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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시댁 생각, 친정 생각 . . .

우렁각시 조회수 : 998
작성일 : 2003-09-08 03:11:41
오빠네가 미국 여행 나온 길에 저희 집에 들렀다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그야말로 큰 오빠지요. 어찌나 특이한 성격인지 말 한 마디 걸기가 겁나요.ㅜ.ㅜ
옷은 회사에서 나오는 기념셔츠랑 점퍼로 때우면서, 여행다니고 음식맛보는 데만 돈쓰는 오빠네랍니다.

짐늘어난다고 툴툴 대더니 가방속에서 친정어머니가 챙겨주신 양념에
꼼꼼하게 싼 필기구랑 책,전자사전,두꺼운 겨울옷,유동 골뱅이캔, 보온도시락, "블럭이라..무슨 장난감이냐? 모른는건 제외다.." 틱.틱 대더니 청소용 매직블럭도 사가지고 왔어요.

특히나 오랜만에 큰 조카를 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새언니가 공부할 때, 태어난지 몇 달 안된 걔를 데려와 친정어머니랑 제가 몇 년간 키웠거든요.
한밤중에 깔딱깔딱 넘어가며 우는 소리에 깨서 눈비비며 우유타먹이던 기억이 선해요.
유모차에 태워서 남자친구 만나러 간 적도 있어요.-- 친정어머니 팍팍 늙는거 보니까 확실히 애봐주는건 쉽지 않데요?
제가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아이고 내 새끼..하니까
울 신랑, 자기도 조카 엉덩이를 치면서 "아이고 , 우리 와이프 새끼..." 해서 모두 웃었습니다.

머무는 며칠간 꼬박꼬박 이부자리며 미리 식단짜고 장봐서 밥상차려 챙겨주었어요.
오랜 여행에 느끼한 입맛 회복하라고 짭짤 밑반찬 미리 만들고, 오빠 좋아하는 중국 음식재료 좌악 사고.
한국서 친정부모님께도 그렇게 못해봤는데, 그냥 내 손으로 다 챙겨주고 싶더라구요.
아가씨가 무슨 살림? 하던 언니도 감동했을 거예요. 저 어설픈 거야 뭐 다 아는 거니까....
떠날때 저더러 "꽃게님의 잡탕밥 레시피"를 가지고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식당 열라는 말을 남겼답니다.
(칭찬에 인색한 그 부부로서는 엄청난 거지요 !!!)

그렇게 보내고 나니 집이 어찌나 휑한지 며칠간 아무 일도 못했어요. 그냥 주저앉아 멍하니...
든사람 자리 몰라도 난사람 자리는 알잖아요?
침대 밑에서 조카가 남긴 양말짝도 나오고, 부엌 한 켜엔 함께 먹은 와인병들이 덩그랗고....
오빠가 가고 나니 친정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전화하면 늘 돈 많이 나간다 ..는 소리로 시작해서 끝나는데...
추석에 니네가 없으니 맘이 안좋다..하시던 친정아버지 음성도 떠오르고, 둔한 저희 남편이 유일하게 분위기 메이커에 기쁨조역할 하는 곳이 처가가든요.
남편도 갑자기 우리 집이 너무 커 보인다..지금쯤이면 장모님이 비싼 해물들 착. 착. 장보느라 바쁘시겠군...합니다.  
유난히 당신 핏줄만 챙기시는 아버님도 지금쯤 아들 생각에 울적하시겠죠?
저는 시어머님이랑 착한 시누이가 보고 싶네요.

일복만 많은 친정어머니는 명절지나 허리가 더 나빠지실까 걱정되구요...
멀리 떨어져서야 착한 딸역할 깨닫는 바보, 우렁각시입니다.
IP : 66.185.xxx.20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르빅
    '03.9.8 3:28 AM (61.48.xxx.213)

    맞아요. 타국사는 딸들은 다 같은 경험, 같은 마음일거에요.
    저도 친정부모님이나 오빠내외가 다녀가면 며칠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곤 해요.
    남편이 미워지고, 공항에서 떠나보낼때마다 눈물 찔끔하는것도 여전하고..
    전 집이 휑한것 뿐 아니라.. 차가 없어서 택시타고 관광시켜 드렸는데..
    오죽하면 가족들로 늘 붐비던 택시.. 돌아올때 비어있는 옆좌석 보며 얼마나 쓸쓸하던지..
    다녀간 사람은 모르겠지만, 떠나보낸 사람은 늘 '더 잘해줄걸'하는 미련에 시달리구요..
    딸내미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가족들 마음도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면 더 눈물나지요.
    타국에 살면 정에 더욱 약해지고 눈물도 많아지는것 같아요.

    저도 언니마저 외국살아서..한동안 엄마랑 조카 키웠는데..지금도 그조카만 생각하면
    그리워 미칩니다. 마치 옛애인이라도 그리워 하는것처럼..(ㅠ.ㅠ)
    우렁각시님.. 근데 며칠 지나면 다시 회복됩니다.
    사람사는게 다 그렇잖아요.
    현지의 지인들 만나서 수다도 떨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회복하세요~!

  • 2. 언젠가는
    '03.9.8 9:00 AM (218.176.xxx.6)

    오빠한테는 뭐든 받기만 하구 한번도 뭘 해 줘 본 적이 없어서...윗 분들의 글을 읽으니 반성이 되네요. 남자 형제는 결혼하면 남이라고 별로 친하게 지내 볼 생각도 안 해 봤는데 오랜만에 오빠한테 전화나 한번 해 볼까?

    삼남매 중에 가운데지만 제일 먼저 결혼해서 울 딸이 제일 먼저 나서 조카한테 마음 줘 본 일이 없는데 키운 조카는 또 그렇게 애인처럼 그리운 거군요.

    저 역시 타지에서 보내는 추석이라 좀 외로운 마음도 있지만 팔이 쿡을 보고 많은 공부가 되네요. 이런 저런 면에서

  • 3. 기수맘
    '03.9.8 11:46 AM (211.229.xxx.239)

    마음이 우컥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려구 하네요..
    꾹 참고 있어요...
    기운내세요...

  • 4. nikita
    '03.9.9 12:43 AM (80.11.xxx.243)

    저두 공감이 가네요...멀리 사는 딸래미 보시겠다구 힘들게 일해서 모은돈으로 오시면 정말 기쁘면서두 제가 해야 할 일을 다 못하는 죄스러움에 마음이 더 무거워 지지요.
    시집에 잘 하다가도 시집에 하는것처럼 우리 친정식구들에게 했었다면하는 생각에 가끔씩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것이 가장 큰 선물이란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행복하게 살자구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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