.
    50대분은 요즘 노인축에도 못끼는데.. 참.. 그분 너무 하시네요..
    사실 그자리는 아이들 어린아이들이 앉아가도 됩니다.
    참 우리나라는.. 노인만 중시하고 어린이 임산부는 무시당하는 경향이..
    전 마트에서도 장애인 주차 구간에 임산부와 어린아이있는사람은 거기다가 주차했으면 좋겠어요..
    언제쯤 그런 사회가 될까요..

  • 3. ^ ^
    '06.12.27 9:02 AM (125.131.xxx.160)

    마음 아프셨겠어요 오십이 코앞인지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대신 미안하단말 하고 싶네요 나이답게 늙는다는게 어려워요
    이런저런 사람들이 함께 사는거니까 잊어버리세요
    그보담 입원하러 간다니까 맘이 쓰이네요
    생명을 허락하신 분은 끝까지 생명을 축복하신다던 의사선생님의
    오래전 말씀이 생각나네요
    둘째아이 가졌을때 많이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끊임없이 기쁨을 선사하는 옹달샘이지만요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한 아기 순산하시고 행복만땅(?)되세요

  • 4. 토닥토닥
    '06.12.27 9:05 AM (211.53.xxx.253)

    맘상하셨지요?
    무시하시고 몸 잘 추스리고 순산하세요.
    그런 사람 되돌아볼 가치도 없는 사람이에요.
    마음 푸시고 몸 잘 돌보세요. 나중에 이쁜애기 잘 낳았다고 올려주세요.

  • 5. ....
    '06.12.27 9:07 AM (218.49.xxx.34)

    그 놈에 나이가 벼슬인양 ...사실은 나잇값못하는 인물들 많아요 .
    토닥 토닥
    위로 드려요
    좋은 생각만 많이 해서 건강한 아가 순산 하셔요^^

  • 6. 김명진
    '06.12.27 9:15 AM (61.106.xxx.144)

    노약자...
    노인과 약자..
    노인과 어린이와 임산부...
    입니다.
    이 무식한 아저씨야~
    라고 해줬습니다.제가..
    기운내시고 상심 마셔요.

  • 7. 어엉
    '06.12.27 9:16 AM (203.233.xxx.249)

    저도 오늘 아침에 지하철에서 웬 아주머니한테 욕먹었는데,
    이렇게 확실한 상황에서 당했으면 더 억울했을거 같아요 ㅠ_ㅠ

    토닥토닥..

    입원 잘 하시고 건강한 아기 순산하세요~
    몸조리도 잘 하시구요..

  • 8. 우리는
    '06.12.27 9:18 AM (202.30.xxx.28)

    그렇게 늙지 맙시다

  • 9. 원래
    '06.12.27 9:39 AM (219.240.xxx.213)

    그렇게 개념없는 사람있어요.
    저도 나이먹었지만 나이가 무슨 벼슬인 줄 안다니까요.
    그런 사람은 나이밖에 내세울게 없어서 그래요.
    맘속으로 욕한번 시원하게 해 주시고 툭툭 털어버리세요.
    힘내시고 순산하세요~~!!!

  • 10. 동심초
    '06.12.27 9:52 AM (121.145.xxx.179)

    임신하면 3-4개월이라 해도 버스 서서 타기 힘든데... 참 개념없는 아저씨네요
    젊은 노인들 건강을 위해서 새벽부터 등산이다 운동이다 잘도 하시더만 대중교통 노약자석은 왜그리들 챙기시는지 ...
    주위에 임산부가 있으면,꼭 노약자석에 앉을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고 싶네요
    원글님 기운내시고요
    예쁜아기 순산 하세요

  • 11. 슬이
    '06.12.27 9:54 AM (125.186.xxx.177)

    세월 헛살은 몰상식한 인간이군요.
    그 버스에 진정한 아줌마가 없었다는게 아쉽네요..
    뜨끔한 맛을 함 봤었어야 하는건데..
    만삭인 저도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당..

  • 12. 아..놔..
    '06.12.27 9:58 AM (218.237.xxx.92)

    오랜만에 로그인합니다.

    저두 임신초기에..마을버스기사분이 저를 가리키며..거기 일어나요..했드랬죠..
    노약자석도아니고..어떤 할머니가 버스계단을올라오는중..
    참..기막힌 상황이더라구요.
    임신초기에 입덧심하게 하다가 불가피하게 나가던 길이었는데 말이죠.

    또 한번은 지하철..엘리베이터를 다리가 삐끗해서 탔는데..
    어떤 50대 아저씨가 타자마자 뭐라뭐라 하시는데..참..
    눈물섞인 목소리로..다리를 삐었다고 말하니..묵묵부답.

    배려하는 미덕은 어떻게 길러지는건지..
    어른들은 바뀔수 없는건지..
    대접받고 싶은데로 남을 대접하라는 진리를 모르시는건지..

    정말 남자들이 심하구요...
    젊은이들도 심합니다.
    오히려...아기낳아본 아주머니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시더라구요.

    갑자기 흥분했는데..
    님도 흥분가라앉히시고..
    아기 낳으면 세상을 다가진것처럼 행복하니까..
    조금만 참으시고..순산하세요~~
    많이많이 화이팅입니다!!

