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쯔브벨에 대한 나의 단상

언젠가는 조회수 : 1,222
작성일 : 2004-05-20 10:25:47
제가 시간도 돈도 없고 인격적 성숙도도 매우 낮았던(지금도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시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대의 미국 남부 하우스들을 재현해 놓은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답니다. 이름이 타라 박물관이던가...한해한해 갈수록 기억력만 쇠퇴해지는군요. 당시 노예들의 숙소도 전시되어 있었고 귀족들의 방 심지어 식탁 셋팅까지 해 놓았더군요. 그때 제 눈에 파란 무늬의 도자기가 매우 이쁘게 보여서 나중에 나도 저런 그릇을 사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한국에 돌아와서 살다가 백화점 그릇 코너를 지날 때 우연히 그 그릇과 유사한 것이 체코산 쯔브벨 무스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근데 의외로 양식기에도 화식기(일본 그릇을 말합니다) 푸른 문양이 많더라구요. 어느 분은 푸른 색이 식욕을 억제한다고 하시기도 합니다만...웬지 저는 푸른 문양이 있는 그릇만 보면 필이 꽂힌답니다. 이상도 하지.

그러던 차에 82에서 공구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재차 삼차 고민해서 꼭 필요하다 싶은 것 몇장만 샀죠. 오늘 아침에 타원형 그릇에 밥놓고 반찬놓고 원디쉬로(설겆이 거리를 줄이기 위해) 먹었는데 매우 기분이 좋았어요. 무엇보다 우묵해서 잘 담기고 안정감도 있구요. 제가 미국에서 올 때 많은 주부들께서 백악관에서 쓰는 레녹스를 사가라 웨지우드나 애슐리 등의 영국 그릇도 한국보다 미국이 싸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땐 정말 돈이 없어서...울면서 코렐 한셋트만 더 사가지고 왔었죠.

지금이라고 비싼 그릇 셋트로 살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닙니다만 그룻 하나에 사연과 기쁨이 깃들 수 있다면 그 어찌 기쁜 일 아니겠습니까? 혹자는 웬 뜬끔없이 쓸데없는 그릇 바람이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은 베이글 무슨 맛으로 먹느냐 VS. 정말 맛있다 등등 여러 의견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익하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도 이젠 목표를 정하고 달려 가기만 하는 성장 위주의 사회가 아니라 다수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 안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고 저는 보고 싶어요. 그런 과정에 82 쿡과 같은 대다수의 건전한 분들이 동참하는 사이트도 일조한다고 보고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IP : 220.76.xxx.2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으니
    '04.5.20 10:32 AM (221.160.xxx.99)

    끄덕끄덕....
    님의 말씀처럼 비싼 그릇 셋트로 들이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사 모으면서
    기다림과 설레임의 느낌도 가져보고, 쓰면서 이건 내가 어떤때 어떤 마음으로 샀던 건데..
    하는 추억도 떠 올려보고....
    꼭 그릇이 아니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무엇이던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져...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세요.

  • 2. 토마토
    '04.5.20 10:58 AM (218.145.xxx.254)

    동감입니다

  • 3. 키세스
    '04.5.20 12:08 PM (211.176.xxx.151)

    저도 고민고민 하다가 없는 돈 쪼개서 몇개 장만했어요.
    질문도 여러번 하고 다른 회원님들하고 쪽지 주고 받으면서 서로 고민해주고...
    말씀 듣고 보니 이번 그릇은 정말 추억에 남는 그릇이 될 것 같아요. ^^ ~흐뭇~

  • 4. 꾀돌이네
    '04.5.20 12:51 PM (218.50.xxx.151)

    소시민인 제가 처음으로 그릇 모으기 시작한 작품(?)이네요.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암튼.. 음식에 관심이 가면서 그릇에 관심이 가는 거...
    그것도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모으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3198 문자메세지 19 익명할게요 2004/05/20 1,663
283197 소장하고 싶은 만화책 24 메텔 2004/05/20 1,232
283196 빕스에서 알뜰하고 푸짐하게 식사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7 똘똘이 2004/05/20 1,240
283195 아이에 관한,,,바람이기보단 햇빛을 택하죠 12 김흥임 2004/05/20 1,388
283194 일산분들, 서산에 버스로 갑시다 32 다시마 2004/05/20 1,054
283193 [re] 아들 두신 분들~ 20년 후에 제 딸 이런 꼴 안당하게 좀 도와주세요~ 2 딸가진 엄마.. 2004/05/21 890
283192 [re] 시어머님이랑 한판 할것 같습니다. 나도 한판하.. 2004/05/21 900
283191 [re] 여러분들의 답글 고맙습니다. 익명 2004/05/20 906
283190 [re] 시어머님이랑 한판 할것 같습니다. 8 나도 한판하.. 2004/05/20 1,514
283189 시어머님이랑 한판 할것 같습니다. 17 익명 2004/05/20 2,432
283188 동원에서 주부 모니터 모집해요 아이스크림 2004/05/20 890
283187 코스트코 홀 세일이요.... 10 애슐리 2004/05/20 1,768
283186 학습지요, 4 홍이 2004/05/20 897
283185 일산 뉴코아에 2001아울렛 모던하우스 오픈한데요. 6 교하댁 2004/05/20 943
283184 [re] 때리기 보다는... 엄마는 힘들.. 2004/05/20 907
283183 아이에게 매? 드십시오. 단 ... 11 무우꽃 2004/05/20 2,409
283182 아직도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때리는 사람이... 8 벚꽃 2004/05/20 1,019
283181 사무실에 허브들 어찌할까여??(급질) 4 ms. so.. 2004/05/20 899
283180 부부란 무엇일까... 13 동경미 2004/05/20 1,566
283179 아이를 때리는 것에 대해 10 나쁜엄마 2004/05/20 1,061
283178 쯔브벨에 대한 나의 단상 4 언젠가는 2004/05/20 1,222
283177 혹시 아세요?? 1 푸하하 2004/05/20 894
283176 회식 자리에서 많이 안먹는 비법 질문 10 겨란 2004/05/20 1,430
283175 ㅋ 귀여운 것들... ^^ 14 키세스 2004/05/20 1,268
283174 나를 잊는다는 것에 대하여 1 귀여운 토끼.. 2004/05/20 896
283173 jasmine님 글이 있었는데.. 11 champl.. 2004/05/20 1,459
283172 제 고딩때 황당한 선생님들 12 아라레 2004/05/20 1,088
283171 부정교합에 대해... 6 소아치과 2004/05/20 955
283170 이런 화장실 2 3 이희숙 2004/05/20 908
283169 효도합시다 8 이론의 여왕.. 2004/05/20 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