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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아~~

이현 조회수 : 932
작성일 : 2003-04-03 18:40:59
봄볕이 잔인하도록 찬란한날!
딸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진달래, 개나리, 날 닮은 하얀목련 ( 쿨럭~~! 넝담~ ^*^)
꽃 구경하며 한가로이 시장통을 지날 때 아흔이 다 되어 보이는 아주 조그만 체구의 꼬부랑 할머니가 손바닥만한 비닐좌판을 벌인 옆에 지루하다는 듯 쪼그리고 누워 오수를 즐기십니다

검지손가락 하나를 세워 "이그 뭐야!!"를 연발하며 과일가게 앞을 지날땐 사과,배 ,딸기 지가 아는 물건이 나올때마다 양말,신발 ,멸치,떡 한창 말연습이 한창인 재잘대는 딸아이와 구경삼아 유유히 한바퀴를 돌고 나오는데 아무도 살 것 같지 않는 상품성이 없어보이는 시들어가는 쑥 세무더기와 이름모를 나물 한무더기를 펼쳐놓고  일어나 쪼그리고 앉아 계시는 할머니가 지나치던 발길을 잡아 끕니다

"할머니 이거 얼마예요!"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이름모를 풀을 가리키며 묻자 " 오백원! 데쳐서 된장국 끓여 먹으면 맛있지~~ " 봄볕 듬뿍받고 들판에서 자랐을 시금치 비슷하게 생긴 난생첨본 푸성귀의 이름을 묻자 '소리쟁이' 랍니다 오호~ 이름도 이쁜걸~~! 하며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귀가 어두우신 할머니는 내질문과는 상관없이 당신 말만 하십니다
'천원 이래도 샀을걸! 천원 부르시지~~' 속으로 생각하며  천원을 드릴까 하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오백원만 건냅니다 그럼 네무더기 다 팔아도 할머니의 하루 벌이는 이천원!!

집에 돌아와 첨보는 야생풀을 먹는다는 설레임과 '혹 독초는 아니겠지~' 하는 살짝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팔팔 끓는 소금물에 데쳐 새콤달콤 초고추장에 무쳐 놓았더니 딸아인  밥은 안먹고 입가를 벌겋게 물들이며 소리쟁이 나물 한접시만 싹~ 비우고 식탁을 내려갑니다

이제는 어두워진 귀와 굽어버린 등의 아흔 노파!
할머니의 인생에서도 오늘 처럼 이쁘고 잔인하도록 찬란했던 봄날이 있었겠지요
그렇게 우리의 봄날도 가고 있듯이 말예요
봄나물을 씹는 뒷맛이 왠지 씁쓸해 옵니다
  
IP : 211.203.xxx.14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4.3 9:18 PM (211.212.xxx.129)

    감동적인 글입니다. 찡~~하네요.

  • 2. damiel
    '03.4.3 11:59 PM (210.205.xxx.80)

    "TV동화 행복한 세상" 감이네요. 잘 읽고 가요...

  • 3. 푸우
    '03.4.4 11:44 AM (219.241.xxx.10)

    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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