  • 13. 아 성질나...
    '06.12.27 9:59 AM (163.152.xxx.45)

    애 둘 낳은 엄마랍니다.
    그 아저씨에게 조용하게 그리고 주변 사람 다 들리도록 한 마디 해주시죠...
    "아저씨 딸이나 며느님도 저와 같은 경험하시기 간절히 기원합니다."

  • 14. 어휴...
    '06.12.27 10:16 AM (220.124.xxx.83)

    불로초를 먹고 늙지를 말아야지.....

  • 15. 나중엔
    '06.12.27 11:03 AM (211.117.xxx.253)

    제가 어디선가 본 건데 노약자석을 그렇게 정해놓고 행여나 비어있어도 앉으면 안되는 자리가 되어버려 노약자석 아닌곳에 앉은 사람들은 절대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않는다고....
    간만에 높은 구두신어 발이 너무 아팠는데 지하철을 타니 노약자석이 비어있어 앉은 적이 있어요.
    다음 정거장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타셨는데 저를 보더니 고함고함을 질러대서 놀래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 16. 며칠전
    '06.12.27 11:11 AM (147.6.xxx.194)

    제가 두시간 정도 버스를 탄적이 있었어요. 6개월 임산부이고 임부복 입고 있어서 보면 알수있는데도 아무도 양보 안해주더군요. 젊은 남자분들도 다들 모른척... 거의 집에 다올때쯤 어떤 아줌마가 깜짝 놀라 일어서시더니 뒷모습만 봐서 임산부인줄 몰랐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어떻게 서서왔냐고 자리 양보해 주시더라구요. 역시 아기 낳아본 여자분들이 우리맘 알아주시는것 같아요.

  • 17. 휴....
    '06.12.27 11:18 AM (220.71.xxx.233)

    저도 예전에 버스를 탔는데...
    한 아주머니가 아기띠하고 버스에 타셨는데~
    운전기사아저씨가 "노약자석에 앉은 분들 아기 아줌마한테 자리좀 양보해 주세요~~!!!"하고 이야기
    했거든요~ 한 3번을 이야기 했지요~
    아무도 일어나지 않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이 앉은 것도 아니고 젊은 총각, 40대 아저씨들이 앉아가셨거든요~
    저고 임신 초기여서 힘들어 버스 손잡이를 꼭 잡고 서서 가는 중이라...
    정말... 사람들 너무 하단 생각에 눈물이 날뻔 했어요...
    배가 부르면 대중교통 못 탈것같다는 생각과~
    남일 같지 않은 느낌...
    82처럼 죤 사람들도 많지만 생각이 짧은 사람들도 많은것 같아~
    마음이 참... 그렇더라구요~

  • 18. 원글
    '06.12.27 11:47 AM (218.237.xxx.164)

    도닥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순산 바래주셔서 고맙습니다.
    아가 잘 낳아서 데리고 올게요. ^^

  • 19. 근데..
    '06.12.27 12:19 PM (222.110.xxx.91)

    원글과는 관련 없는 얘기지만 임산부 구분이 쉽지가 않아요.
    저도 파릇파릇한 아가씨 시절에 임산부로 오인받고 자리를 양보받아본 쓰라린 추억이 있어서
    배가 좀 나와보이는 여자분에게 앉으시라고 양보하기가 망설여지더라구요.
    (임신 아닌데 양보 받으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요..)

  • 20. 여성부는
    '06.12.27 1:22 PM (61.85.xxx.163)

    뭘하는지..
    노약자석 옆에다 임산부, 몸이 아픈사람.....등등등 구체적으로 적어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노약자 그러면 노인들 만 앉아야 하는지 알더라구요.

    그리고 젊은 건강한 사람들은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가 노인들이 오시면 좀 비켜줬으면 좋겠어요.
    노인이 노약자석 앞에 서있는데도 자기들끼로 수다떠는 아줌마들 밉더라구요.

  • 21. 초록별
    '06.12.27 3:07 PM (221.139.xxx.240)

    원글님 맘 푸시고 건강한 아기 낳으셔요

  • 22. 메이루오
    '06.12.27 3:41 PM (125.134.xxx.29)

    나쁘네요. 그 아저씨..
    임신하면 대중교통 이용하는거 너무 힘들어요. 오죽하면 임신초기에 지하철 타고 출근하기가 너무 고역이어서(2호선 -_-;) 사표를 다 썼겠어요. 임산부 뿐만 아니라 아기엄마 혼자 아기 업고 기저귀 짐봇다리 들고 돌아다니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전 다행히 임신했을 때나, 아이 데리고 지하철 탔을 때나 사람들이 꼭 양보해주더라구요. 그런때 정말 고맙더라구요.
    그렇게 고마운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그런 아저씨를 만나셔서 마음 상하셨을까요.

  • 23. 잠오나공주
    '06.12.28 12:25 AM (59.5.xxx.18)

    미친X .. 삽들고.. 땅 파셨네요..
    (태교를 위해 살살 말합니다..)

  • 24. z
    '06.12.29 3:24 AM (125.209.xxx.212)

    노약자에서 늙은 노자만 보이나.. 저도 한번 당하고 나서는.. 자리 양보 하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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