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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 (펌) 남편의 눈물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파이터 조회수 : 1,041
작성일 : 2011-03-09 17:15:20
여러분의 지성과 감성을 믿고 퍼왔습니다. 저도 세권을 주문하였네요.

남편의 눈물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229]

윤경 (yuk****)

주소복사 조회 23412 11.03.09 14:35 즐겨찾기요즘트위터더보기페이스북미투데이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만약, 우연하게라도 이런 글을 제가 쓰고 , 또 여기에 올린 줄 알면

  아마 남편은 분을 참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남편은 전업 작가 입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지요.

<차마 실명을 이곳에 올리진 못하겠어요. 그럴 용기가 없네요. 하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 싶은 만큼, 남편의 이름을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남편 소설 제목을 밝히겠습니다./ 소설- ' 겨 리'>

남편은 젊은 시절 대중음악을 했던 사람입니다.

남편 한테 들은 얘기로는 지난 1970년 대 메이저 음반회사에서 음반을 몇 차례

출반하였으나 방송PR을 하는데 가요프로그램 담당자들의 집요한 촌지 요구로

방송을 그만두고 일반 무대<나이트클럽, 극장쑈>로 나갔다고 합니다.

요즘은 소위 언더그라운드 무대라고 하지만 그 당시 일반 무대는 그야말로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고생이 극심했던 모양입니다.

<남편은 당시 상황을 소설화 한 적도 있답니다./ 소설-' 달 덫'>

그 후,

남편은 지난 90년대 후반 부터 작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답니다.

출발은 월간 잡지같은 곳에 연재하여 겨우 생계를 유지했었지요.

그러던 지난 99년 첫 장편소설<사랑은 그들을 노예라 불렀다>이 출간

되었답니다.

예상외로 초판3,000부가 짧은 시간에 매진되었답니다. 당장 2쇄를 찍어야 할

무렵 출판사가 누적된 경영 악화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저의 실망은 참으로 컸답니다.

그러나 남편은 또 다시 다음 작품에 온 힘을 다 쏟았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소설은 2쇄를 찍지 못 했습니다.

이후,

남편은 중, 단편 소설을 문예지에 투고하여 편당 원고료 2-30만원을 받아

쑥스러운 표정으로 제 손가방 구석에 몇 번인가 넣어주고했지요.

지난 2007년 남편은 교단 관련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학교를 에워싸고 있는 비리, 즉 불 탈법들을 실랄하게 쓴 소설이었지요.

물론 그 소설 속엔 참으로 훌륭한 참 스승도 계셨지요.

분명 수많은 선생님들께선 남편의 소설<교사는 아프면서 간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반감은 참으로 컷지요.

그 결과 그 소설 역시 초판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가정 살림을 하는 아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인세 0 원 이었습니다.

3년여 가까이 남편이 발품,마음품 팔아 쓴 장편소설의 대가는 0원 이었습니다.

저는 오래 전 부터 저의 집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아들 둘>은 고등학교 때 부터 아르바이트하는 게 당연시 되었으며

대학 역시 아르바이트와 약간의 장학금으로 재학중입니다.

특히 둘 째 아이는 아예 대학을 중간에 포기하고 군 부사관에 들어갔습니다.

큰 아이는 그나마 장학금과 학교 일< 교내 환경미화, 도서관 정리,구내 식당일>

등등을 하며 어느덧 졸업반이 되었답니다.

가난한, 그래서 무능할 뿐인 작가를 둔 아이들에게 저희 내외는 늘 죄진 자, 빚진자같지요.

그 흔한 술, 담배조차도 안 배운 아이들이 고맙고 또 고맙지요.

그런 게 저희 내외의 힘의 원천인 것 같아요.

참으로 구질구질한 얘기를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죠?



그렇게 남편은 또 다시 3년 넘는 세월을 골방에서 악전고투했습니다.

어느새 전업이 되어버린 무명작가 남편의 수입은 여전히 0원이었습니다.

탈고한 원고는 메이저 출판사에선 번번히 퇴짜를 맞았습니다. 작가의 지명도가

그 들 출판사의 기준에 부족했던 것이지요.

지금껏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이 번에도 작을 출판사 한 곳에서 남편의 새 원고에

관심을 가지고는 계약금 없이 판매부수의 10% 인세 지불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새로 출간 한 소설이 ' 겨 리' 입니다.

남편이 이 소설을 쓰던 어느 날, 책상에 얼굴을 묻고 소리 죽여 울고 있는 남편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건 예사의 울음이 아니였지요. 오열이 었지요.

저는 그날 아무런 기척도 낼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게 신간 '겨 리' 가 출간되었고 남편이 설레이고 부풀었던 올해 초,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답니다.

