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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로 콩깍지 벗겨진거 같애요.

우울 조회수 : 2,560
작성일 : 2005-08-17 11:24:39
콩깍지 씌운다는 말 있잖아요. 연애 5년 결혼 5년만에 그게 없어진거 같애요.
5년 연애하고 결혼했으면 짧게 사귄건 아니잖아요.
그 전에도 볼거 못볼거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콩깍지 벗겨지고 나서 보는거랑 다른 것 같더라구요..

예를 들어 좀 드럽고 부끄러운 얘기지만..(죄송..)
남편은 세수하면서 꼭 코를 푸는데 그거 가끔 세면대에 붙어있는 거예요.
그거 보면 너무 드럽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은 그냥 휴지 뜯어 닦아버리고 물로 비누로 씻으면 되는데.. 근데 기분이 그렇지 않은거예요.
몇 번 치우고 못견뎌서 뒷처리좀 잘 하라고 해도 그 이후로도 열 댓번은 봤을거예요.. 올해 얘기예요.

근데 다른 말다툼을 하다 그 얘기가 또 나와서
(그날 주제는 남편이 내 말을 건성으로 들어넘긴다는 거였는데)
예를 들어 코딱지만해도 몇번이나 말했는데 어쩜 그런 것 까지 바뀌지 않고 똑같냐.
제가 이런 식으로 말했더니

갑자기 '그런 너두 생리때 화장실 뒷처리좀 잘하라고' 하면서 버럭 화를 내더라구요.
몇 번 핏방울이 떨어져 있었구 생리대 휴지로 똘똘 말은거 남겨놓고 나온적이 있었대요.
근데 그거 보면 자기도 정말 환장하겠다고. 그러는거예요.

그 말 들으니까 잡자기 알겠더라구요. 서로 콩깍지 다 벗겨졌다는 게.

정말 솔직히 요즘은 남편봐도 두근거리긴 커녕..
하루하루 나이 들어서 쪼글쪼글해지는 것도 보기 싫고
(나이도 저보다 많이 위지만.. 나이에 비해서도 주름이 많아요..)
둘 다 내성적인 성격인데 내가 내 성격을 단점으로 느끼는 만큼
어디가서 남들앞에서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거 보고 있으면 더 복장터지거든요..

사실 요즘은 남편이 저 만지는 것도 싫고 뽀뽀하는 것도 싫어요..
내색은 안하려 노력하지만요.. 근데 내색 안하려고 한다고 모를까 싶기도 해요.
잠자리도 거의 없거든요. 아무래도 싫다보니 이런저런 핑계대게되고..

첨엔 내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인데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정말 이러구서 계속 살 수 있을까요? 정말 우울하네요...
IP : 221.46.xxx.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8.17 11:36 AM (222.120.xxx.140)

    일단 지금 시기만 현명하게 잘 넘겨보세요~
    전 밉다는 생각이 들때는 일부러 얼굴을 쳐다보지 않아요~
    평상시 몰랐던 단점들이(?) 그 순간에 어쩜 그렇게 더
    보기싫은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웬만하면 부딪치지 마시구요~(말을 섞지 않는 편이...)
    단, 갑자기 변하면 아무것도 모르는(모른척 하는거겠지만요^^)
    도리어 황당해하고 짜증을 낼수도 있어요.
    그러지 전에 미리 요즘 컨디션이 안좋으니까 이해해달라
    는 식의 양해를 먼저 구하심이 나을듯 싶어요~
    신경을 잠깐 끄시고 다른 곳에 관심을 가져보면서
    잘 극복하세요~

  • 2. ..
    '05.8.17 11:41 AM (221.164.xxx.84)

    그래서 연애와 결혼은 엄청남 차이..아주 말도 안돼는 사소한 거로도 부딪치니..그래서 권태기니..결혼은 ..무덤이라니..하겠죠.그러다 나이 더 들면 누가 안 업어가나?ㅎㅎㅎ업어가도 아무도 안 말린답니다.ㅎㅎ

  • 3. ㅎㅎㅎㅎ
    '05.8.17 11:53 AM (221.146.xxx.86)

    연애로부터 따진다면
    이십년 넘게 한 남자와 알고지내는(?) 주부입니다.
    이십년 사귀면서 알게 된 건
    콩깍지가 벗어졌을때가 사랑이라는 거죠^^
    그전엔 그냥 환상속의 그대일 뿐이고요

    서로를 깊이 알게 되었을때(안다는 것엔 피차 완성이 없으니까요)
    감싸주고 서로에 대해 배려를 유지하려는 행동들이 사랑이지
    콩꺼풀이 씌운 상태에서 다 좋아 보이는 거야
    사춘기때의 풋사랑, 혼외정사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런데요,
    공동 생활에 대한 예의랄까
    그런 건 가족간에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대화하는 방식에서도
    상대의 결점에 대한 비난보다는 양해를 구하는게 좋겠죠
    님께서도 코딱지를 발라 붙이지 않으면 청소하기가 쉽겠다고 말씀하시고,
    남편분도 아이들도 있는데 가끔 뒷처리에 실수할때가 있으니 주의해 달라고 하는 식으로요.

