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한 영혼을 향한 간절한 기도!

safiplease 조회수 : 251
작성일 : 2011-06-11 10:40:57
예전에 ‘동막골’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영화가 있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산속, 깊고 깊은 곳에 살고 있어서 난리가 났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는 순수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 ‘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하고 생각하면서 재밌게 봤었는데... ...

“그의 순수함은 80년 중반에서 응고돼버린 영혼 그대로인 거 같았다. 최소한 십년은 어려 보이는 그의 외모도 그걸 말해준다. 자고로 철이 안 들면 사람은 안 늙게 돼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딸아이가 자라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걸 제대로 해주지 못한 부모를 원망할까봐 두렵지만 좋은 일 하느라 그랬다고 설명해줄 것이고 그런 부모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국하는 일과 좋은 부모 됨이 상충되지 않고 애국하는 일과 효도하는 일이 상충되지 않는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한겨레21에 실렸던 인터뷰 ‘윤민석, 당신은 철들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이다. 딸도 있고, 아내도 있으면서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80년 중반, 젊은 시절 치기어린 자신의 사상 속에 갇혀서 응고돼버린 영혼 윤민석.
그를 가장 아름답게 포장하면 ‘순수함’이긴 하겠다. 세상물정 모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도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어린아이의 그 순수함. 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순수함은 미덕이 아닙니다. 순수함은 무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A도 알고 B도 알고 모두를 아울러 안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설 수 있는 것. 선도 알고 악도 알지만 의지적으로 악에 물들지 않는 것 그것이 미덕이고 지혜입니다.”

순수는 고립되고 단절되어야 지켜질 수 있는 것이라고... 순수, 우리가 갈망하는 그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연약하고 가련한 것인가? 세상에 한 발 디디면 거품처럼 사라질 인어공주의 꿈같은 것... ...

순수를 찾기 힘든 시대여서, 생수 이름도 ‘순수’로 짓고, 영화는 도리어 사람들에게 ‘순수’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는 안 되니까, 남보고는 그 순수를 지키며 살라고 다 큰 중년이 되어 한 가정을 책임지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대한민국의 ‘남자’에게 철들지 말라고 한다.

박제된 윤민석!
사람들은 그를 관람하고 싶어한다. 그가 그 상태로 있어주기를 바란다. 내가 머물고 싶던 대학시절을 살고 있는 그를 통해 대리만족하며, 그를 치켜세우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준다. 그래야 자신의 과거도 칭찬받는 것 같으니까. 그래야 내가 헛 살지 않았다고 느껴지니까... ..
그러니 순수한(?) 그 영혼은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과거로, 추억으로, 어릴적 치기 속으로 퇴행한다.

오랫동안 진행된 윤민석 박제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곤해질테고, 그 역시 자신의 어린 소신이 진리인 줄 알며  살던대로 살게 되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박제된 틀을 벗길 바란다. 살아있는 미라처럼 먼지구덩이 거무죽죽한 과거의 추억을 둘둘 말고 다니지 말기 바란다.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 ‘내가 잘 못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실체가 진자인지 아닌지 세상으로 걸어나와 확인해 볼 용기를 가지기 바란다.
“윤민석씨! 채우지 못한, 그러나 버리지도 못한 욕망 덩어리들이 당신의 곁에 득실득실 들러붙어서 당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덮고 있답니다!”
이제, 자신의 나이게 맞는, 자신의 처지에 맞는 ‘한 남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훗날 그의 딸에게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한 아빠’로 살기를 기도해 본다. 오지랖 넓어 남 못되는 꼴 못 보는 이 ‘한 인간’이 윤민석이라는 ‘한 영혼’을 향해 공허한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 정말 후회 안 할 삶을 살고 있습니까?
IP : 220.79.xxx.69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57058 CCTV가 필요한데 어디에 신청해야 할까요 ?? 2 지방의 홀로.. 2011/06/11 323
    657057 어린 아이들 키우는 전업맘들... 스트레스관리(자기관리)어케 하세요? 6 미련맘 2011/06/11 934
    657056 성폭행당한 여성 법정진술 후 자살..이게 뭡니까!! 17 도무지 2011/06/11 2,495
    657055 처음인가 아닌가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성매매할 마음을 먹었다는게 중요하지 10 동유럽출장따.. 2011/06/11 1,872
    657054 미국 1년 다녀와야하는데.. 3 궁금해요. 2011/06/11 719
    657053 솔직히 등록금에 대해서는 이명박도 억울하지. 25 어이상실이여.. 2011/06/11 1,274
    657052 개그하는 청강이와 태권이 참 잘하네요. 4 웃고 또 웃.. 2011/06/11 1,118
    657051 한 영혼을 향한 간절한 기도! safipl.. 2011/06/11 251
    657050 몬쥬.... 오늘 내일 환기와 외출은 자제함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8 . 2011/06/11 1,697
    657049 융통성 없는 사람 6 ..... 2011/06/11 1,341
    657048 시티홀 재밌어요. 7 어머 2011/06/11 827
    657047 아이들책상정면사용하시나요 측면사용하시나요 2 ᑂ.. 2011/06/11 367
    657046 얼마전 강아지 보호하고 있다던 사람인데요.. 9 강아지.. 2011/06/11 997
    657045 예전 게시판에서 겪은 무서운 댓글 19 손가락뿐인그.. 2011/06/11 3,293
    657044 야상 색깔좀 골라 주세요 5 ??? 2011/06/11 476
    657043 벼룩시장 1 잠실 엘스아.. 2011/06/11 268
    657042 여름 홑이불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요.. 10 린넨으로~ 2011/06/11 869
    657041 스트레스성 쇼핑으로 무엇이 좋을까...? 15 돈쓰기 2011/06/11 2,027
    657040 생강가루는 어디에서 파나요? 12 왕초보 2011/06/11 769
    657039 베이컨 생으로 먹어도 되나요? 13 베이컨 2011/06/11 4,528
    657038 제가 속이 좁은건가요? 20 - 2011/06/11 2,461
    657037 유럽 슈퍼박테리아 - 콩나물(혹은 숙주나물)에서 발견 12 anonim.. 2011/06/11 1,995
    657036 콘서트 가보신분 조언좀 부탁드려요 3 ,, 2011/06/11 338
    657035 영수100비법 보다 멀미하는데요.... 10 영수100비.. 2011/06/11 1,692
    657034 약국에서 살수 있는 감기약 추천 좀 해주세요. 7 콧물 2011/06/11 870
    657033 (스크랩)고대의대 집단성추행 사건 네티즌분들이 반드시 주목하셔야 할점 13 아고라. 2011/06/11 1,313
    657032 1만…2만…4만, 대학생도 시민도 서로 놀랐다 "MB향한 분노 터졌다" 13 세우실 2011/06/11 1,347
    657031 고기 없이 미역국 끓였네요. 16 마고 2011/06/11 1,926
    657030 아들 임신하신분들 얼굴에 트러블 심하셨나요? 18 dkemf 2011/06/11 1,491
    657029 대학생이 취직 안 되는 진짜 이유는? 1 임승수 2011/06/11 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