그날 왜, 울었느냐고? 말입니다.

남편은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아니 다소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말 꼬리를

흩트리더군요.

아니, 그냥 너무 슬픈 장면을 쓰던 중에 소설 속 주인공이 너무 슬퍼서..

그래서 잠시 북받쳤었어.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치 않았습니다. 자신의 고통에 자신이 서러웠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남편은 이미 청년 시절부터 남 모르게 우는 법을 터득했을 겁니다.

일반무대시절 남편은 무명가수의 설움을 수 없이 격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예나 지금이나 언더그라운드에서 피를 토하듯이 열창하는 진짜 노래잘하는

무명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솔직히 음치 수준의 스타가수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꾀 노래 잘하는 가수가 음반을 들고 가요 프로 담당PD 를 찾아가면 청취율 핑계

대며 그 음반을 외면하고 오로지 큰 돈 질러주고 덩달아 애청자들의 귀에 익은

유명가수들 노래만 틀어대던 현실 앞에 좌절하고 무기력했던 남편은 이제

출판시장에서 또 다시 좌절감, 패배감을 껴안고 살고 있답니다.

메이저 출판사에서 선호하는 작가는 이미 여러번 베스트 셀러를 낸 이력이 있는

유명 작가들 입니다 . 즉 출판만 되면 무조건 수 십만부는 기본으로 판매되는

스타 작가입니다.

엄청난 부자 작가와 단칸 지하 방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다가 아깝게

요절한 ' 최고은 ' 작가가 극명하게 대비 되는 현실입니다.

물론 무명인들을 향해 할 말이 있는 스타들의 쓴 소리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무명들에겐 메이저들이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공정한 평가의 기회에도 인색하다는 점입니다.



각고 끝에 출간된 남편의 신간<겨리> 이 출간 된지 이제 두 달 반이 지났습니다.

유명작가의 책은 서점 한가운데 자리를 오래 차지하지만 제 남편 책은 이미 지난날 초에 진열대에서 내려져버렸습니다.

조금 더 있으면 더 구석으로 내 몰려서 독자들께서 아예 찾을 수 조차도 없는 서점 외진 곳으로 내 밀릴 게 뻔 합니다.

참으로 슬픈 일이지요. 독자님들의 리뷰, 즉 서평을 보면 참으로 더 안타깝습니다. 읽으신 분들은 다 후하게 평해주셨는데...

많은 어려움과 궁핍함 속에서도 남편과 저는 작은 자부심하나로 주림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비록 돈은 전혀 못 버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남편역시 말은 않지만 작은 자부심하나로 살고 있겠지요.

별 능력도 없는 아내가 벌어오는 아주 작은 돈에 의지하는 남편의 자괴감을 저는

한 번씩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최근 아주 큰 걱정이 생겼습니다.

어느날 갑짜기 남편이 집필을 포기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건 남편의 죽음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눈물로 살아온 남편을 이대로 죽임당하게 할 순 없습니다.

한없이 여린 남편이지만 이런 글을 제가 공개된 곳에 올린 게 알려져 남편에게

맞아 죽임을 당한다 하더라도 전 꼭 쓰고 싶었습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애원하고 싶었습니다.

남편의 기대가, 꿈이 또다시 사장되지 않도록 아내로써 꼭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가난해서 서러웠고, 무명이어서 서러운 제 남편을 좀 도와 주세요.

남편의 신간 <겨 리> 가 두 달반이 되었어도 아직 2쇄를 못 찍었습니다.

초판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이번 소설의 인세는 0원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조금의 여유가 계시는 분들께서 제 남편의 소설 <겨 리>를

한 권씩만 구매해 주시면 금방 2쇄를 찍게 되겠지요.

<2쇄 부터 인세가 10% 지급 받게 됩니다. 인세가 넘친다 싶으면 좋은 곳에

써보고 싶은 게 저희 부부의 꿈 입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남편이 글쓰는 일을 접어버리지 않도록 여유 계시는 분들께서

한 권씩 구매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책 내용과 남편의 이력은 <겨리> 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 많은 두려움에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정말 송구스럽고 쑥스러운 글 올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이해해 주시고, 용서해 주세요.



                             - 어느 무명 작가의 아내 올림-

<메일 주소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yuk2115@hanmail.net >





                                          

   *제발, 제 남편이 이 글을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IP : 59.9.xxx.1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11.3.9 6:01 PM (121.161.xxx.247)

    두 권 주문했습니다 ㅠㅠ
    세상 사는 게 참 슬픕니다.

  • 2. ...
    '11.3.9 8:19 PM (119.64.xxx.189)

    네..주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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