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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신문에 실렸던 내용을...

애뜰 조회수 : 884
작성일 : 2004-03-17 14:01:20

제가 메트로 신문에 실었던 글을 소개하고 싶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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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천원짜리 커피는 그냥 마셔도 배추값은 깎아야 직성 풀린다니…

20년동안 도시의 셀러리맨 생활을 정리하고 임실의 한 마을에 자리 잡은지 벌써 몇해가 지난다. 나는 지금 우리것 우리맛을 고집하며 된장을 만드는 농군돼 있다.

나는 된장을 셀 때 “한점, 두점….”하며 작품 세듯 한다.

재배한 작물을 자식대하듯 한다는 어느 농부의 심정과 같은 것이다. 도시사람들은 “뭐가 그게 작품이냐 된장이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아끼고 사랑하기에 작품이상의 호칭을 붙여주고 싶다. 농군들은 다 그렇다.

일본사람들은 “된장은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세계 곳곳 사람들이 자기네 전통음식들을 아끼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면 우리는 우리것에 조금 소홀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남의 문화는 좋아하고 우리문화는 천대시하는 경향. 페스트푸드가 판치고 정월 대보름이 발린데이 뒤로 밀려나는 현실에 나는 화가 난다.

어른들도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을 잃어가고 있다. 외국상표를 좋아하다보니 가짜라도 외국것이 좋다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의 흠은 불행히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남을 의식하고 돋보이고 싶어한다. 조그마한 힘이라고 가지면 베풀기 보다 대접받기를 원한다.

지난 겨울 일산 호수공원에서 한국농업인 연합회가 주최한 농산물 판매장에 참여했다가 겪은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행사는 한국 최고의 농산물을 공급하자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분야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농가들이 유기농법을 통해 생산한 최고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자리였다. 그만큼 우린 자부심에 차 있었다.

하지만 오랜 월급생활에 젖어있던 나에게 된장 판매란 쉽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판매대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내 모양이 조금은 우습기도 했다.

이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고객들의 태도에 나는 번번히 맥이 풀렸다. 거의 대부분 값을 물어보고는 일단 “왜 이리 비싸냐”며 깍아내리려 한다. 어떤 분은 백화점이 아닌 곳에서 파는 물건, 특히 농산물은 안 깍으면 손해가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분은 내 된장을 구경하면서 “뭐가 이리 비싸. 아저씬 농사꾼처럼 안보여”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차림새가 남루해야 하고 세상물정에 무지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농사꾼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고객들에게 된장만 파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기 내 정성과 그 품질을 보증하는 내 인격을 파는 것인데 손님들은 이런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다.

당시 꾹 참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시중에 파는 커피는 5000∼6000원이 되도 푹푹 쓰면서 배추나 사과, 배, 쌀은 깍아야만 진성이 풀린다는 소비자들….

이런 태도 때문에 농부들이 받는 상처는 매우 깊다. 농부의 마음을 한번쯤 헤아려 달라는 말이다. 나는 농군으로 거듭났다. 맛좋은 된장을 만들어 잊혀져 가는 우리맛을 도시에 심는 것이 내 보람이다.

도시에 맛좋은 된장을 공급하는데 대해 나는 대접받고 싶다. 농사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농부를 아끼고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IP : 211.217.xxx.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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