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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팜디(약사)가 본 미국의 살

궁금 조회수 : 1,347
작성일 : 2011-06-17 13:02:49
저는 현재 퍼듀에서 팜디과정을 마쳤구요, 그래서 로테이션 (실습)을 끝내고 현재 감염내과 전공으로 펠로우 및 박사과정을 같이 밟고 있답니다. 임상약학 전공 중에서 세부전공이 감염내과인 셈인데요. 그래서 회진도 돌고, 클리닉도 가고, 연구도 하고, 수업도 듣고, 수업도 하고 그러고 있어요.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하나하나 기회가 되면 말씀 드릴께요. ^^
연구가 주 업무이다보니, 궁금한 게 생기면 주로 논문을 찾아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요..그래서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제가 읽은 논문들을 위주로 한 번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
오늘 할 이야기는 미국 poison center에서 2009년 발간한 통계자료인데요, 2010년 clinical toxicology라는 저널에 실린 논문입니다. 미국의 Poison center란 여러 다양한 이유로 중독 증상이 생긴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일종의 핫라인 같은 건데요, 그래서 이 센터의 사람들이 어떻게 하라고 가이드를 주는 센터입니다. 임상적으로 유의한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이 이 센터에 전화를 하다보니, 매년 중독 증상이 발생한 사람들이 건 전화에 기반을 두고 매년 중독 증상의 원인 등에 대한 통계자료를 발간한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가장 많은 중독증상을 일으킨 원인은 바로, "진통해열제"였습니다. 11.75%를 차지했어요. 일반 의약품이 슈퍼에서 판매된 역사가 깊은 미국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등의 진통해열제가 100%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죠. 실례로, 이런 해열진통제를 소비자품목 (consumer product)로 분류해 놓은 미국에서 발생한 사례 중 하나가, 술 마시고 숙취로 생긴 두통에 타이레놀은 복용하신 분이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하신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타이레놀의 복용법에 보면, 500mg 정제의 경우, 2정을 매 4시간에서 6시간마다 증상이 지속되는 동안 복용하라고 되어 있거든요.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경우, "증상이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글자가 "매 4시간에서 6시간"보다 먼저 보이구요, 또한 24시간 내에 8정 이상 복용 금지라고 되어 있으나, 그것도 잘 보이지가 않죠...그러다보니, 환자분들께서 "증상이 지속되는 동안" 복용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셔서 과다복용을 하신 경우도 있었다고 알고 있답니다. 미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나와있는 진통제들의 경우, 대부분 의사와의 상담없이 10일이상 복용하지 말라고 하는데요, 다른 큰 질환을 진통효과로 인해 발견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크구요, 또한 의사와의 상담없이 장기복용했을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의 우려도 있다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NSAID로 인한 두통 등이 있을 수 있겠죠. 그래서 두통을 없애려고 또 다른 진통제를 먹고 또 먹고...).
또 하나 주목받을만한 것은, 기침/감기약입니다. 이것도 3.12%를 차지하면서 12위에 올랐네요. (외용제가 4.05%로 6위지만, 외용제는 일반/전문의약품으로 다 있고, 사실 이건 집에 많이 두시는 건데, 아이들이 먹는 건 줄 알고 먹으면 이런 불상사가 나는 거 아니겠어요...) 일반의약품으로 풀려있는 기침/감기약은 pseudoephedrine, dextromethorphan, 그리고 다른 항 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복합제제 혹은 단일제제들입니다. 한국에선 일반의약품인 것도 있고, 전문의약품인것도 있고, 그럴 거예요. 사실, 이건 미국에선 크게 놀라운 사실이 아니었답니다. 실제로 2005년, 미국의 질병관리본부 (CDC)가 리포트를 발표했는데요, 소아용 기침/감기약 (일반의약품)을 복용한 아이들 3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이었죠. 이 아이들은 모두 2세(미국나이)이하의 영아들이었는데요, 부검결과, 기침/감기약이 사망의 원인이었다고 하는군요. (구글에서 찾아보시면 관련자료 있어요. 영문이지만요. ^^) 병력과 다른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결과, 기침/감기약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인을 찾을수가 없었다네요. ^^그래서 미국에서 약대생들은 소아용 일반의약품 기침/감기약을 찾는 환자들에게 2세 이하인 경우 사실상 추천할 품목이 없다는 교육과 함께, 그래도 꼭 환자가 원할 경우, 단일제제를 권해야 한다는 교육을 함께 실시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왜 이 나라에서,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하고 있을까요? 이 슈퍼라는 개념이 약간 말썽인데요...미국은 보험 특성상 조제까지 한국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고객 편의상, 그리고 또 "약국"의 실리상 "슈퍼"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은것이죠. 약국에서 나오는 수익보다 슈퍼쪽에서 나오는 수익이 더 많거든요. 고객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고, 약국도 기다리는 시간에 환자가 이것저것 사 가면 수익에 도움이 되고, 뭐, 그런 관계입니다. ^^어쨌든, 왜 일반의약품을 슈퍼에 파냐...이건, 사실 미국의 보험제도와 연결이 되거든요. 미국내에서도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는 최상의 선택이 아니라고 보는 의료인들이 많습니다. 약사들도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구요. 하지만, 미국 의료보험이 사보험이다 보니, 보험에 들지 않겠다고 선택한 사람들도 꽤 됩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아파서 한 번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처방전 받아 처방전 타는 비용이 몇 백불은 호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돈이 있으면 보험에 들텐데, 대부분의 경우,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들은 보험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이죠. 따라서 그 몇 백불을 내고 병원에 갈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들은, "슈퍼"화된 약국에서 약이라도 사 먹지 않으면 어찌할 방법이 없답니다. 진퇴양난이라고 할까요...그래서 차선책으로 택하게 된 것이 바로 일반의약품의 소비자 품목화 입니다.
그래서 미국 약사회가 택한 방법이 "환자 교육 실시"입니다. 제가 지난번에 올렸던 링크 포스팅에서처럼, 그런 자료를 끊임없이 나누어 주고, 약사의 달도 만들어서 "당신의 약사는 누구입니까? 당신은 어떤 약을 복용하고 계십니까? (Know your pharmacist; know your medicine)"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아...여기 파일 업로드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텐데 안타까워요...^^;;) 또, 일반의약품으로 인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미디어가 몇 일간 연속으로 보도를 해 대기도 하구요. 미디어가 아무리 보도를 잘 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구요...작년부터 아세트아미노펜의 최대용량을 4그램에서 3그램으로 낮춰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데요, 그런 보도는 그냥 몇 번 나갔다 말았다 할 뿐, 국민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국민적 관심과, 능동적이고 발빠르고 객관적인 미디어와 (여기 미디어들도 완전 객관적이진 않지만요. ^^), 의료인들의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겠죠? 한다고 하는데도, 2009년의 poison center의 자료는 씁쓸하네요.
  
