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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동을 받을 줄이야...

사랑맘 조회수 : 1,220
작성일 : 2003-10-07 10:53:14
저어기... 여기서 제 딸 자랑 좀 해도 될까요?
반응 안 좋음 지울께요...

어젠 초등 5학년짜리 저의 딸 생일이었어요.
그저께가 일요일이라 그 날 생일상 차려 줄려 했는데
제 딸아이 말이 엄마 그 동안 나 키워준 것만도 고마운데 상 차리지 말아 하는 거예요.
그래도...(속으론 회심의 미소) 했더니 내 생일은 엄마가 편히 쉬어야 하는 날~
하며 방으로 등을 떠밀어요.
그 날 마침 백화점 세일기간 중이라 옷 한 벌 사주고 그것도 나들이라고
집에 오니 피곤하데요.
엄마 피곤해서 좀 누워 있다 맛있는 거 해줄께. 하고는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어둑어둑해져 있었어요.
맛있는 거 사준다 해도 괜찮다고 절대절대 사절해서
애가 좋아하는 마파두부랑 고구마맛탕을 해줬어요.

어제 퇴근하고 집에 오니 엄마 눈 감아 하면서 제 눈을 가렸어요.
음~ 뭔가 꿍꿍이가 있구나 싶어 못 이기는 척 눈을 감았는데
제 손에 무언가를 살포시 놓았어요.
이제 눈 떠도 돼~.

눈을 뜨는 순간 제 손에 놓인 앙증맞은 귀걸이 한 쌍이 눈에 들어오고
엄마 고맙습니다 하며 축하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그 순간 눈에 눈물이 핑~ 고이는 거 있죠.
이게 행복인가 싶고... 난 뭘 해줬나 싶고... 너무너무 고마운거 있죠...

그 동안 저 직장 다닌다고 애들에게 간식거리도 제대로 못 만들어 주고
같이 놀아 주지도 못하고... 나 피곤하다고 누워서 애들 안마 받는 엄마였어요...
엄마의 시간도 필요해 하며 지난 9월 말에는 이문세공연 다녀왔어요.
근데... 공연 보며 내내 맘이 안 편한거 있죠...
내가 애들 놔두고 이렇게 와서 되겠나 싶은 것이 공연보며 오히려 눈물이 나더라고요.
공연 도중에 집으로 전화했어요.
공연 중에 휴대폰 사용 안되는 거 알지만 노래하고 소리지르고 박수치는
시끄러운 틈을 타서 전화했어요.
고맙다.... 엄마 공연 보내줘서 고맙다... 나중에 가서 공연 본 거 얘기해 줄께...
5학년짜리가 하는 말. 엄마 재미있어요? 괜찮아요. 우리 걱정 말고 잼있게 놀다 오세요.
2학년짜리가 하는 말. 엄마, 엄마 언제 와요? 시간 얼마 남았어요?
깨더군요.

자랑하기가 뭣하지만... 저의 5학년 아이는 (모)범생 그 자체예요.
계획을 짜면 그대로 실천을 하고 아침 6시만 되면(저보다 일찍 일어나요)
암만 잠이 쏟아져도 일어나서 윤선생 테이프 듣고 녹음하고.
초등학교 입학해서부터 연필 깎아준거 외에는 학교갈 준비해 준 게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다음날 입을 옷까지 챙겨놓고 자는 애예요.

첨에는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어요. 실은.
근데 다른 엄마들이랑 얘기해 보니 학교준비에 고작 연필만 달랑 깎아주는 엄마가 없더라고요.
엄마가 먼저 자면 혼자 숙제하고 가방 싸놓고 자는 아이는 없다는 걸 깨달았죠.

너무나 범생 스타일이라 넘 소심하게 크는 건 아닐까 우려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4학년 때 담임선생님 말씀이 5살짜리 내 딸이 너처럼 크면 좋겠다고 말했다네요.
여자애들은 물론이고 남자애들도 해꼬지를 못할 정도로 그 학년에선 알아주는(?)
뭔가가 있나 봐요.

물론 안 좋은 점도 있긴 해요.
그렇지만 전 이만한 장점을 가진 아이도 드물다고 생각해요.
하늘이 이런 애를 제게 하사하실 줄이야 정말 몰랐어요.
남편은 애들 잘 키워줘서 제게 고맙다고 하지만 애들마다 개별특성이 있으니
단순히 제 공덕 만은 아닌 거 알아요.

