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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을 사랑하며 살기 위해 하나씩 가르칩니다.
연애할 때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지만 그걸 표현할 줄은 잘 모르는 사람이란 느낌은 있었어요.
그래도 나름 세심함을 보이려 애쓰는 것에 감동하면서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결정을 했지요.
근데 이 사람이 연애할 때랑은 점점 거리감이 느껴지는 겁니다.
처음엔 섭섭하고,
다음엔 화가 나고,
그 다음엔 서글퍼서 눈물이 나더군요.
그런 채로 그냥 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고 그래서 이 사람을 가르쳐야지 안 되겠다 마음을 바꿨습니다.
제가 좀 아프면 아픈 사람을 돌보고 집안일 해야 하고 하는 걸 할 줄 모르는 게 제일 서러웠습니다.
아프면 병원가..........이게 그 사람이 하는 말이었고, 먹을 거 사다 먹거나 시켜 먹거나(본인 거) 하고 앉았는데,
대상포진 왔을 때는 (이게 젊은 사람도 스트레스 때문에 오더군요) 머리가 아픈 게 끊임없이 해머질을 머리에 해대는 것처럼 아픈데
이 사람 병원에 가야지....음, 갔다 왔어? 그럼 누워서 쉬어....이게 다였어요.
두 달을 꼬박 앓고 일어나 체중이 7키로가 빠진 몸으로 집안 구석구석 묵은 때 씻어내고
(직장생활하기 때문에 쉬어야 하는 날 시간이 얼마나 빠듯한지 몰라요)
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신랑보고 그랬죠.
이제부터는 청소기 돌리고 밀대 걸레질 하는 건 날마다 당신이 맡아서 하라고.
먼저 오는 사람이 싱크대에 있는 설거지거리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
밥통에 밥 앉히는 거라고,
세탁기에 빨래 돌릴 때 빨래 구분은 이렇게 하는 거고 세제는 얼만큼 넣는 거고 어떤 코스로 돌리는 건지 가르치고,
... 줄줄이 집안 일을 설명하고 짐을 나눠 지게 하고,
마지막으로 제가 한 말이 그거였어요.
당신이 아프면 내가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당신 아프면 같이 병원 가 주고, 약 지어다 먹이고, 잘 먹고 쉬어서 얼른 낫게 도와주고,
당신 신경쓰일 일 안 만들고.... 나는 여태 그렇게 해 왔다.
근데 당신은 내가 아프면 어떻게 했었는지 아느냐? .........고.
신랑이 대답을 못 하더군요.
나름 느껴지는 게 있었나 봅니다.
날마다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 열심히 합니다.
밥통에 밥도 잘 앉히고, 설거지도 잘 합니다.
세탁기에 빨래 돌리는 건 너무 적은 데도 마구 돌려서 아깝단 생각 들 때 있지만 이쯤은 그냥 지나가줘야겠죠.
또 하나 신랑한테 섭섭했던 것이 외식입니다.
저랑 신랑은 좋아하는 메뉴가 완전 달라서 메뉴 선택에서 전 늘 먹고 싶지 않은 걸 선택해야 했고,
그걸 신랑은 저도 먹고 싶어서 먹는 걸로 알았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신랑 식성을 감안해서 선택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섭섭함 갖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함흥냉면/아구찜....이런 메뉴 때문에 마음 상할 일이 있었습니다.
신랑이 저 함흥냉면 좋아하는 걸 잘 압니다, 연애할 때도 자주 말했었고 먹으러 다녔었죠.
(이때는 신랑이 저 좋아하는 걸 선택해 준 거였거든요)
근데 몇 년동안 함흥냉면을 다른 사람과는 같이 먹어 봤어도 신랑과는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어요, 늘 싫다고 해서.
집근처에 함흥냉면 체인이 생겼습니다, 정말 잘 하는 곳의 체인이라 너무 너무 가고 싶었고 먹고 싶었죠.
신랑이 싫다고 면 먹으면 금방 배고프다고 몇 번을 거절해서 못 먹었습니다.
어느 날 주말에 저는 외출한 때 시어머니께서 오셨다 가셨습니다.
저녁에 온 저는 낮에 어머니께 점심 뭐 대접해 드렸냐고 물었습니다.
