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신4(2011년 7월 19일)
-최근 강정에 대한 탄압을 보면서 들었던 단상들-
1. 들어가기 전: 감사의 말
5월 19일 연행된 지 62일째가 되는 화요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숫자상 꼭 두 달째이군요. 저번 주 초 오랜 지기 양희경님으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강정과 성미산 마을 연대 콘서트로 20년 만에 우연히 이루어진 만남은 친구에게도 그랬겠지만 저에게도 뜻 밖의 기쁨이자 놀라움이었지요. 친구와 저를 연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강정마을회 카페 사이트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한편 오랜만에 뵌 송영섭 목사님께서 면회오셔서 ‘김영갑 사진집’이라는 소중한 책을 넣어 주고 가셨습니다.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제 악필을 늘 수고를 아끼지 않고 타이프 쳐 주시는 도라씨도 13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김종일 선생님과 함께 방문했어요. 손에 중덕 해안의 예쁜 조개들을 들고 있었습니다.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습니다.
2. 제헌절이었던 일요일: 단식 중 강정 탄압에 대한 소식을 듣다.
짐작하시겠지만 최근 강정에 가해진 새로운 조직적인 탄압들로 인해 며칠째 마음이 착잡해있습니다. 이 편지는 일요일부터 써졌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군요. 일요일은 마침 우연히도 제헌절이었는데 저는 신문에서 한진 중공업 노동자분들과 김진숙님에 대한 연대 단식이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미약하나 하루 연대 단식으로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 소식을 트위터로 널리 연결시켜 주셨다는 김진숙님에 대한 고마움의 늦은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단식은 제 재판 전날인 14일 밤 결정한 것이었는데 16일 한겨레 신문을 보고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이지만 재판 당일이었던 15일 오전 강동균 회장님, 고권일 해군기지 반대 주민 대책위원장님, 개척자들 송강호 박사님에 대한 부당한 체포 소식을 접하고 걱정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지요. 하루 종일 15일 재판정에서의 상황, 그리고 13일 이후 들리기 시작했던 소식들-정부의 서귀포 시청에 대한 압력(공사 현장 내 국유지로 되어 있는 주민들의 농로를 용도 폐기하라는 것), 최근 우근민 도지사와 김관진 국방장관이 7대 경관 지지 등 업무 협약을 맺었다는 것(면회 오신 김종일 선생님께서 알려주심)-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요. 강정과 한진 중공업의 인권 유린 소식들로 얼룩진 참담한 제헌절에 헌법 10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3. 7월 15일의 ‘군사적’ 기습: 업그레이드 된 공권력의 남용
15일 오전 재판정에 도착했을 때 의아했지요. 오셨을 법한 많은 주민분들과 활동가들의 모습이 안 보였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모두 15일 오전 세 사람에 대한 긴급 연행, 체포에 항의 시위하러 가신 것이었지요. 일견 반갑고 감사했던 것은 작년 11월부터 추운 겨울을 거쳐 6개월간 고생하며 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했던 민주 노총 제주지부 산하 도립 무용단원 노조원 분들의 정다운 얼굴들이었습니다. 어쨌든 제 재판이 끝나고 피고석에 나란히 서 계신 송강호 박사님, 고권일 위원장님, 채종대 선생님, 전진택 목사님을 보고 무언가 일이 터졌구나 하고 짐작할 수 밖에 없었지요. 모두 5월 19일, 저와 함께 연행되신 분들이었는데 최근에 몇 분이 불구속 기소되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거든요.
