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결혼하여 지금 12년째, 리셋하고 싶다.
상대가 잘못한 행동들에 대한 명백한 사과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 나의 인생에 이토록 큰 상처가 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못한 행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용서를 하기는, 아니 나도 잘못하고 사니까 그정도는 용서해야 한다고 한다면 난 할 말이 없다.
결혼전의 남편의 일탈을 알아내고, 용납이 안되고, 순간 어찌할 바 몰라 되돌려 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돌려놓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돌려놓지 말고 그냥 관계를 끝냈어야 하는 거다. 왜냐하면 그런 행동이 나에게 사과를 해야하고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으니까.
이런 점이 억울하다. 10년도 더 된 일이니 넘어가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 그 일로 가슴깊은 사과나 잘못한 일이었다는 진정성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 그 이후로 난 그에 대한 모든 신뢰를 접고, 존경도 접고, 사랑도 접었는데. 이 결혼 난 왜 한 걸까? 그 시절 난 용감했던 거다. 무지했던 거다. 자신을 잘 몰랐던 거다. 그게 나에게는 큰 상처였고, 그냥 덮어서는 안 될 일 이었다는 것을...
사람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것이다. 난 나를 함부로 대하거나, 누가 봐서도 나에게 잘못한 일은 사과를 받고 싶다. 아마 내가 강박증이 있나보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그런 모습들에 화가 나고 억울하다.
글쎄, 피해의식인가, 애정결핍인가, 아님 성격장애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 자체는 그도 사람인지라, 알 수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요즘 정신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정신과 대기실에 앉아 있는 환자분들, 우리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분들이다. 그 사람들 정말 심한 환자의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무엇인가 억울하고 화나고 말 할 곳 없는 분들이다. 속으로 삭히고, 정당한 대접을 못 받고, 아님 타인의 잘못에 쉽게 상처받고, 어찌보면 자아가 약한 분들,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내가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도 상처받아 점점 피폐해져가는 정신을 붙들고 살고 있으니...
지금 이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지구를 거꾸로 돌려 시간을 되돌린다면, 내가 용서하지 못할 일을 용서할 수 있을거라는 자만심으로 이렇게 결혼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보면 복에 겨워 그런다 할 것이다. 뭐가 문제냐고, 할 짓 없어 투정한다고.
그러나 누가 알 수 있으랴? 남들 보기 사소한 일이 나에게는 죽을 것 같은 큰 일인 것을...
다 놓고 과감히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한 번 뿐인 연애로 결혼해야 한다고 믿었던 나의 무지와 치기어린 자만심이 12년의 세월동안 나를 망가지게 했다. 젊은 날의 시니컬하고 자신만만하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텔레비젼에서나 보던 의부증 증세나 보이고, 내가 언제까지 이같은 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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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의 인생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리셋하고 싶은 인생 조회수 : 511
작성일 : 2011-07-14 14:56:31
IP : 180.68.xxx.18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지금도
'11.7.14 3:29 PM (121.175.xxx.190)리셋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거기 따르는 댓가만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면요.
리셋을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실제로 해 내는 것은 다릅니다.
하고 싶어 하는 것 만으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요.
내가 곧 그 변화가 되어야 합니다.2. 댓가를
'11.7.14 4:59 PM (27.32.xxx.101)치르지 않고 리셋하고 싶어만 하니 다들 리셋을 못합니다.
댓가를 치르기로 결심하면 리셋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댓가는 언제나, 생각한 것보단 더 큽니다.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뭐 작은거 하나라도 얻을 수 있었나,
인생을 다시 돌아보세요.
그동안 치루어 온 댓가를 생각하고, 그리고도 리셋하고 싶으면
가진 걸 모두 걸고 리셋 하시면 됩니다.
아무것도 잃으면 안된다고요? 잃기 싫다고요?
그럼 리셋도 없습니다.
보수, 수구가 그래서 답답한 거죠.
유지하려고 지키려고 하는 사고방식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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