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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자취생의 한달

자취생 조회수 : 945
작성일 : 2006-03-29 19:56:36
대학 다 졸업하고 나이는 서른을 바라보는데 또 공부한답시고 지방대학에 편입해서 내려왔어요.
그동안 쭉 서울에서만 살았는데 가족하고 떨어져서 지내게되는건 처음이에요.
중간에 방학때 한두어달씩 떨어지긴 했지만...

기숙사추첨도 떨어지고 개학 막판에 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보증금도 비싸고...

칠순의 할머니 혼자 사시는 아파트에서 안방 빼고 방을 두개 내놓으셨어요.
첨엔 내가 우리 할머니도 안모시고 살았는데, 생판 모르는 할머니를 모셔야하나 싶어서
이집 안들어가려고 계속 돌아봤는데 마땅한데가 없었죠.

그래서 4개월에 70만원 선불, 공과금 추가 없이 지내는걸로 했어요.
할머니도 학생을 못구하던차에 아쉬운대로 잘된거죠.

2학기때는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할머니가 계속 사시는 집이라 다 갖춰진 가정집에 내 짐만 가지고 들어가는 거여서 그걸로 만족했어요.
밥은 내 식기도구로 알아서 해먹구요.

지내다보니 은근히 속내를 비추시기 시작하십니다.

남학생 둘이 10개월 미리 내고 들어오겠다고 한걸 먼저 계약한 사람이 있다고 돌려보냈는데,
차라리 저를 다른집 얻어주고 그 학생을 받을걸 그랬다고.
목돈이 들어올뻔 했는데 자꾸 아쉬운거죠...

할머니가 학생들 집구하는 시즌에 다른데 가계셔서 개학은 했으니 학생들이 벌써 집 다 구했죠.
작은방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방이 안나간다고 저한테 은근히 서운한 표현을 하시데요?

그래서 학교게시판에 이런 방이 있다고 올렸더니 운좋게 여학생이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여학생한테 들어올 사람 구해놓고 나가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네요.

한약을 데워먹으려고 전자렌지를 좀 쓰려고 했더니 쓸일이 없어서 버릴려고하던 참이라고 하십니다.
종종 전자렌지 쓰는 모습을 보실때면 중탕해서 먹으라고하고,
미리 해놓은 식은밥도 데워먹을때면 탐탁치 않은 눈길을 보내세요.

하루는 세탁기를 처음 돌렸는데 아침에 눌러놓고 학교갔거든요.
룸메이트가 좀 늦게나갔는데 할머니께서 세탁기에서 물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빨래도 많지 않은데 왜 돌리냐고 하셨나봐요.
전에 살던 학생은 눈치보느라 한학기동안 세탁기도 몇번 못돌렸다네요 ㅎㅎ
아침에 학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수업듣고, 밤새 숙제하고 잠잘시간도 모자라 죽겠는데
멀쩡한 세탁기 놔두고 손빨래 할 시간이 어디있나요.

아침에 목욕하려는데 하루종일 찬물만 나오지 않나,
변기줄이 끊어져서 물이 안내려가질 않나, 화장실이 두개인게 다행이었습니다.

엊그저께는 룸메이트가 학교에서 활동이 늦게끝나고 들어와서 밤 11시 반에 티비를 좀 봤는데
할머니가 자라고하셨대요.
어제 밤에 룸메이트가 드라마를 잠깐 보려고 거실에서 리모콘을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저를 불렀는데 매일 멀쩡히 그자리에 있던 리모콘이 없던겁니다.
할머니가 안방에 갖고 들어가신거죠. 티비 코드도 다 빼놓으셨습니다.
또 이 티비는 리모콘이 없으면 안되요.
무슨 감옥도 아니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라는건지...
한달동안 티비 본 시간이 30분도 채 안될겁니다.
그런데도 전기세가 너무 아까우셨나봅니다.
그런데 할머님은 안방에서 티비도 없이 하루종일 뭘 하시는 걸까요 ㅎㅎㅎ

저도 맏딸이라고 부모님 아끼고 아끼며 사시는 모습 보고 자라서
할머니의 절약하시는 마음 이해하지만 하루종일 한말씀도 안하시면서 이런 행동을 보이시니
답답하네요.

하루는 할머님이 나가시길래 잘 다녀오세요 했더니, 혈압약 타러 병원가신답니다.
작년에 다리도 다치시고 어디도 아프시다는데 순간 움찔했습니다.
혼자사시는데 몸져 눕기라도 하면 우린 어떻게 해야하는지...
공부하려고 학교앞에 집구한거지 할머니 모시려고한건 아니니까요.

써놓고보니 어린아이처럼 유치한것도 같지만
이 은근히 저의 속을 긁는 상황을 어찌 알까요...

