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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필화사건

곰돌이 조회수 : 1,034
작성일 : 2006-05-20 08:51:26
'스승의 노래’는 환상    존경심 없는게 학생 탓이랴
저공비행





올해부터 서울지역 초중고 학생들은 스승의 날에 학교에 가지 않는다. 교총에서 스승의 날을 자율휴업일로 정한다고 정한 게 작년 일이니 초·중·고교 교장협의회의 발표는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 ‘이 날만 되면 촌지수수 등 교육부조리 문제가 거론됨으로써 오히려 교권이 떨어지고 교직사회의 신뢰가 추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라는 데 이해가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냉소적이 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나에겐 더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 스승의 날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공식 행사에서 스승이라는 말을 쓰는 것과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를 부르는 걸 처음부터 금지하는 것이다. 이건 굉장히 진지한 발언이다. 냉소주의를 깔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반어법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논리는 자명하다. 교직에 종사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스승이란 불필요하게 높은 단어다. 교사만으로도 충분하고 많은 사람들은 종종 그 단어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면 교사란 무엇인가? 학교에서 소정의 자격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그럼 일반적인 교사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은 무엇인가? 별 거 아니다. 학교 다니는 주변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애들을 가르칠 만한 기초적인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고 자기들을 성추행하거나 자기 성질에 못 이겨 멋대로 구타하거나 엄마, 아빠한테서 뇌물을 뜯어먹지만 않아도 아이들은 고마워할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자. 세상엔 이런 기준도 넘어서지 못하는 교사들은 넘쳐난다. 그걸 내가 억지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스승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니는 인간 쓰레기들에 대한 공포담을 서너 개 이상 알고 있다. 물론 그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직접 몸소 체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직업에 어울리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하고 교육을 시키고 적절한 환경을 만들고 부적절한 인물들을 솎아내는 것이지, 존경할 수 없는 사람들을 스승이라고 부르게 강요하고 지킬 수도 없는 기준을 만들어 억지로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교권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건 스승이 아니라 제대로 된 환경 속에서 정상적인 직장인처럼 행동할 수 있는 교사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스승이라는 단어와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야 말로 대한민국 ‘스승 공포담’과 교권 추락의 진짜 원흉이다. 불가능한 것을 강요하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모든 일에는 단계와 한계가 있다. 좋은 교사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운 일이다. 존경받는 인물이 되는 건 노력과 실력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스승의 은혜’가 강요하는 기준이 불가능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습관적으로 낭송하지 말고 그 가사를 한 번 의미를 되새겨가며 읽어보라. 황당하기가 무협물 주제가 같다.

교사는 존경받을 필요 없다. 자기 일을 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존경받는 교사가 된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만 그건 강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어떤 교사가 인격적으로 뛰어나다면 사람들은 존경하지 말라고 해도 그 사람을 존경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단 한 번도 자신에 대한 존경을 강요한 적 없고 노인네들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강요하지도 않았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를 따랐다. 지금의 우리 학교는 정반대이다. 존경의 대상이 없는 시스템 속에서 존경에 대한 강요와 자화자찬만이 존재한다. ‘스승의 은혜’에 대한 판타지만 제거되어도 교권 회복의 반 이상은 해결된다.



듀나/영화평론가·소설가  


이글 때문에 소송이 걸렸다고 하던데 어케 됐는지... 후일담이 궁금하네요.
IP : 211.192.xxx.22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스승
    '06.5.20 10:38 AM (61.98.xxx.26)

    일리가 있는얘기기도 하고 한편 우리 정서엔 안맞는것도 같고..

    전통적인 스승의 의미가 이젠 퇴색되다 못해 없애자는 말까지 . 슬프죠

    1학년 우리딸 유치원때 부터 지금까지 학습지 선생님까지 모든 선생님을 사랑하는데..
    개중 전혀 아닌 선생님도 있었지만 -같은 유치원 교사도 인정한- 아이들은 담임이라고 너무 좋아하더군요
    소중한 우리 아이들 교육보다 사랑으로 감싸주고 부족한 아이일수록 신경써주는 그런 선생님이 많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요즘 교대 입학시 인성검사 철저히 해서 선발하고 대우 잘해주고 연구하며 교육할수 있는 분위기 마련이 아쉽고요

    촌지 나 선물 문제 엄마들도 하지말라는데 굳이 택배 등 비밀리에 하는 거 정말 하지맙시다

    그렇게 하며 선생님 탓만 할수는 없쟎아요

    아이들 선생님 부모 모두 바로서야 하쟎아요

  • 2. 사실
    '06.5.20 11:43 AM (211.204.xxx.76)

    뭐 구구절절히 맞는말 아닌가요?
    저 교사이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저글 조간신문에서 읽었는데 그냥 잘썼다~~했구만...
    뭔 필화까지~~~ 참 어이가 없네요.
    가끔 이곳에서 교사에 대해 성토하시는 분들 글 보면 한번도 찾아가고 싶은 교사가 없다는 글이보이던데....전 왜 선생님을 찾아 뵈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부모님도 찾아뵙기 힘들다는 글이 널렸는데 무슨 선생님까지.....좋은 인연으로 일년 열심히 공부하고 앞길 축하해 주면 선생의 의무는 그것으로 끝인것이지.

    전 저 글이 제맘을 딱 대변한것 같은데요. 참 글도 잘 썼구만.

  • 3. 마지막 구절
    '06.5.20 1:28 PM (210.109.xxx.43)

    이마를 탁 치게 만드네요. 맞아요 전문가가되면 되지요.. 그러면 존경은 뒤에 따라 올거구요...

  • 4. 근데
    '06.5.20 3:30 PM (61.74.xxx.15)

    도대체 무슨 죄목을 걸어서 소송을 한대요??

    그 소송인지 재판인지 뭐시기 한번 재미있을듯..

    원고측에 누가 앉아 있게 될지

    진짜 구경 함 하고 싶네요...ㅎㅎㅎ

    스스로 자기가 이 글에 해당사항 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니...

    이 글보고 팔팔 뛰는 사람은 아마도 찔려서 그런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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