17일 월요일이 되어서 배달된 제주도민일보를 보고 15일과 그 전후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송강호 박사님, 고권일 위원장님에 대한 부당한 구속 소식 외에 삼성, 대림, 두산, 대우 등 건설 업체들이 주민 14명을 대상으로 손해 배상 2억 8천 9백 만원을 청구했다는 것, 국방부가 주민과 활동가들 76명을 대상으로 법원에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26일 재판 결과에 따라 개개의 76명은 공사 현장 1회 접근 시 500만원을 배상해야 될 지도 모른다는 것, 대형 로펌이 지난 6일 공사 현장 접근 금지를 위한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강정마을회, 도대책위, 그리고 다른 단체들과 야당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이지만 ‘큰 그림 아래’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탄압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돈과 소송’이란 치졸하나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활동을 옥죄는 방식으로요. 더구나 제 재판이 7월 15일이라는 것이 알려진 가운데 같은 날 지도급 세 분에 대한 ‘긴급’ 체포를 한 것이 ‘군사적’이었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강정 주민들이 2007년 4월 해군이 ‘기습적’으로 강정의 여론을 ‘조작한’ 사건을 ‘군사적’이었다고 내내 표현하신 것을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군사작전’의 핵심은 바로 ‘정보 및 심리 작전’에 있다고 들은 바 있네요. 15일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되어 있던 서귀포 시청 공무원 1인이 불출석한 것은 그냥 우연이었을까요? 7월 15일 최종 심리가 예상되었는데 덕분에 3주 후로 연장되었답니다.
7월 15일 만약을 대비해 최후 진술서를 준비한 바 있습니다. 심리가 연장되는 바람에 보류할 수 밖에 없었지만 한 대목에서 저는 5월 19일 저에 대한 체포가 불법이었으며 경∙검 등 공권력의 남용은 징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다시는 저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15일 오전 강회장님의 가택을 급습 침입하면서까지 이루어진 불법 연행과 17일 고권일 위원장님과 송강호 박사님에 대한 전격 구속(후에 도라씨로부터 이 분들의 구속 영장 실질 심사가 비공개로 이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습니다)으로 또 다시 공권력이 남용된 것을 보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5월 19일의 사건으로 저 외에도 다른 분들이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기소된 것을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제 7월 15일 재판 상황을 요약이나마 많은 분들과 공유하는 것일 겁니다.
4. 7월 15일 심리: 5월 19일 건설업자들의 주민 물품 파손 및 철거는 적법 절차를 거쳤는가? 서귀포 시청은 멸종 희귀종들과 절대보전지역에 대한 업무 권한이 없다?
15일 오전 재판은 3차 심리로서 제주 지방 법원에서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2차 심리 때부터 민변의 김인숙 변호사님과 장경욱 변호사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봐주셨는데 2차 심리 때인 6월 29일 서귀포 경찰서의 김미경 경사가 증인으로 출두, 자신이 5월 19일 저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당사자임에도 불구, 정작 미란다 고지를 한 것은 (저는 기억이 없고 유무 여부가 논란 중이지만) 자신이 아닌 상사였다고 증언함으로써 체포 절차에서 하자가 있었음을 증언과정에서 스스로 드러냈지요.
15일 증인으로 예정된 사람들은 해군기지 시공업자인 삼성과 대림의 하청 업체인 초석 건설의 조현제 소장, 서귀포 시청 공유 수면 및 해양 환경 업무를 맡은 송창수 공무원, 그리고 서귀포 시청 문화재 업무를 맡은 김영권 공무원이었는데 김공무원은 불출석 사유를 제출, 재판에 나오지 않았지요. 그래서 위의 두 사람을 중심으로 심리가 진행되었습니다.
변호인 두 분은 A4 용지에 치밀하게 질문들을 준비해 오셨는데 조현제 증인에 대해서는 5월 19일 건설회사 직원들이 주민들 및 반대측 관계자들이 설치한 플래카드나 하우스 시설들을 철거한 것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가를 중심으로 질문이 이뤄졌습니다. 변호사님들의 질문과 조현제 증인의 답변 중 일부를 여기 옮기겠습니다(*질문은 프린터의 것을 옮긴 것이며 답변은 제 메모와 기억에 의거함).
(질문8) 증인을 포함한 공사 작업 관계자들은 누구로부터 플래카드나 하우스 시설들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받았나요?
(답변) 지시 받은 적 없습니다. 알아서 철거하게 되었습니다.
(질문9) 증인이 담당한 구역의 공사를 시행하는 시행자가 누구인가요?
(답변) 해군입니다.
