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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이혼해달라고 합니다.

자존심 조회수 : 3,745
작성일 : 2005-12-10 13:30:55
어젯밤에 남편이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아니 이혼해달라고.. 자기를 놔달라고 하더군요.
이유는 자기가 나한테 아무 보탬이 안된다는 거에요. 오히려 방해만 된다고..

결혼 3년차입니다. 남편은 자영업을 하는데, 결혼하기 전에는 잘 나갈때는 월수입 천만원도 됐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혼할 무렵 다른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원래 하던 일을 많이 줄였습니다. 그렇지만 새로 시작한 사업이 동업자와 잘 맞지 않아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일 보다도 자존심 때문에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과 일하기 싫다는.. 남편은 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람입니다. 없는 돈에 동업자가 빌린 돈까지 모두 해결해주고 회사를 접었습니다.

그 뒤부터 집에 돈을 많이 가져다주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시어머니께서 사주를 보니 40 전까지는 무슨 일을 해도 돈만 까먹게 되니 절대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냥 기존 사업만 잘 유지하라구요.. 기존 사업이라는게 별로 남지도 않았는데..
암튼 그래서 남편은 저에게 많이 미안해했습니다. 그렇지만 남편의 상황을 잘 알고
제가 옆에서 잔소리 하지 않아도 스스로 스트레스 많이 받을거라 생각하여 별말 하지 않았습니다.

집은 제 명의로 되어있지만 집값의 70%가 대출입니다. 여기에 친정아버지가 보태주신것도 있고.. 그래서 집은 있지만 사실은 빚덩어리입니다. 청약이 당첨이 되어 부담은 됐지만 다들 집사는게 낮다고 하여 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혼자 벌어서 생활비를 대려니 수입보다 지출이 더 컸습니다. 나날이 빚이 쌓여가서 지금은 빚이 1억이 넘습니다. 저 결혼전에 모아둔 돈 전부 생활비로 다 들어갔습니다. 제가 월급받는 직장인이다보니 세금공제 등의 이유로 모든 재산은 제 명의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다 둘째가 들어섰습니다. 이후로 친정어머니는 사위는 돈도 못벌어오고, 너혼자 고생 다 하고 뭐하러 둘째 가졌냐고 뭐라 하시고, 남편도 친정에서 돈못벌어오는 능력없는 사위로 낙인찍히는게 못견디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가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방해만 된다는 거죠.

자기는 마누라 덕 보고 사는 남편이라고.. 자조적으로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그런말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 모습의 남편을 보는게 싫었습니다. 이 사람도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일어설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남편은 몇 년간 외국나가서 일하고 오겠답니다. 예전에 하던 경험도 있고 해서 어떤 일인지는 저도 압니다. 남편 성격에 이젠 더 이상 일안하고 집에만 있을 사람도 아니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당신이 정 원한다면 일하라고.. 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혼은 안된다고 했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부부가 몇 년간 서로 떨어져 살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집도 줄이고, 최대한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당신이 정 그 일을 원한다면 몇 년간 일하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혼을 하고 가야 하냐구요.. 지금 이 상황에서 이혼을 하면 당신은 정말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틀린 말 한건가요? 가정을 지키는 것보다 자기 자존심을 지키는게 더 중요한가요?

제가 지금 다니는 직장은 친정아버지께서 30년 넘게 다니신 직장입니다. 저를 아는 사람보다 제가 누구 딸인지를 아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 상황은 남편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이혼을 하게 되면 안그래도 보수적인 이 회사에서, 계속 다닐 자신이 없습니다. 이혼하는것도 불효인데, 이 직장 그대로 다니면 아버지 얼굴에 두번 먹칠하는 거라고.. 당신이랑 이혼하면 나 회사 그만두고 애들이랑 길바닥에 나앉는다고.. 그래도 좋으면 이혼하라고 화가 나서 문자보냈습니다..

전 남편의 자존심은 이해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몇번이고 이혼은 안된다고 말했지만 남편은 제맘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이쁜딸 하면서 딸아이 끔찍해하는 모습이 너무 이율배반적으로 보입니다.