    이 아줌마는 도 닦았나 하지 마시고
    그냥 좀 더 오래 콩꺼풀 벗고 한 남자와 지내는 사람의 말 정도로 들어 주세요

  • 4. 저희도 요즘
    '05.8.17 11:57 AM (67.100.xxx.50)

    권태기로 헤매고 있어요.
    그저께는 둘이 너무 심각해서 잠을 못 이루고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궁리도 했어요.
    남편이 못 고치는 버릇들, 체중문제 등 걸고 넘어질거 다 걸고 넘어지면서 속을 박박 긁고는 저도 좀 긇혔지요. 남편이 '나도 예전처럼 네가 좋아 죽겠는건 아니다. 그전엔 너를 바라만 봐도 좋았는데 요즘은 미운것도 보이더라' 하는 말에 충격받고 밤새 울고 그랬지요. 저는 저만 눈에서 깍지가 벗겨지고 남편것은 고대로 있는줄 알았거든요.

    정말.. 힘든 시기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오늘 제가 접촉사고를 냈어요.
    그것도 남편차 새걸 가지고 나가서.. 남편더러 요즘 기름값이 비싸니까 제 헌 소형차 몰고 다니라고 하곤, 남편의 대형차를 애들 학원 알아본다고 가지고 나가서 볼일보고 집에 바로 안 오고 쇼핑갔다가 주차하면서 갖다가 박았네요. 상대방차보다 저희차(일년도 안 된 신형)가 엄청 찌그러졌는데 남편이 바로 와서 괜찮냐고 위로해주면서 아무도 안 다쳐서 너무 다행이라고.
    사고가 나면 안되지만 그래도 돈으로 해결되는 사고라 너무나 너무나 다행이라고 위로해줘서 다시 보였어요.
    긴장이 풀어지니까 배가 어찌나 고프던지 배고프다고 하니까 바로 밥도 사주고 저희 차는 바로 견적 뽑고, 상대방 차 주인이 돌아올때까지 그 차앞에서 남편이 제 대신 기다려주고 대신 이야기해서 상대방기분도 풀어주고 자동차보험처리도 다 해주고 그랬거든요.

    듬직하더만요.
    암튼, 제가 제맘을 추스리고 남편에게 잘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요즘 제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녔는데(자동차사고말고 다른 자잘한 일로 돈 들 일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걸 가지고 제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고 저에 대한 배려를 해줘서 너무 고맙단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이 돈이 많은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이거든요.
    앞으론 남편이 미운짓을 해도 제가 좀 참아줘야겠어요.

  • 5. ..
    '05.8.17 12:39 PM (219.121.xxx.239)

    콩깍지 벗겨지면 좀 있다가 진정한 정이라는 것이 옵니다.
    저는 매일 후라이팬으로 치고 싶을 만큼 미웠다가 그 시기를 극복하고 나니
    이제는 남편의 장점이 보이고 이해하고 받아주는게 가능하더군요.
    인간의 관계라는게 사계절처럼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는것 같습니다.
    따스하고 아름 다운 시기 ,혹독한 시기,지루하고 숨막히는 짜증나는 시기 등등 ..
    항상 좋기만 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6. iambusy
    '05.8.17 12:41 PM (221.143.xxx.216)

    그런 권태기를 거쳐서 30년 40년씩 해로하는 부부가 탄생하는 겁니다.
    그맘때 다 겪는 현상이지만 좀 지혜롭게 넘어가면 좋지요.
    나중에 가서 그때를 생각하면 좀 부드럽게 넘길껄 그땐 왜 그렇게 아둥바둥 투쟁하듯 살았나 싶은 시기가 와요.
    걍 남들이 겪는 권태기 우리 부부도 겪나보다 생각하시고 남편말고 다른 곳에 집중하면서 (취미 생활이라든가..)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세요.

    다시금 남편에 대한 애정이, 든든함이, 함께 하는 동지의식이 생겨나는 시기가 도래할테니까요.

  • 7. 정원사
    '05.8.17 12:54 PM (218.236.xxx.38)

    ..님~
    <저는 매일 후라이팬으로 치고 싶을 만큼 미웠다가 >
    이거 압권이네요.
    그런 시기가 극복된다니 다른 말 필요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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