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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럭 파티 D-7일전

아라레 조회수 : 1,145
작성일 : 2004-03-14 17:39:04
포트럭 파티가 딱 1주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두근두근....

내가 만든 음식이 식구가 아닌 남에게도 맞을까,
음식을 전날 만들까, 새벽에 만들까,
음식은 어떻게 공수해 갈까,
옷은 뭘 입고 가나,
맨날 집에만 있어서 화장하는 법도 잊었는데...
미용실을 한번 가주어야 하나 마나...

명절 때 음식하는 거랑은 또 다른
즐거운 중압감과 기대가 넘칩니다.

생애 처음의 포트럭 파티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아아주 소박하고 푸근했던 포트럭 파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아기가 태어나기 전
신혼이라 불리......기도 어색한
배가 남산처럼 불뚝했던 때

남편이 퇴근해서 늦은 저녁(9시 반쯤)을
먹고 나선 둘이서 입가심용 커피와(전 쥬스)
샌드위치등을 들고 각자의 공부(?)를 하기 위해
옥탑방으로 향했습니다.

그전에 창고로 쓰이던 옥탑방을
공부방으로 개조하기 위해
잡동사니를 죄 끌어내고 쓸고 닦고 털고
새로 도배하고 책상 들이는 모든 일을

저는 '이 배를 해갖고 내가 하리?'하며
부른 배를 더욱 앞으로 땅땅하게 내밀며
거만한 노예감독관의 역할을 했고

가만 있어도 줄줄 땀이 흐르는 한여름에
남편이 정말 노예처럼 도맡아 했죠. ㅋㅋㅋ


캄캄한 층계엔 불도 안들어오고
가뜩이나 밤눈이 어두운 저는
그저 남푠의 허리춤을 잡고서
어기적 어기적 헉헉 거리며(부른 배땜에)
올라가던 여름날...

옥상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더위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오신
시부모님이셨습니다.

돗자리 넓게 펼치시고 머리맡에 모기향을 피우고
두분이 사이좋게 드러누우셔서
살랑살랑 서로 부채질을 해주고 계시더군여.

금방 내려갈 참이었다곤 하시지만
아마 저희가 그 한적을 깨지 않았다면
계속 유지됐을 부부광경이었을 거예요.

그때까지도 손님처럼 항상 서먹서먹하게
구는 불량 며느리에게 앉으라고
자리를 마련해 주시곤
두분이서 입 심심함을 덜으시려고 가지고 올라오신
수박과 고구마를 먹으라고 저희 앞으로
땡겨 주시고....

저희 저희대로 저희들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드시라고 내놓고...

한여름밤에 두 커플의 조촐한 야외 포트럭 파티가
벌어진 셈이죠. ㅋㅋ(잡지책에 나오는게 뭐 별거냐...)

끊임없이 잔걱정을 해대는 저와 달리(A형)
전부 될테면 되라지~ 걱정한들 무엇하리의
신조로 사는 올 0형 시집식구들 사이에서
저혼자 온 몸을 다 받쳐 모기들에게 헌혈을 해가며
인간 모기향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ㅠ.ㅠ
(A형이 모기에게 가장 잘 물린다는 사실 -_-;)

우리 살은 쭈글쭈글해서 앉기도 힘들고
냄새가 나서 모기도 먹지도 않는디야~
그래서 쟈들이 다 니 피를 빨아묵나 부다...하며
다들 키득거리며 신기하다는 듯이 볼 때

정말이지 부드럽고 푸둥푸둥한 제 종아리는
모기들의 만찬의 장이 되어있었습니다. ㅠoㅠ

몸 풀 날이 얼마 안남았는데도 거꾸로 자리잡아
돌아올 생각을 안하는 아기 땜에 하는 걱정,
밤마다 올라와서 하는 일의 성과가 과연
이루어질까의 걱정,
그 외 이런저런 가정사의 걱정걱정걱정...
(입안이 걱걱합니다. -_-;)
들을 시원한 수박 한 조각 먹고 털어내라며
건네주시던 어머님의 마음처럼......

