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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한풀이 해도 되나요?

주근깨공주 조회수 : 1,332
작성일 : 2003-12-09 05:56:08
자다 새벽에 깼는데 어찌 다시 잠이 들지를 않네요...

20대에는 얼른 30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저것 낭비적인 고민을 안해서 좋고 30대가 되면 뭔가 안정되어 자리를 딱 잡고 있을것만 같더군요..
그래서 자주 자주 주문을 외웠습니다..
'얼른 서른이 되라, 서른이 되라..'

그 서른 이라는걸 두해를 넘기고 이제 30대중반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내 생활은 안정되었다고 말할 정도도 아니고, 내 머리에는 쓸데없는 고민과 잡념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디 멀리가서 아무도 안 보는데 혼자앉아 펑펑펑 울고싶습니다...

인생이 이런것이었던가요...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는 결론이 나지도 안정되지도 않는 그런것....

주변에는 친구가 하나도 없네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패스트푸드점 하나 그 흔하디흔한 대형마트 하나 없는 동네에 살고 있답니다..
하루 종일 바라보는건 남편과 아이... 그리고 TV와 컴퓨터...

처녀시절 하다 중단한 공부를 다시 하고자 했지만, 일주일에 이틀씩 집을 비워가며 학교를 다니는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몸이 힘든게 아니라 마음이 힘듭니다..
제 생각에는 하던 공부니까 졸업장을 받아야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논문만 통과시키자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주위에서는 이제 슬슬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거라고 생각하더군요..
이제 어떤 일을 할거냐고 물어오는데 참 막막합니다..
좁은 지역사회에 뚫고 들어갈 자리도 없고, 더더군다나 애를 봐줄 사람도 없고,, 그리고 둘째도 가져야하는데말입니다..

사실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습니다..
5년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갈 생각이었습니다..
대학원에 합격을 하고는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사표수리가 안된다네요..
비서라는 자리때문이었을까요..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고,, 꼭 너여야만 한다고..  
회사에서 시간을 할애해줄테니 대학원과 회사일을 병행해보라대요..

속으로 은근히 기뻤습니다..
'아,,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구나.. 내가 이렇게 값어치가 있었구나..'
다른 여직원들은 당연히 불만이 많았지만, 그 동안 생긴 몇몇의 위기를 잘 대처했다는 명분으로 다른 여직원들의 입을 다물게 하더군요..
돈도 벌고, 학교도 다니고.... 단지 간판만 따려고 다녔다면  정말 좋은 상황이었을텐데..
뭣모르고 들어간 학교에서는 왜 그리 배우고 경험해야할 일들이 많던지...
그 모든 것들을 하나도 경험하고 배우지 못하고 단지 학과 성적에만 치중하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현재의 위치...
거리가 멀어서 다른 것을 배울엄두도 못내고,, 단지 논문에만 집중하려고 하는데,,
사는게 그리 녹녹하지 않군요...
어디에서도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친한 친구들도 전국으로 흩어져 몇 년에 걸쳐서 얼굴도 한 번 제대로 못 보고 몇 달에 한번씩 겨우 전화만 할정도니...

뒤돌아보면 결혼 하고 아이낳았다는 것 외에는 남은것이 하나도 없네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정말 겁이 납니다..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에 비춰볼때 현재의 내 모습은 너무너무 초라합니다..
한 1년간 아무생각없이 살았더니 몸무게가 10kg이나 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늘어날수 있는지....

어느새 제 입에서는 그런이야기가 나옵니다..
'내가 처녀때는 말이야.. 44사이즈만 입었었어..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쪄서 보약을 달고 살았다니깐..
경주로 영주부석사로 휴일이되면 드라이브도 하고, 새로 생긴 레스토랑은 꼭 한번씩 들러봤다니까..어느집은 스파게티를 잘하고, 어느집은 안주가 맛있고,, 그런거 다 꾀고 살때가 있었어... 참 한창 잘 나갔었는데......' 그 뒷맛은 정말 씁쓸합니다..