음, 엄마가 시원하게 냉면 먹자고 해서 냉면 먹었어. ............ 그 소리 듣는 순간
눈에서 불이 확! 나오는 게 느껴지고 가슴에 멍울이 콱 잡히더이다.
이런 제 감정이 심하다 하실 분 계실지 모르나 그만큼 냉면 같이 못 먹었던 게 맺혀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어요.
냉면? 냉면?!!!!!!!!!!!!!!!!! (신랑은 그 순간 의미 파악을 못 하더군요, 시어머니께 고작 냉면을 대접했다고 화내는 줄 알고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얼굴이었습니다)
내가 그 냉면 한 번 먹자고 그렇게 여러 번 얘기할 땐 면 먹으면 배고프다고 안 먹는다더니,
내가 그 냉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한 번도 같이 안 먹어 주더니,
나 없을 때 어머니랑 냉면을 먹었어? 왜? 어머니랑 먹는 면은 배가 부르고 나랑 먹는 면만 배가 고파?!!!!!!!!!!!!
자긴 내가 언제나 먹고 싶은 걸 먹은 줄 알지만,
나 한 번도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자고 못 했어.
그런 내가 그 냉면 한 번 같이 먹자고 할만큼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게 냉면이야.
자기가 싫어해서 한 번도 아구찜 먹으러 가자고도 못 했고,
자기가 싫어해서 한 번도 해물찜 먹자고도 안 했어,
자긴 언제나 자기 먹고 싶은 걸 고르고 자연스럽게 그걸 먹으러 가고 그것도 모르지?
........ 막 쏟아내는데, 치사하게 눈물이 나잖아요.
냉면 따위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아닌데, 그 뜻을 신랑은 알았으려는지....
그러고부터는 밖에서 뭘 먹을 때 신랑이 뭐 먹을까 물으면서
냉면이나 칼국수 먹어도 괜찮아. 이럽니다.
집으로 배달음식 주문할 때도 족발 선호하는 사람이 보쌈을 먹자고도 하고 (저는 보쌈을 더 좋아하거든요)
장을 볼 때도 해산물장 보는 걸 말리지 않고, (늘 그런 거 사지 말라고만 했었거든요)
달라지고 있어요.
아직도 더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래서 다 큰 아들 하나 더 키우는 거란 말이 있나 봅니다)
그래도 처음보단 많이 나아져서 다행입니다.
그렇게 일구며 살아가야지 어쩌겠어요, 처음부터 다 갖춰져서 내게 온 사람이면 좋았겠지만 그렇진 않은 게 현실이겠죠.
1. ,,,,,,,
'11.6.25 9:16 AM (216.40.xxx.122)그래도 님 남편은 착하고 가능성있는거에요.
죽어라 가르쳐도 안바뀌는 남편들도 많아요.. 님은 희망이 있네요. 굳이 님이 화내고 우실필요도 없이 평소에 난~~하고 싶다, 난 ~~이게 좋다..는 식으로 조리있게 말만하셔도 들을 남편인걸요?2. 남편만들기
'11.6.25 9:27 AM (180.182.xxx.73)네, 남자는 콕 찍어서 대놓고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전 이런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먹고 움직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말할 줄 몰랐어요.
그때 그때 말해서 알아듣게 하고 섭섭해 하지 말아야겠어요.
^^3. dma
'11.6.25 9:52 AM (121.151.xxx.216)남편분은 정말 착한거죠
저렇게 여자말 따라주는 남자들만 있다면 좋겠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않아요
님처럼 콕찝어서 말해도 그런데 뭐 어쩌라고 하는사람도있고
그래 하고는 그당시는하지만 노상 똑같은일 반복하다보면 지쳐서 말하기 싫은 여자들도 있는거에요
그런데 정말 사람마다 다르기에 님은 먹혓는지 모르지만 안그런 사람들도 많답니다
그런사람들에게는 나처럼하지않아서라고 단정짓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착한 남편이랑 사는것은 복이니까요
모든사람들에게 복이 돌아가는것은 아니거든요4. 음
'11.6.25 9:58 AM (182.213.xxx.242)착하고, 능력있고, 집안일 뭘 도와줘야 할 지 알고 있는 남자..처음부터 다 갖추고 온 남자면
좋겠지만 안그렇고 게다가 원글님처럼 맞벌이 하는 경우에는 경우가 많이 다르죠....
