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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달력 한장.

박진진 조회수 : 879
작성일 : 2003-12-02 18:42:15
실은 어제가 12월의 첫날이었지만.

저는 어제 휴무라 집에서 뒹구르르 했기 때문에 암 생각이 없었더랬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여직원에게 우편물을 건네받으며 제 방문을 여는 순간. 달력에 눈이 갔습니다.

여전히 11월달에 머물러 있는 달력.

생각없이 북 찢어버리고 12월 달력을 보는데. 문득 이게 올해의 마지막 남은 달력 한장이구나 하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아직 2004년에 쓸 달력을 준비도 못했는데 (거저 주는 달력들은 많지만 맘에 드는게 없더군요)

거기다가 늘 GQ에서 주는 데스크 다이어리를 썼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안나오는 바람에 2004년 다이어리

또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뭐든 준비를 해 둬야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에 여유로워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른들이 예전에 세월이 참 빨리 간다고 말씀하셨을때 저는 정말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 않고 올해부터 정말 이상할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감을 느낍니다.

이제부터 저도 그 나이먹어 화살같은 세월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겠죠?

아직은 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완전 애송이 취급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많은 시간이 남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는 별 탈이 없이 살았지만 앞으로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저도 역시 제 나이또래의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 할 나이까지 살 수 있을런지...(요즘 드라마서 여자들이

너무나 많이 병에 걸려 죽는 것에 대한 후유증인가봅니다.^^)

늘 나이에 따라 목표를 정하고 살았는데 그중 가장 크다고 생각한 서른의 목표가 있습니다.

올해는 별로 준비도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더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면

서른이 되어 못이룰 꿈이 될지도 모릅니다. 열살때 부터 꿈 꿔 왔던건데 말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달동안 열심히 내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약간은 서글프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른만큼 자랐다고 믿습니다.

좀 더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어릴때 부터 저는 12월이 되면 약간씩 우울해지곤 했는데 올해는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IP : 211.203.xxx.22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솜사탕
    '03.12.3 3:24 AM (68.163.xxx.193)

    부럽네요~
    꿈과 목표를 간직한다는거...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증거에요.

    전... 꿈을 잃어버린것 같아요. 남들 보긴.. 그럴듯 할지 몰라도...
    지금은 그냥 하루 하루 별일없이 사는것이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여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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