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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끝에는 허탈함이 남드라네요?

.. 조회수 : 1,983
작성일 : 2011-03-23 20:13:41

초6때 담임 선생님이 정말 인간도 아니었어요.
특활부를 뽑는데 자기 귀찮다고 가위바위보 시키고 참 가지가지 했죠.
그래서 가위바위보 하지 말자 우리도 원하는걸 할 수 있다라고 손들고 말했더니만
나중에 유리창청소할때
"너 그렇게 입이 크고 말 아무렇게나 하면 사회나가서 끝장난다"라고 저한테 와서 속닥거리길래
너무 화도 나고 너도 함 당해봐라 싶어서
"선생님께서 오늘 저한테 좋은 충고 해주셨다고 엄마한테 가서 그대로 말씀드릴까요?"라고..

네 압니다. 저도 정말 성질 더럽고 되바라진 애였다는 걸요. 저렇게 말하니 아니다 그러고 가더라구요.
근데 저랑 같은 부반장 중에서 제 친구가
저양반을 무지하게 싫어했어요.
엄마가 아프셨는데 막 도시락 싸와라 뭐 해와라 그런거 안해왔다고
전 몰랐는데 엄청 구박먹었나봐요.
지 딸네미들 맨날 델고 와서 쟤한테 공부가르쳐라 어째라 하기도 했나보더라구요.

저는 대학을 딴데로 갔고, 저 친구는 그대로 고향에 남았어요.
그래서 국립대 무슨 과 가더니만 갑자기 재수하더니 교대를 가서
임용을 붙었나 그래가지고...

저 담임을 찾아갔대요.
담임이 저땐 교감이었나 거기까지 올라갔는데 거길 가서는
선생님 때문에 제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되어서 왔어요. 감사드립니다. 라고.
그래서 그 선생이 주변에 있는 선생 다 불러모아가지고 막 자랑했는데
누가 물었대요. 이 선생님의 어떤 점이 네가 선생이 되는데 도움을 주었냐고.
그래서 걔가 그랬대요.

절대 이사람처럼 되진 말아야겠다, 애들 가슴에 못박는 선생은 안 되야겠다 싶어서 선생 됐다고.

그 뒷얘기는 뭐.. 안 들어도 뻔하죠. 난리 났겠죠.
얘는 평생 그걸로 너무 화가 났던 거에요. 길가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만 보아도
이유없이 화가 솟구치고 막 화병걸릴 것 같고 분노가 치밀고 그래서
정말 참을 수가 없었대요. 그래서 그걸 해소하고자 교대를 갔고..
교대에서도 그게 해소가 안 되어서 홧병을 풀고자 한방 먹이러 간 거죠.

하지만 저 이야기의 가르침(..)은 사실 여기부터에요.

그렇게 이제 한을 풀은 저 친구는 애들을 가르치는 일에 직면했는데
그제서야 안 거죠. 자기는 애들도 싫고 가르치는 일에도 그닥 소질이 없다는 것을.
이제까지는 정말 그 한방먹이는 순간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그것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는 교직에 아무런 미련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나와서 교육관련직장을 찾고 있는 중이래요. 근데 가끔 생각한대요.
내가 만약 그때 교대를 재수해 가지 않았다면? 그 분노를 삭일 수 있었다면? 하고.


저 얘기 들으면 참 여러 생각이 들어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평생 가기 쉽다는 거랑
선생님은 아이에게 참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거랑
복수는 사람을 해치기 쉽다는 거랑
사람이 칼을 갈기 시작하면 고난과 역경을 넘을 수 있다는 거랑
분노에 눈이 멀면 복수 이외의 다른 것은 안 뵌다는 거랑
목표를 이룬 다음에는 사람이 허탈해지기 쉽다는 거랑
분노를 삭이는 방법에는 이 외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이랑...;;;;





IP : 175.208.xxx.16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3.23 8:17 PM (125.132.xxx.231)

    꼭 그렇게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모두 걸고 그 한방을 먹였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아무리 트라우마가 생겨서 복수를 꿈꿨다고 하지만...
    아직 젊을텐데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의 적성은 전혀 반영치도 않고
    교대를 갔다니...뭔가 한이 맺혔다는 것은 알겠지만...안타까워요........
    부디 다시 좋은 직장 구하시고 보람느끼는 일 하셨으면 좋겠네용 친구분~

  • 2. ..
    '11.3.23 8:20 PM (175.208.xxx.169)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제 생각에 저 한방은 복수 겸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추구였던 것 같아요.
    한방 뒤에 이제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보다 보니 이게 자기한테 안 맞았던거고
    허탈해지고 화나는게 사라지고 나니 이제 좀 더 자기를 위해서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지도 모르죠.

    게다가 저 위에 쓰지 않았지만
    걔 어머니가 중1때 결국 암으로 하늘로 가셨는데
    저 초6때 얘기를 다른 엄마한테 듣고서 되게 안스러워하셨다던데
    그것도 가슴에 정말 사무치게 남았나봐요.

  • 3. 쓸개코
    '11.3.23 8:24 PM (122.36.xxx.13)

    친구분이 찾아가서 복수하는 장면. 조금은 통쾌하네요.
    저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여선생님이셨어요.
    같은학년 여자선생님들 항상 저희반에 오셔서 학부모들이 갖다바친 선물보따리 풀어놓고
    자랑하는게 하루일과 였고요
    6학년때 담임선생님 돈받고 성적표 고쳐주시는 분이셨어요.
    저도 분노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런분들께 받은 상처들 오래 생각이 나더라구요.
    물론 좋은선생님도 계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당시는 일기장 검사를 했었답니다.
    매일매일 용기불어 넣어주시는 코멘트 편지처럼 일기에 적어주시고
    부끄럽지만 엄마가 촌지도 드렸었는데
    제가 참 가능성 많고 좋은아이며 학교에서 어떠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봉투 돌려주신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제 인생에 유일한 "선생님" 남호경 선생님 보고싶네요~
    원글님 글 읽고 교육자의 자질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 4. zzz
    '11.3.24 8:51 AM (125.185.xxx.202)

    초등학교 선생님 정말 아닌 선생님들 많았지만 중학교때 좋은 분들을 만나 학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정혜경 선생님 최영희 선생님 존경합니다. 특히 최영희 선생님때문에 사학 전공한 애들도 있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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