네 가르치는거 맞습니다 남자들 몰라서 못하는경우도 태반이더라구요.....가르쳐주면 잘해요..
그런데...생각해 볼게 있네요...아직 애는 없으신거 같아요....
애가 있으심 육아문제는 더큰데요.. 이정도는 비할바가 못되요..
그런데 전 가르쳐준다는 것에 대해서 방법론을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운전의 경우 남자들이 자기가 하는 식으로 주차를 하라고
할때마다 하거나 왜 운전을 그렇게 하느냐 브레이크를 자주 밟냐...주행 그렇게 하면 기름소모량 많다 하는 식으로 잔소리를 하는거랑 비슷합니다...
그리고 원글님 심정 이해 하고도 남아요......사랑하는 부인에게 배려심이 없는 남편의 마음...
그게 문제인거죠..그런데 그마음을 그배려를 잔소리로 해결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그럴 마음도 없지만 오즉하면 잔소리 하겠는거라 싶기는 하지만....
결국은 남편에게 애정이 많이 식은 원글님 마음도 많이 생각해보시구요.....
냉면문제는 정말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다들 그런 섭섭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좀 다를수 있습니다...
원글님 친정 어머님이 오셨을때 원글님 친정 어머니가 드시고 싶다할때....
원글님도 먹고 싶고 안먹고 싶고를 떠나서 ...자리를 같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거에요
친정엄마가 오늘은 불고기 먹고 싶구나 해서 같이 갔는데.. 남편이 그이야기를 듣더니
산나물 내가 불고기 좋아하는거 알면서 나랑 안가더니 하면서 불을 밝히고 달려든다고 생각
해보셔요.....
원글님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아요....하지만 앞으로 극복하고 헤쳐나가야 할일이
많은 인생...수많은 지혜로운 인생선배들이 그랬듯이 나만의 좋은 지혜로운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5. 1
'11.6.25 10:42 AM (58.232.xxx.93)우와... 남편분 착하시다.
6. 그래서
'11.6.25 10:53 AM (183.98.xxx.192)당연한 말이지만, 저런 착한 성품을 타고 났으니 결혼하셨겠지요.
좋은 사람이니, 더 좋아질거에요.7. 개애
'11.6.25 11:52 AM (180.224.xxx.46)남자는 개, 아니면 애라고 하더군요. 심성이 착한 분같으니 속터지더라도 하나하나 가르치시면 되실거에요. 음..혹시 자폐라고 아시지요? 자폐아 중에서 대부분이 남자아이입니다. 남자 머리의 극단이 자폐라는 말도 있구요. 그만큼 남의 감정 읽지못하고 자기중심적인게 남자지요.
심성이 고운 남자는 애로 끝나는데 심성이 드러운 놈은 개가 될테구요.
전..제 생일날 외출하자고 했더니 날고 궂은데 어딜 나가냐고 해서..외출 못하고..설겆이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그래서 현관문 쾅 닫고 나갔다가 햄버거하나 사먹고 들어왔는데..
남편은 제가 나갔다 온줄로 모르더만요.
그냥 철없는 애구나...글케 생각하기로 했어요.8. .
'11.6.25 1:19 PM (115.86.xxx.24)착하네요.
그말에 달라지는거 보면..
성질 더러운 사람은
상대방 말문 막히게 꼬박꼬박 딴얘기 꺼내서 공격하고
자기 공격당한게 화가나서 고치지도 않아요.9. 남편만들기
'11.6.25 3:16 PM (180.182.xxx.73)말씀들 고맙습니다.
저도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소통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살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착한 사람이니 믿고 살아도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궂은 날 아침부터 오늘 할 일을 갈무리하다가 자고 있는 신랑을 두고
혼자 종종거리며 집안일을 하다가 잘 도와주긴 해도 여전히 난 힘들구나 하는 마음에
쓴 글이었습니다.
저 사람도 일주일 일하고 얼마나 피곤하면 저러랴 싶은 마음 따로,
나도 일주일이 힘들었는데 하는 마음 따로 ... 그래서 지난 일이 생각나고,
그로 하여 달라져 가는 과정인데 아직도 힘들구나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 남은 주말 잘 보내고 또 새롭게 한 주를 힘내 살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