소박하고 푸근하고 기분좋은
포트럭 파티가 되길 기대합니다. 후후후...






IP : 210.221.xxx.250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꾸득꾸득
    '04.3.14 6:13 PM (220.94.xxx.67)

    즐거운 파티가 되실거예요..^^
    저두 똑같은 걱정을 했지요..
    사실 하루전에 음식 잘 할 생각은 안하고
    퍼머한지 두달이 넘어 푸시시한 머리를 도저히봐 줄 수가 없어
    동네 미용실가서 드라이하고(드라이는 하룻밤 자야지 자연스러워짐으로..--;;)
    다음날 벼락치기로 음식하고(버릇은 끝까지 가더군여..--;;) 설레는 맘으로 갔더니 ,,,
    정말,,맛없다 그럼 어쩌지라는 걱정은 기우였슴돠...
    뷔페의 특성.... 다먹고 나면 무슨맛인지..모른다..^^

  • 2. 깜찌기 펭
    '04.3.14 6:25 PM (220.81.xxx.240)

    아라레님..저도 설가고싶어욤.
    포트럭파티가 가보니 부폐상이더라구요.
    넘좋던데..^^;;

  • 3. 쭈야
    '04.3.14 7:02 PM (211.212.xxx.4)

    포트럭파티 무사히 마치시길...그리구 너무 재밌을겁니다. 전 정말 너무너무 가고싶어 병이 날 지경이지만 사랑하는 여동생이 멀~리 친정(부산)서 출산하는 바람에 저도82님들 참 뵙고 싶은데....전 서울에4시경에 도착하는데 혹시 2차는 안하시나 모르겠네요.
    다들 너무 친해지면 안되요...그럼 못 간 사람들 눈물로 밤을 지샐겁니다~.

  • 4. 크리스
    '04.3.14 7:53 PM (211.200.xxx.180)

    음...b형이 모기에 젤로 잘 물리는걸로 알았는데~~~^^

  • 5. 김혜경
    '04.3.14 8:49 PM (211.201.xxx.164)

    아라레님...시부모님들이 참 좋으신 분들같아요...
    포트럭은 부담갖지 마세요. 부담갖지 말자고 포트럭으로 하는 거 아닌가요??

  • 6. 치즈
    '04.3.14 9:42 PM (211.194.xxx.160)

    일단은 시부모님 땜에 부럽구요...
    이단은 포트럭 땜에 부럽네요.

    그리고 모기...!
    전 인간모기향 입니다.
    저 한사람있으면 주변 사람 모기 안뜯겨요. 전부 내게로 ....ㅠ.ㅠ
    집안의 모기 한마리 못찾으면 잠 못자는 꺼미는 저보고 배 내놓고 누워있으라고 하지요.
    모기가 오면 잡을라고...그게 모기 유인하는데 젤 빠르다고요.흐미~!

  • 7. 마플
    '04.3.14 9:53 PM (211.221.xxx.69)

    다들 넘 활기있게 사시는것같아 부럽고 보기 좋네요
    저두 맘속으론 너무너무 가고싶은데 이놈의 끝을알수없는
    무기력증과 우울의늪이 저를붙잡고 놓아주질않네여
    누군가 건들기만해도 가시돋힌 말들이 쏟아지고 서럽고 억울하고
    감정조절이안되네요
    다들 즐겁게 다녀오시길.....