자식자랑 팔불출이라지만 자랑 좀 하고 싶어서 적었는데 글이 길어졌어요.
지금도 눈물이 핑 도네요.
제가 부모로서의 공부도 않고 마음자세도 없이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사이에
애를 갖고 싶어 낳게 됐는데 애들이 나에게 이런 기쁨을 선사할 줄은 진정 몰랐어요.
이런 소중한 애들이 커서도 소중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잘 키워야지요.
제가 부모된 사람으로서 마음수양과 공부를 좀더 해야겠어요.
애들이 제게 해 주는 것에 비해 제가 애들에게 해주는 것이 볼품없이 작게 느껴지네요.

지금 부모가 되어 있거나 되실 분들.
애들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 참 감사하지 않으신가요?

이 아침 넘 행복한 맘에 몇 자 적었습니다.
IP : 210.103.xxx.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최은진
    '03.10.7 11:28 AM (211.219.xxx.173)

    정말 이뿐 딸이네요... 행복하신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합니다....
    제딸은 아직 20개월도 안된 아기지만 좀 일찍 결혼해서(아니 제가 늦은건가..) 이제 초등학교3학년인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친구가 넘 부러웠어요... 딸은 크면 엄마친구가 된다죠.... 더 이뿌구 건강하게 키우세요....부럽습니다...^^

  • 2. 로로빈
    '03.10.7 11:57 AM (220.78.xxx.210)

    부러워요, 정말,
    걱정이 없으시겠습니다.

    난 딸도 없는딩~~~ 아들새끼들만 둘인뎅~~~

  • 3. 로즈가든
    '03.10.7 1:21 PM (211.204.xxx.89)

    칭찬받아 마땅하십니다.
    말안듣는 아들하나 달랑 있는 저로선 부럽기 그지 없네요.
    자기 일을 그렇게 착착 알아서 하니 얼마나 기특하세요.
    우리 애도 좀 저렇게 키워야 하는데 .....
    비결 좀 내놓으시죠....

  • 4. 고참 하얀이
    '03.10.7 1:30 PM (211.211.xxx.123)

    반듯한 따님이네요. 정말 부러워요.

    울 딸도 저렇게 컸으면...

  • 5. 김민지
    '03.10.7 3:27 PM (203.249.xxx.153)

    부러워요..

  • 6. 신짱구
    '03.10.7 3:40 PM (211.253.xxx.20)

    어떡해요 없는 딸!

    로로빈님 아들들을 딸처럼(?) 한번 자∼알 키워보자구요.

    사랑맘님 자랑하시만 합니다요.

  • 7. 김혜경
    '03.10.7 8:04 PM (218.237.xxx.116)

    자랑하실 만 하네요.마구마구 자랑하세요.

  • 8. 쭈니맘
    '03.10.7 11:08 PM (210.124.xxx.110)

    넘 마음이 이쁜 아이네요..
    부러워요...
    전 고만할 때 엄마한테 떼 쓴기억밖에 없네요...
    챙피....

  • 9. ido
    '03.10.8 1:40 AM (62.134.xxx.224)

    저두 여태.....너두 너만한 딸 함 낳아봐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만큼.....엄마맘 헤아리지 못하는 못된 딸입니다....^^;;;;; . 민주가 저만해두....그래서 꾹꾹 참아야지 각오 단단히 하고 있는데요......진짜 착한 딸이네요......(저는 부러워할 자격두 엄써요)

    그리고. 헨켈칼 사진이랑 메일 보내 드렸는데 받으셨는지.....소식이 없어서 궁금합니다.

  • 10. 사랑맘
    '03.10.8 10:02 AM (210.103.xxx.3)

    감사합니다.
    첨엔 혼자서 넘 행복에 겨워 여러분들께 자랑하고 싶었는데 올리고 보니
    한편 쑥스럽고 이런 것도 자랑이냐고 하실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러웠어요..
    그새 조회수도 백단위가 넘어서고 댓글도 달리고...
    지우기도 그렇고 놔두기도 뭣하고...

    제 딸이 가끔 저를 이렇게 놀래키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전 정말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이렇게 예쁘게 커주길 바라는데 제 뜻대로 될지 언제나 두렵기도 하고요...

    반듯하게 건강하게 키우도록 노력할께요.

    감사합니다.


    근데 ido님? 메일 받은 게 없는데요... 어디로 보내신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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