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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울때마다 되새기는것!

럭키 조회수 : 2,177
작성일 : 2005-03-30 04:17:52
남편이 얄미울때 제 나름대로 평정을 찾는 방법이 있답니다.

남편과 저는 소위 CC였죠.

대학 입학한지 몇일만에 써클실에서 첫만남.

한눈에 반했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건만 이사람 앞에서 그말이 존재함을 알게되죠.

진짜 온세상 사랑이여, 내앞에서 우쭐대지 마라! 하고 싶도록 24시간 사랑만 한 시절이었네요.

한시라도 더 붙어 있으려 수간신청때 당근 교양과목은 같은걸로, 전공은 눈물을 머금고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사대에서 이공대까진 너무나도 멀고먼 길. 첨엔 애써보나 얼마 못가서 그저 수업을 빼먹는 쪽으로 방향을 확 틀게 되죠.

그대신 캠퍼스 잔디밭, 깡통이라 불리던 매점, 애기능 언덕배기에 업드려있는 우리 둘을 늘 볼 수 있었죠.

보기만 하나요? 정말 기억하기도 챙피한 장면들을 많이 들키기도 했지요. 그당시만해도 대낮에 대놓고 얼굴부비고 키스하는 사람들은 없었거든요. 정말 우린 쳐다 보기만하면 바로 쪽쪽 뽀뽀하느라 남들은 안중에도 없었어요.

카페에서 자주 쫓겨나기도 했네요. 손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내지는 영업시간 다 끝났는데요...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신사동에 로마의 휴일이라는 맥주집이 있었는데, 뻔질나게 다녔네요. 그당시 김승현이 DJ도 하며 무슨 커플게임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부터 굉장히 재밌는 사람이란걸 알았죠. 로마의 휴일에서 쫓겨나면 이층에 알바트로스로 내려갔었더랬죠.)

제 친구들과 선배들은 제 걱정을 굉장히 했지요. 너희가 잘되면 좋지만 행여나 헤어지게되면 너 시집은 어떻게 가냐? 하면서...

사실 미래가 너무 불안하긴 했어요. 나날이 빵꾸나는 학점과 그럼에도 정신차릴 기미가 없는 우리 둘이...

전 그래도 사대생이라 반짝공부로 간신히 평점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공대생이였던 이사람은 그야말로 권총만 찰수밖에 없었죠.

맨날 좋아 죽겠으면서 또 맨날 헤어져, 말어,로 싸우기도 했지요.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면서...

그러다가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됐어요.

도저히 자력으론 안되겠으니 너는 군대에 가고, 난 열심히 학점 채워 졸업할거야.

그당시 공대생들, 보통 대핵원 진학해서 군대에 안갔는데 우린 그런 결정을 했지요.

입영통보는 빨리도 오더군요.

입영 전날, 어느 카페에서 그동안 내가 사줬던 반지, 팔찌, 목걸이를 무슨 유품 정리하듯 하나하나 벗어주는데...정말 무심히 보내려했던 나. 울컥 눈물이 나더니 멈추질 않았네요.

그후 1년간 그야말로 지구끝에 혼자 버려진 고아처럼 힘들게 보냈지요.

어딜가도 그사람의 흔적이 없는곳이 없었지요.

졸업반이라 시험준비, 교생실습, 학점관리하다보니 1년은 어찌저찌 보내는데, 문득 그사람이 있는곳으로 뛰쳐가고 싶은데도 못간다는 생각에 미칠것 같았죠.

그래서 이런 생각조차도 할수없는 곳으로 떠나야겠단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졸업식 후 며칠 뒤 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말이 유학이지 그저 시간 때우기,였죠.

1년 조금 넘게 다녀오니 그사람은 제대를 했고, 빵꾸난 학점 복구를 위해 헉헉거리며 복학생으로서 소임을 다했구요. 그동안 전 회사에 취직해서 이사람 맛난거 사먹이는데 올인했구요.

취직하자마자 그해 가을에 딴따라란~~~!

매순간이 짜릿하게 좋을줄만 알았던 결혼이 무덤덤과 피곤함의 일상이였다는 실체를 알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아직도 하는짓이 얄밉고, 으이구, 제가 뭐가 좋아서 그 난리를 쳤을까,싶을정도로 신경질나는 일이 많아도...