(질문10) 2011. 5. 19. 증인을 포함한 공사 관계자들이 철거한 현수막이나 하우스 시설 등은 시행자나 증인 측의 소유물이 아니지요?
(답변) 그렇습니다(*아니라는 의미).
(질문11) 반대측이 설치한 플래카드나 하우스 시설 등을 철거하기 위하여 시행자가 법원에 ‘명도 소송’이나 ‘철거 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밟은 사실이 있나요? 아니면 그런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있나요?
(답변) 들은 사실도 없고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12) 시행자나 증인 측의 소유물도 아니고 법원에서 반대측에게 ‘플래카드나 시설물 등은 철거해야 한다’는 판결이 난 것도 아닌데 반대측의 플래카드나 시설물을 철거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증인에게 그럴 권리라도 있나요?
(답변) 몇 달 동안 [공사 중단으로] 못한 일을 해야 될 것 같았습니다.
100% 정확하게 증인 조현제의 답변을 옮기진 못했다 할지라도 5월 19일 건설업자들의 주민 물품 파괴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까에 대한 큰 의문이 드는 답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현장 작업 소장이 위로부터의 지시, 즉 시행자인 해군의 지시도 없이, 법원의 판결 등 법적인 절차를 들은 일도 없이 단지 몇 달 동안 못한 일을 해야 될 필요성 때문에 자의적으로 주민들의 물품을 철거, 나아가 손괴까지 했는데 경찰과 지검, 법원은 이에 대한 조사는 없이 정당하게 불법 공사 및 철거에 항의한 힘 없는 주민들과 활동가들만 연행, 심지어 구속까지 했단 말입니까?
위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이 끝나자 재판관이 갑자기 변호사들의 심리를 중단시키다 이의 제기를 받고 다시 심리가 계속되기도 하였지요.
심리를 다 마친 조현제 소장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함께 퇴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해군기지 시공업체 삼성과 대림의 하청 업체인 우창해사의 정진도 소장(47)이었는데 양윤모 교수님, 고권일 위원장님과 송강호 박사님 등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수 십여 차례 고소하는 데 앞장 선 사람입니다.
두 번째 증인 송창수 공무원에 대한 질문과 답변의 쟁점은 공유 수면 및 해양 환경과 관련, 공사가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경찰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공유 수면 매립 허가를 부산 해양 항만청으로부터 받았으므로 공사 절차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로 인허가 관청이 상급기관 아닌 하급기관인 부산 해양 항만청이라는 것에 법률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 항소심을 제기한 상태였습니다.
어쨌든 송공무원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기 전 재판관이 변호사들의 일부 질문에 대해 제한하려 하자 변호사들은 이의 신청을 했고 재판장이 기각을 하자 변호사들은 그 질문에 관련된 심리가 양형과 관련된 중요한 증거라고 끈질기게 재판관을 설득한 끝에 관련 질문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두 변호사님의 끈질김과 투철함에 마음 속으로 박수를 쳤지요.
질문의 시작은 증인이 공유 수면, 해양 환경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데 강정 마을과 관련해서 어떠한 업무를 하는가였습니다. 이것과 관련된 질문들에서 송창수 증인은 공유 수면 관리 및 인허가는 부산 항만청이 하며 서귀포시는 행정업무만 맡으므로 강정 마을과 관련해서 특별한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업무 인수 인계를 받은 것이 작년 8월이며 민원 업무만 보고 있었는데 해군 기지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알고 있지만, 정작 강정마을 바닷속 생태계에 대핸 모른다고 말해 모두를 어리둥절, 황당하게 했지요. 그 하이라이트만 체크해 여기 옮겨 보겠습니다(질문과 답변 축약됨, 메모에 의거).
(질문) 강정마을 앞 바다에 멸종 위기종이 대규모로 서식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답변) 잘 모르겠다.
(질문) 붉은발말똥게에 대해서는?
(답변) 잘 모르겠다(*심리 전 붉은발말똥게는 언론에 이미 보도된 객관적 사실인데 굳이 ‘당연히’ 알고 있을 공무원에서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이 의미 있을까 생각하여 변호사의 질문을 제한하려 했었던 재판관의 눈이 휘둥그래짐).