이게 다 제가 뒤늦게 집을 구하느라 그런걸 누구탓을 하겠습니다..

어젠 돌아가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이 막 났습니다.
좀 더 잘해드릴껄...

오늘은 집앞 절에가서 여기서 지내는 동안 서로 잘 지내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왕 같이 사는거 오손도손 재미있게 살면 좋잖아요.

하소연은 여기까지만 하고 ^^ 신경 끄고 공부나 열심히 해야죠.
IP : 220.82.xxx.22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3.29 8:04 PM (221.149.xxx.239)

    나이드신 할머니를 우습게 보면 안되요.
    참 깐깐하고 짠 할머니 많아요.

    푸근하고 정많은 할머니들 시골엔 계시겠죠??

  • 2. 아이구..
    '06.3.29 8:09 PM (218.38.xxx.80)

    우습게 보신 것 같진 않구요.
    태클은 아니구 님 마인드가 문제인 것 같네요.
    현관같이 쓰면서 한 집에서 살긴 하는 것이지만,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냐구요?

    막말로 님이 먼 상관입니까? 그냥 냅두세요~ 그런 고민한단 자체가 우습네요.
    냅둬요~~ 자식들이 알아서 하겠죠.

    그 할머니 참 웃기네요. 님이 공짜로 사는 것도 아니고,.. 내참..
    개인플레이^^;; 하시고요. 신경쓰지 마세요.
    룸메이트가 젊어도 스트레스 장난아닌데,, 게다가 늙으신 분(아무래도 대화가 잘 안통할테니까요..살아온 방식이나)과 살려니 참 힘드시겠습니다...
    형식적인 예의 갖추시면서 할말은 하고 사세요~!

    힘내시고. 공부 열심히 하세요~!!

  • 3. ^^
    '06.3.29 8:38 PM (221.164.xxx.187)

    힘내세요.제 아들 친구들도 학교 앞에 방얻어 살고 있다는데..
    혹시라도 이런 경우는 아닌지..걱정됩니다요.

    할머니께서 좀 너무 하시네요.그려려니 하세요.
    서로 ... 병나면 어떻게 합니까요. 무섭기까지 하네요.
    어서 세월가고 새로운 좋은 곳 찾아서 갈때까지~ 룸메이트랑 의지하며 열심히 사세요.

  • 4. ...
    '06.3.29 8:39 PM (58.227.xxx.196)

    정말 맘 좋은 할머니라면 그런 집 알음알음으로 이미 예전에 방이 나갔겠죠..
    그냥 가급적 부딪히는 일을 줄이시는 게 좋겠네요..
    세탁은 해야 되는 건데 어쩌나..
    그냥 못 들은 척 하세요,.,그냥 무시..
    TV는 이왕이면 중고로 싸게 하나 사서 방에 두고 보세요..
    님 방에서 보는 것 까지 뭐라고 하겠어요...
    혹시나 무슨 일 생기면 님은 바로 119 전화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야 자식들이 알아서 하겠지요..
    기간 채우고 다음엔 좋은 방 채우세요..

  • 5.
    '06.3.29 9:06 PM (221.144.xxx.182)

    착하시네요
    담번엔 좋은방 구하시길 바랍니다.

  • 6. 제가 봐도...
    '06.3.29 11:00 PM (204.193.xxx.20)

    님이 할머니께 굉장히 마음쓰시네요.ㅋㅋㅋ
    그럴필요 없고요, 건강하시고 알아서 잘 하실테니 걱정마세요.

    그리고 다음엔 좋은 방 구하세요.

  • 7. 자취생
    '06.3.30 12:08 AM (220.82.xxx.248)

    저녁에 혼자 거실에서 잠깐 티비보시더니 그새 리모콘을 갖고들어가서 주무시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룸메이트랑 티비좀 보려는데 리모콘이 없다고 방문을 두드려 여쭤보았습니다. 어데다 감춰두셨던건지 조금만 보라고 하시면서 마지못해서 주시네요. 그냥 웃음만 나옵니다 ㅎㅎㅎ 중고티비하나 구한다고하니까 저희 엄마는 할머니 쓰러지시겠다고 합니다 ㅋㅋㅋ 격려해주셔서 모두 고맙습니다. 못된 직장 상사보단 낫잖아요? ^^

  • 8. 그건
    '06.3.30 12:40 PM (219.251.xxx.92)

    공과금을 드리는 돈에 포함해서 그래요. ^^
    그러니 님이 전기 쓸 때마다 자기가 받은 돈이 줄어드니까요...

    앞으론 따로 계산하는 곳에 사세용~
    착한 학생이시네요.^^
    복 받을 거에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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