내일 시험쳐야 하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공부할려고 사무실 나왔는데 이러고 있습니다. 저보다 오래 사신 분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 분들.. 저에게 조언.. 아니 위로의 말이라도 좀 나누어 주세요. 정말 괴롭습니다.
IP : 168.249.xxx.17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혼반대
    '05.12.10 1:38 PM (220.88.xxx.19)

    안됩니다.님이 그런 직장을 가지고 있다면'''.몇 년 떨어져 있는 거도 괜찮아요.

  • 2. 클라
    '05.12.10 2:03 PM (211.247.xxx.20)

    지금 남편은 너무 외롭고 힘든 시기인것 같습니다.
    아버지 직장때문에 주변시선 때문에 신랑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부부간에 살다보면 안 좋은 시기가 있는데 누구를 위해서나 보여주기 위해서 사는 것 아니니까
    정말 님곁에 남편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지금 남편곁에 님이 필요하니까 현명한 선택을 하세요.
    저도 신랑 미울때는 술 취해 코 골고 세상모르고 잘 때 꼬집고 베개로 얼굴도 묻고 해 봤지만
    결국 곁에 남는 사람은 남편이예요. 자꾸 좋다 좋다 생각하고 말하면 더 좋아집니다. 누구를 위해서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남편을 도와주고 더 사랑하세요. 극단적으로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그리고 내가 하루만 살 수 있다면 뭐가 제일 후회되는지 생각해보면 결론이 보일거에요. 더 많이
    사랑하지 못 한 것, 잘 해 주지 못한것, 그런게 생각나지 않을까요? 잘 생각하세요....

  • 3. 나도 반대
    '05.12.10 2:03 PM (219.253.xxx.53)

    당분간 별거로 결정하시면 좋을것 같네요. 원래 남자들이 이기주의고 자기중심적이잖아요.
    4

  • 4. 조금만...
    '05.12.10 2:08 PM (24.83.xxx.10)

    서로 배신감 느끼는것도 아니고 경제력이 떨어졌다고 이혼을 생각하다니요...

    같은 배를 탔으니 우리 가족은 폭풍을 만나다해도 끝까지 같이 간다고 얘기하세요
    남편이 재기할 동안 잘 기다릴 수 있다고 격려해주세요

    아직은 아내쪽이 경제력이 있으니 유지하시고요, 역할이 잠시 바뀠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떨어져사는건 반대에요
    외국에 나가 살다보면 마음도 멀어질까 염려되네요
    부부는 힘든것도 같이 부딪치며 견뎌내야 언젠가 좋은 날 손 맞잡고 웃을 날도 오지요

    힘내요...

  • 5. 보탬이라..
    '05.12.10 2:12 PM (68.55.xxx.34)

    누구한테 득볼려고 삽니까. '보탬'이 되야 사는게 부부인지요.
    방해가 된다는 말 듣고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어떻게 아내한테 존재 가치를 낮추는 그런말을 할 수 있는지...
    자존심이 강한게 아니라 사태파악을 못하신 듯... 기운내세요.. 힘드시겠네요.

    그런데 이혼하면 친정아버지 얼굴에 먹칠이라 회사그만두고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는게.. 그래서 이혼을 할 수 없다는 게 이해가 안갑니다.

  • 6. 자존심
    '05.12.10 2:47 PM (168.249.xxx.174)

    원글이입니다. 답글 읽으면서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힘들더라도 같이 이겨내고 싶은데 제표현이 부족한가요.. 남편이 제맘을 몰라주네요.
    남편이 원한다면 외국나가서 일하는거 도와주고 싶긴 한데
    그 시간이 길어지면 정말 마음도 멀어질까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보탬이라.. 님 그건 제가 화가 나서 한 말입니다.
    그래서 이혼을 할 수 없다는게 아니고 이혼하면 그리 될거라고..
    나를 위해서 이혼한다는 사람에게 그리 되면 좋겠냐고 제가 홧김에 문자를 보냈네요.