이제는 청춘에 덫에 나오는 심은하를 떠올리던 비서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가보다하고 다시 한번 쳐다보는 대학원생이 아니라,, 퍼질대로 퍼져서 신랑바지나 얻어입는 완전한 아줌마가 되어버렸습니다..

저에게 다시 화려한 시절이 올까요?






IP : 218.150.xxx.20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빈수레
    '03.12.9 7:41 AM (211.205.xxx.49)

    대부분의 소위 잘 나가던 처녀들, 특히나 자기가 나서 자라고 직장을 구했던 곳이 아닌 곳에서 결혼생활을 하게된 여자들이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절망한답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삶을 선택한 것도 사실은 우리들 본인이지요.
    현재의 남자와 결혼을, 부모가 등을 떠밀었건 남편이 따라다녀서 했건간에, 결국 하겠다고 결정하고 결혼식장에 선 것은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이지요.

    이제.

    과거의 찬란함을 그만 그리워하고, 현재에서 뭔가를 이뤄가세요.

    언제까지나 처녀적엔 그랬는데...로 나가다가는, 죽음을 앞에 바라보는 순간까지도 과거에 묶여서, 현재와 미래를 허비하며 살게 된답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며, 그중에서도 여자는 환경적응력이 더욱 뛰어나다죠....
    단순히 적응해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뭔가 내게 바람직한 상황을 찾아내고 만족감,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 보세요.

    "화려한 시절"이 "오기"를 바라지 말고, 만드세요. 홧팅~!!

  • 2. ....
    '03.12.9 8:19 AM (69.5.xxx.107)

    나이먹고 퍼질러져서 좋은점도 있어요...편안함이랄까...
    그리고..나이 먹으면 외형적인 가진것에서 자기 자신으로 눈이 가는것 같아요...
    작은 기쁨들...소박한 기쁨들이..사실은 학위보다 더 값질수도 있다는것...대학 여교수보다 자기 소임 다하는 밝은 아줌마도 참 아름답다는것...느껴지는 순간이 올거 같아요..
    글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는 이제껏 참 열심히 사셨네요..그러니 앞으로도 열심히 생활하실것 같으니..사실 걱정은 안되는군요..
    젊을땐 나이든 여자는 왜 화장을하나..무슨 재미로 사나..그랬는데..나이드니..더 재미나고..더 삶이 소중하고...그래요...
    힘내세요..지금까지 사셨던 데로 하시면 될거 같군요..그라면..다..잘될거예요...

  • 3. 익명
    '03.12.9 9:08 AM (211.252.xxx.1)

    저는 사회생활없이 바로 결혼했고 결혼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든요. 결혼 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서 사회생활은 그럭저럭했어요. 천성이 아이를 좋아해 휴직도 했구요. 뒤돌아보면 이십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나 자신이 중요하다는 생각 별로 없었구요. 훌륭한 교사, 좋은 엄마와 아내에만 비중을 두었어요. 삶이 너무 치열했기에 사실 되돌아 볼 여유가 없었지요. 간혹 잘 때 악몽에 시달리긴 했어요.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꿈을 꾸고 자다가도 흐느껴 옆에 자던 남편이 깨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산 보람을 요즈음 조금씩 느껴요. 잘자라준 아이들 화목한 가정, 직장에서 인정받는 일... 글쎄요. 아무런 잡념없이 할 수있는한 현재에 최선을 다 하세요. 지금 초라하고 이룬 것 없는 건 당연한거고 미래를 위해서 조금은 참아야죠. 결국 모든건 때가 있는 법입니다. 저도 요즘 간혹 뒤돌아 보면서 그 때 좀 더 열심히 살 걸 하는 후회는 가끔 합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은 것 정말 대단한 일 하신거구요. 남들 신경쓰지 마시고, 현재에 충실하세요. 힘내세요!!!!

  • 4. 저도 익명
    '03.12.9 9:42 AM (151.196.xxx.219)

    제가보기엔 지금도 찬란한 생활이신거 같은데요...오히려 부러운데....
    행복도 마음먹기에 달린듯...