IP : 121.142.xxx.3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r
    '11.6.17 1:06 PM (211.110.xxx.100)

    잘 읽었어요..^^
    의료인들의 교육도 문제지만
    말씀대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참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약물 오남용이 워낙 전부터 심한 문제가 되었던터라..
    쉽지 않은 사안이죠.

  • 2.
    '11.6.17 1:18 PM (218.102.xxx.7)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타이레놀 같은 진통해열제 부작용의 사례...약사가 있는 약국에서 사먹는다고 달라질까요?
    일반의약품은 그냥 ***주세요 하고 계산하고 끝인데요.

  • 3. ...
    '11.6.17 1:20 PM (115.86.xxx.24)

    저는 항상 상비약 준비하는 편이라서 슈퍼판매의 나쁜점도 좀 걱정되는 편이에요.

    물론 제가 상비약살때는 약사에게 뭐뭐 주세요. 라고 말하고
    약사는 전혀 도움을 주지는 않지요.

    다만 꼭 약사가 팔아야하느냐와 슈퍼에서 팔아도 되나..라는 건 약간 다른 문제인것 같아요.
    슈퍼에서 파는건 사실 과자, 파리 모기약 같은 것과 같은 느낌이 되어버리니까요.
    개념있게 사는 사람들이면 모르지만
    그정도 지각없는 사람도 너무나 많지요.

    원글님 말마따나 슈퍼에서 약파는 곳은 우리나라처럼 의료시스템이 잘되어있지 않겠죠.
    미국은 마트에서 틀니도 판다고 하더군요.
    몇가지 사이즈 중 선택해서 집에서 자기가 믹스해서 입에 끼워 맞춘다고..
    그게 편해서겠어요..병원갈 돈이 없으니까 그러겠죠.

    팔아야하나 말아야하나 보다
    어떤 일이 생길지가 저도 걱정되긴해요.
    그리고 항상 시작이 문제죠.
    박카스 팔고 싶어서 저들이 저러겠어요.
    한번 열리면 계속 열리니까 그러겠죠.

    제가 아기가 6개월 상비약구비해야할것 같아서 해열제를 사러갔죠.
    근데 지금당장 먹이는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약사가 저 나이면 집에 해열제 상비했다가 먹이는게 아니고
    밤에 열나면 응급실로라도 가야한다고 판매를 거부했어요.
    전 황당했죠. 유모차 끌고 먼데까지 부러 갔는데 허탕이었으니까.
    지나고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싶었어요.
    물론 딴 약국같으면 그냥 팔았을수도 있겠죠.
    수퍼였다면 그냥 계산대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겠죠.

  • 4. 저기요.
    '11.6.17 1:25 PM (14.37.xxx.145)

    악국에서 일반의약품을 팔때
    약국에서 개개 환자에게 판매한 약을 환자마다 기록해 놓고
    그 기록을 전국의 약국에서 공유한다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해야
    일반의약품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사실 제가 나가서 동네 약국 다 돌아다니면서
    별의 별 약을 다 사도
    제가 그 약을 많이 사는지 그걸 다 먹는지 안먹는지
    약사들도 체크할 수 없잖습니까?

  • 5. ㅎㅎㅎ
    '11.6.17 1:28 PM (222.113.xxx.22)

    약사들의 지식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기도 하지 않나요?
    몇천원짜리 위장약 사러 갔다가 적합한 내과 전문의를 소개받아서 조기치료 하기도 하고,
    식이요법을 쉽게 듣기도 하고....

  • 6. 그러면
    '11.6.17 1:53 PM (203.248.xxx.65)

    비아그라를 처방전 없이 사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즘 한국 약사님들이 주장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제니칼 일반 판매가 위험하다는 시민단체 주장도 많던데
    이것도 한국 약사님들이 그냥 팔게해달라고 정부에 조르는 중이라서요...
    한국 떠나신지 오래되어서 우리나라 약계는 잘 모르시는 듯 합니다.

  • 7. ***
    '11.6.17 2:02 PM (14.37.xxx.145)

    비아그라 같은 ‘해피드럭’이나 비만치료제, 응급피임약, 천식치료제
    같은 것을 일반약으로 분류해 달라고 요구중이라십니다.
    울 약사님들께서요.

  • 8. ^^
    '11.6.17 3:22 PM (115.143.xxx.191)

    울나라 약사님들 정말 웃기지요...
    소화제가 이익이 더 많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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