  • 7. ..
    '05.12.10 2:54 PM (218.52.xxx.170)

    서로 죽이도록 미워도 하기어려운게 이혼인데 지금의 빈곤으로 이혼을 생각한다면 어리석죠.
    남편분이 빨리 진실을 깨닫기를 기도합니다.

  • 8. 하니
    '05.12.10 3:39 PM (219.240.xxx.45)

    많은 남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남편분이 갖고 계시네요.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남자가 있습니다. 자기 목숨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가정을 버리는 남자들도 있습니다.
    초라하고 왜소한 자신의 모습을 아내에게 보이는 것이 너무너무 싫은 거지요.
    그런 사람들 중에는 직장 잃으면 아내와 의논해서 극복하기보다 그 상황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서울역 길거리 노숙자 중의 상당수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문제를 어떻게든 같이 해결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피해보려는, 말하자면 내면이 아주 약한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직장을 잃었다고 바로 남편을 냉대하고 내쫓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아내가 뭐라하지도 않는데도 스스로가 못 견뎌서 집을 나와서
    노숙을 하며 삶을 망가뜨리고 가정을 깨뜨립니다.
    가족들이 돌아오라고 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일그러진 자존심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자존심은 상황을 피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정면돌파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님은 정말 강한 사람입니다.
    남편분은 약한 분이고요.

    남편분에게 말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어려움을 피하려다가 진짜 중요한 것을 잃는다고요.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하지만, 사람의 생각대로 되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입니다.
    나중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현재 이 자리가 아닙니다.
    힘들 때는 '이 상황만 피하면' 다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절대로 답이 아닙니다.
    남편분이 생각한 그 답은 현재를 피하기 위한 답일 뿐,진짜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도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이 있었는데,그때마다 피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에 너무너무 잘못한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그러나 때는 늦었지요.
    그때 그 어려움을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상대를 만나서 같이 해결하려고 했어야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게 너무 안타깝지만
    흘려보낸 물이지요...

    만일 이렇게 말했는데도 듣지 않는다면,
    남편분은, 냉정하게 말하지만 상처받은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해 피하려는 도망자일 뿐입니다.
    아내와 자식이 어찌 되었건 자기 자유만을 위해 현상황을 피해보려는 비겁자입니다.
    진정한 강한 사람은 절대로 그 상황에서 피하지않습니다.

    며칠전 tv에서 빚 때문에 집에서 내몰린 가장이 트럭 한대에 청소년기 아들딸과 아내와 함께
    길거리에서 사는 걸 보여주더군요.
    남편분은 얼굴도 모자이크하지 않았습니다.
    흔히들 그 상황이면 자식들은 시설에,아내는 어딘가 식당 같은 곳에,남편분은 노숙을..
    이렇게 할 것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 가족은 똘똘 뭉쳐 이 추운 겨울을 함께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남자분이 너무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강함은 그런 것입니다.

  • 9. 호호일산
    '05.12.10 4:05 PM (60.196.xxx.81)

    대화기법중에 (나전달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이해해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입장을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는 겁니다. 솔직하게 내 기분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입니다. 남편분 심정 이해하면서도 화나시고, 속상하시겠지만, 진심으로
    원님의 마음을 얘기하세요. 저라면 당신없이 하루도 못산다고 얘기할 것 같습니다만..
    좋은 결정 내리시길 바랍니다.

  • 10. 절대적으로
    '05.12.10 7:57 PM (211.200.xxx.213)

    참으시고 버티세요.
    남편이 바람펴서 다른 여자가 있으면 몰라도 님께서 남편을 잡아주셔야됩니다.
    힘내세요

  • 11. 자존심
    '05.12.12 8:59 AM (168.249.xxx.174)

    원글쓴 사람입니다.
    월요일.. 사무실에 나와서 글 씁니다.
    답변 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구요..
    여러분 말씀대로 남편에게 따뜻하게 대할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지난 일주일 내내 밤만 되면 술을 마시고 잠들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많이 누그러진듯 합니다.
    조금씩 나아지길 기다릴께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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