(질문) 보전 대책이 있는가?
(답변) 매립 면허가 다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질문) 연산호가 있는 것은 알고 있는가?
(답변) 행정 하는 입장에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그렇다면 알고 있다는 것 아닌가?)
송창수 증인은 올 1~2월경 중덕 해안에서 양윤모 교수님을 만나 공유 수면이니 천막을 철거하도록 부탁(?)까지 하였다는 ‘담당’ 공무원입니다. 지역 주민의 권익과 생태, 환경을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할 공무원이 자신은 행정 업무만 한다 하며 중앙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인 양 지역의 운명이 달린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하니 후손들의 교과서에 바람직하지 않은 공무원의 예로 지시될 전형 아닌가요?(송창수 증인님, 인간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고 그 무책임한 태도가 안타까워서, 우리들 세금이 아까워서 하는 얘기니 이 정도 비판은 양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글을 훔쳐보실 해군, 건설업자, 정부 관계자들께도 말씀 드리는데 스스로의 이율 배반적 행동들이 양심에 거스르지 않으시나요?)
7월 15일 재판은 유독 위압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피고인석인 제 자리와 변호사석이 떨어져 있어 제가 심리 중 필요한 말들을 두어 번 쪽지로 전달할 수 밖에 없었는데 교도소 남자 직원이 재판관의 제제도 받지 않고 변호사에게 다가와 제가 건넨 쪽지를 제멋대로 보며 금지 행위라고 하는 것에 이의가 없었습니다. 변호사측이 교도소 직원의 행위는 재판정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이라 곧 항의하였고 교도소 직원이 재판관에게 예를 갖춰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검-경-교도소 모두 한 통속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욱 뚜렷해진 한 대목이었습니다.
5. 제주 해군기지를 밀어 붙이는 것은 정말 누구일까?: 승리에 대한 신념, 필연, 그리고 자유에 대해
제 짧은 지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신이 길어져 도라씨 및 많은 분들을 더 이상 괴롭혀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최대한 짧게 급박한 결론으로 가는 것을 양해해 주세요.
국방부가 제주 해군기지의 명분이었던 ‘대양 해군론’을 스스로 폐기하고도 같은 무리수를 둬가며 강정 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 나아가 국민의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유린하면서 불법과 편법과 탈법을 감행하면서 제주 해군기지를 밀어 붙이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예산이 편성되었다는 그 이유만일까?
제가 생각하는 것은 6월 9일 전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의 말, ‘미국은 빚과 전쟁으로 인한 피곤함에도 불구, 아시아에서 미군의 존재를 늘릴 것이다’와 작년 3월, 그리고 최근 많은 미국 시민들이 워싱턴 소재 남한 대사관에 전화해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억압하는 것에 대한 항의 전화를 했을 때 대사관 직원의 말, ‘제주 해군기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정부 아닌 당신네 정부이니 그 쪽에 전화하세요’입니다.
6월 21일 송강호 박사님과 강동균 회장님 등이 중덕 바다의 공사 바지선에서 항의 하다 손, 각목, 물 대포 등으로 해군의 폭력을 받은 날, 미국과 일본의 외교, 국방 양 장관의 회의가 있었지요(일명 2+2 회의라 불리는). 그 회의에서 양국은 미-일-호주, 미-일-인도, 그리고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을 각각 강화할 것을 합의했는데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 난사 군도 등을 둘러싸고 미-중의 갈등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7월 9일 그 지역 브루나이 근처에서 열린 미-일-호주의 삼각 군사 동맹 훈련은 우려를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같은 날 미 핵잠수함 USS 텍사스호가 또한 우리 나라에 머무르기 시작했군요. 7월 12일에는 한-미가 공중 급유 훈련을 8월 또는 9월부터 시작, 6개월마다 하기로 합의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남북간 전쟁을 염두에 두고 했다면 중심이 짧은 한반도 내에선 불필요한 일이라 대중국 전쟁을 염두에 둔 것임을 김종대 국방 전문가가 지적하기도 했지요.