  • 8. 아라레
    '04.3.14 10:16 PM (210.221.xxx.250)

    A형이 젤 잘 빨리는 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 홍콩할매귀신 얘기도 꼭 A형만 잡는다고..ㅎㅎㅎ
    정말 인간 모기향 넘 괴로워요... 여름만 되면 거의 반누드로 자는 남편은 말짱한데
    이불 꼭꼭 덮고 자는 저만 골라 빠니...(내 몸에서 냄새 나나..? ㅠ.ㅠ)
    그리고 제가 시부모님복은 있나봐요.(그래도 고민거리는 있답니다.)
    마플님, 모임 때 뵈요~~하루만이라도 그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자고들 모임하는거 아닌가요? ^^

  • 9. 나나
    '04.3.14 10:17 PM (211.49.xxx.188)

    아라레님...
    벙개 나오셔요?
    아라레님 포트럭 나오시면,,저도 갑니다..ㅎㅎㅎ
    갈지 안갈지 아직 생각중이라서요,,
    대전 벙개때는 재미는 있었는데..왠지 조금,,
    엄마들 계모임 하는데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 10. 거북이
    '04.3.14 10:33 PM (203.26.xxx.213)

    지난번 올리신 사진보구
    제가 상상했던 아라레님이 아니더라구요.
    가끔 글을 읽다보면
    한 마디 독설로 가차없이 일침을 가할 것 같은 아라레님이셨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아라레님의 그 연한 미소가 제 오해에 일침을 가하더군요.
    칭찬, 맞습니다!
    아부. 맞습니다!ㅎㅎㅎ
    항상 변치마시라구요...*^^*

    전 가고싶어도 못가네요...ㅠ.ㅠ
    꼭 가셔서 좋은 하루 되세요!

  • 11. 푸우
    '04.3.14 10:33 PM (219.241.xxx.178)

    엄마들 계모임이요?? ㅎㅎㅎㅎ

    아라레님 점점 이러시니까 기대됩니다,,
    저두 꼭 가서 아라레님 보고 싶어지네요,,ㅎㅎㅎㅎ

  • 12. 아라레
    '04.3.14 10:36 PM (210.221.xxx.250)

    저 겉보기랑 달리 푼순데.... -_-;;;

  • 13. 키세스
    '04.3.15 12:04 AM (211.176.xxx.151)

    아라레님
    정말 애 낳을 때 상황이 똑같네요. ㅜ.ㅜ
    그런데 저는 O형인데 왜 모기가 좋아할까요?
    10여년 전에 소매물도에서 정확하게 52군데 물린 끔찍한 경험이.. 으....

  • 14. 경빈마마
    '04.3.15 12:20 AM (211.36.xxx.98)

    만남 하나로도 행복인 것 같어요..

  • 15. june
    '04.3.15 1:32 AM (67.243.xxx.116)

    전 b형... 진짜 모기가 두렵습니다.
    옥탑방 앞의 평상마루.. 너무 부럽네요.

  • 16. La Cucina
    '04.3.15 1:55 AM (172.167.xxx.93)

    엄마들 계모임 ㅋㅋㅋㅋ


    혈액형은 잘 모르겠지만 모기가 임산부 더 좋아한데요.
    피가 더 담백하다였나? ㅎㅎㅎ
    이윤 잘 모르지만 하여튼 임신에 관한 책에서 본거 같아요.
    저도 O형인데 모기가 저 참 좋아하더라고요. 한놈도 아니고 여러 놈들이..

    그 포트락 파튀 참 컨츄리틱하면서 좋네요. 웬지 에프킬라 나 모기향 같은 cf 장면에 딱 좋을 듯!

  • 17. 솜사탕
    '04.3.15 6:16 AM (68.163.xxx.2)

    정말 푸근해지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아라레님.

    정이 오가고 입도, 배도 마음도 모두 불러오는 그런 정겨운 자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당시 걱정하시던 공부의 결실은 잘 마무리 되었는지... 잘 되었길 역시 바라고요..

  • 18. 냠냠주부
    '04.3.15 8:46 AM (210.216.xxx.252)

    아라레님 A형?? ㅋㅋㅋㅋ

    그리고..전 포트럭이 어젠줄 알았시유. -_-;;; (언제나 정신 차릴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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