  • 5. ripplet
    '03.12.9 10:22 AM (211.33.xxx.143)

    저도 더 늦기 전에 '하고싶은' 공부를 하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화려하다면 화려했던 사회생활 그만뒀습니다. 일개 말단직원이지만 직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아버지뻘 되는 타회사 중견간부들 조차 제 앞에서(사실은 제 명함 앞에서죠) 굽신거리는 게 다반사였고요,, 어지간한 고급음식은 제 돈 주고 먹을 새도 없이 대접받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퇴직한 후엔 회사위상이 예전보다 더 높아져서,,제 근무연차의 동기들이 지금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학위 마치고 결혼하고...이제는 일,이백원에 먼거리 수퍼도 마다않는 아줌마가 되었고 레스토랑은 커녕 싼 고깃집 외식한 지도 까마득하지만 그 시절에 미련은 전혀 없습니다. 남편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위사람들이 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전적으로 제가 선택한 길이고 제 마음이 원하는 목표(아무도 가지 않은 가시밭길이랍니다)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에 불만 없습니다.
    주변 아줌마들이 비싼 옷 사입고 어디가서 뭘 먹었네 흥분하며 자랑하면 이미 그런 세계를 겪을만큼 겪어봤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덤덤해집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그런거 보다 더 한 것도 다 겪어봤고,,,그거 다 부질없는 거다"는 생각으로.

    * 누군가에게 밀려 나온 것도 아니고 원하는 삶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더 이상 지나온 길에 연연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썼다면 처음부터 그런 선택 안하셨을거잖아요. 졸업후 취직 부담? 그거 논문 앞둔 사람에게 늘 딸려오는 질문입니다...대답을 귀담아 듣지도 걱정해주지도 않고 그저 던져보는. 제가 보기에 님은 잃은것 보다 지금 가진것이 더 많은 사람입니다. 남들이 고급레스토랑, 드라이브 다니는 동안 느끼지 못하는 "또다른 무엇"을 경험하고 느끼신 것만 해도 큰 재산이지요. 게다가 아이까지. 32이시라고요? 저는 그때 대학원 갓 입학했으니 나이로 봐도 저보다 더 유리한 위치군요. 화려한 시절이 그립다면 윗분 말씀대로 "되돌리려고" 하지말고 "만들어 나가"시고요...지금 가진 재산으로 예전보다 더 멋있게.

    일전에 설문조사 하셨던 분같은데...설문조사 단계까지 간 거면 거의 반고개 이상 넘은거니까 마무리 잘 하세요. 비슷한 길을 가고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맘에 사설이 주절주절 길어졌습니다.

  • 6. 공감 맘
    '03.12.9 12:22 PM (210.107.xxx.213)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해요....서른 둘에 아기 키우기로 외출은 생각도 못하고요...그래서 티비 회화로 하루를 보내며 언젠가를 기약하고 있답니다. 화려한 컴백을 위해서 야무지게 준비해야겠어요.친구 없다고 슬퍼 말아요. 제가 친구해드릴게요........

  • 7. 부러버라
    '03.12.9 12:38 PM (220.117.xxx.225)

    저도 30살이 되면 먼가 안정적인 삶을 살거라 생각했어요. 님처럼,,, 근데 별로 달라진건 없던데요. 다들 그런고민 하나봐요.
    근데 결혼하고 아이낳은거 밖에 없다뇨~ 그게 얼마나 행복하고 중요한일인데...
    제주변엔 아직 사랑하는 사람 못만나서 맘아파하는 친구도 많구요. 아기가지는게 결혼하면 다
    가져지는거라 생각하지만 얼마나 힘들고 오묘한 일인데요.....
    분명 사회적성공, 그것보다 훨씬 값진일입니다.
    가끔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릴때가 있겠지만 절대 그걸로 우울해지지마세요.
    님 충분히 행복하시네요. (자랑으로 들립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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