7월 14일 코리아 타임즈 사설은 미-중간의 갈등 고조와 관련, 구체적으로 ‘제주 해군기지’를 언급,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이슈를 그 동안 많은 언론들이 외면해 왔는데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점차 뚜렷해져 가는 정세 속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지요. 여담이지만 7월 들어서 Korea Times에 제주가 N7W, 세계 7대 자연 경관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홍보 기사도 2개나 나왔습니다. 속으로 ‘끙’ 소리가 나지요. 7대 경관과 해군기지라. 이만저만한 사기요 기만이요 상술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반박 글을 쓰는 게 필요하겠지요.
제 요점은 우리의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하나의 거대한, 넘어가야 할 파도를 마침내 더욱 뚜렷이 보고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우근민 도정은 외부로부터 침탈에 맞서 주체성을 지키려 했던 제주의 역사를 외면하며 제주도민의 운명을 군과 자본, 외세에 팔고 있고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는 한-미 동맹의 강화, 즉 한국의 심화되어 가는 미국 종속(경제적으로는 자유 무역협정, 군사적으로는 한미 군사동맹)이라는 매국적 행보를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자신의 제국 기지들의 희생양으로 삼아왔던 것처럼 제주를 그 ‘마지막 단추’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길 수 있을까요? 미국은 고대의 ‘로마’가 아니던가요? 멸망할 것 같지 않았으나 결국 멸망했다는.
1987년을 겪으면서 제가 한가지 깨달은 것은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군사 독재가 어느 날 양질의 전환 과정을 거치더니 끝났다라는 사실입니다. 이집트도 마찬가지였지요. 이집트인들 중에 30년 독재가 끝나리라고 얼마나 많은 수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민중의 힘에 의한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신념을 다시 상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기륭 노조 김소연 위원장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그 분의 인터뷰를 어디선가 읽고 그 분이 가진 역사에 대한 신념에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맹목적인 신념 아닌 치밀한 앎과 투철한 의식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김진숙 지도 위원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지도력을 봅니다.
최근에 노동 사회 과학 연구소 채만수 소장님의 ‘노동자 교양 경제학’을 구입했는데요 일고 싶은 욕구에도 불구, 아직 읽을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첫 머리에 인용하신 엥겔스의 말이 저에게 울림으로 다가와 여러분과 공유하면서 어설픈 글을 마칠까 합니다.
‘헤겔은 자유와 필연성의 관계를 처음으로 올바르게 서술한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서는 자유란 필연성에 대한 통찰이다. 필연성은 그것이 이해되지 않은 한에서만 맹목적인 것이다. 자유란 몽상 속에서 자연 법칙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 법칙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에 의해서 이들 법칙을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계획적으로 작용시킬 가능성을 획득하는데 있다. 이는 외적 자연의 법칙에도 또 인간 자신의 육체적 및 정신적 존재를 규제하는 법칙에도 그 어느 쪽에나 해당된다.’
-끝-
후기) 이 글을 다시 읽는 수요일 아침, 하늘은 맑고 푸르나 폭염이군요. 고권일 주민 대책 위원장님, 송강호 박사님, 교도소 첫 날을 힘있게 맞으실 수 있도록 격려와 기도를 보냅니다. 밖에서 분주하실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고, 고맙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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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2011년에 쓰인 옥중편지입니다요.
보시믄 조회수 : 333
작성일 : 2011-07-22 23:36:26
IP : 121.139.xxx.10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보시믄
'11.7.22 11:41 PM (121.139.xxx.105)글자가 넘 많아 보시기 힘드실꺼여요.
http://cafe.daum.net/peacekj/49kU/560
여기가시믄 친필편지가 올라와있어라우..또박또박 정갈한 글씨체루,
저는 이걸루 읽었어라우.ㅜㅠ2. 보시믄
'11.7.22 11:43 PM (121.139.xxx.105)이거는 보너스여유.
파란 바다보시구 맴다스리시라구요.
http://t.co/gVdbf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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