잠든 이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과연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싶은 맘에 오늘도 속상했던 감정들 정리해 봅니다.

우리가 늘 부르짖었던 '자유로운 영혼'을 꿈으로 간직한 채...
IP : 70.27.xxx.18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헤르미온느
    '05.3.30 8:22 AM (211.214.xxx.22)

    ^^초특급 닭살 경보를 내려야게땅,,,,=3=3=3

  • 2. 희야맘
    '05.3.30 8:23 AM (210.96.xxx.119)

    맞아, 맞아요.
    저도 이 사람이랑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결혼해서 지금은 무덤덤할 때도 있지만 이사람이랑 결혼 안 했으면 평생 그리워하다가 지쳐 쓰러졌을 겁니다. 옆에서 지지고 볶고 살아도 곁에 있어 좋은 내 남편.

  • 3. 김혜진(띠깜)
    '05.3.30 8:38 AM (61.159.xxx.205)

    맞아요.^^ 너무 이쁘고 소중한 두분의 추억이 그러게 많은데.....

    전 선보고 후다닥 결혼한 스타일이라 굳이 좋게 표한하자면 넘들 10년 연애 하는 거 지금
    한다 생각하며 살지만, 두사람의 고유 추억이 없으니 사실 화나고 속상하면 달래줄 만한
    건덕지가 없더군요. 결혼 전이야 모두 봄빛이었지만 결혼 후에는 4계절이 너무 뚜렷하니
    오히려 그게 사는게 아닌지 싶습니다.^^
    이젠 미운정도 들어야 정말 깊은 정이 드는 거예요~~^^

  • 4. 오메부러버
    '05.3.30 9:04 AM (61.32.xxx.33)

    아 김혜진님이 더 닭살이십니다그려.. ^^
    "넘들 10년 연애 하는 거 지금 한다 생각하며 살지만"!!!!!!!

  • 5. 김혜진(띠깜)
    '05.3.30 9:27 AM (220.163.xxx.247)

    닭살 끼치라고 한건 아니었는디~~^^;;;;;
    그리유~~ 닭살 합니다.^^
    남정네 오면 바로 코맹맹이 소리로 "자기양~~~~" 하고 불러 보겄습니다.
    원글님이 연애 때 하셨던 것 처럼...^^

  • 6. 헤스티아
    '05.3.30 10:25 AM (220.117.xxx.235)

    저두.. 연애하면 너무 생활에 큰 타격을 받아서요.. 헤헤.. 안그러고 싶은데.. 올인;;이 되어버려서리..
    대학때 처음 연애하고 1년간은 겨우겨우 학점 때웠던 적이 있고(다행히 교과과정이 어렵지 않던 때여서 망정이지;;),
    지금 남편과 연애하면서도 '빨리 결혼해야지 안그럼 생활 파탄(?)나겠다..'싶었어요.. 결혼하고 나니까 그 난리 부르스(?)가 좀 잠잠해 지네요.. 헤헤

  • 7. roserock
    '05.3.30 2:01 PM (68.165.xxx.58)

    너무나 부러워요.
    저는 젤 친한 친구가 .. 갑자기 연애상대로 변신해서.. 그 담엔 남편으로 변신한건데...
    그래서 연애기간이란게 애매하고 사실.. 없는거 같어요.

  • 8. 방긋방긋
    '05.3.30 6:27 PM (168.154.xxx.80)

    ㅋㅋㅋㅋ 럭키님 글에 나오는 캠퍼스 장소가... 푸힛! 제가 잘 아는 그곳이네요.
    저희두 그곳 써클 CC 출신이랍니다. 방가방가~~~^^
    그냥....반가운 마음에 ㅋㅋㅋㅋㅋㅋㅋㅋ

  • 9. 럭키
    '05.3.30 11:24 PM (70.27.xxx.180)

    방긋방긋님! 함, 면담 좀 합시다. 눈치 못채게 했는데 어찌 아신거야요? 올해 100주년 맞나요? 혹시 '백원만;아저씨도 맞구요? 여기까지 맞으면 저도 방가방가~~~! 가끔 쪽지로 우리 맞춰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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