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만들어 경계로 삼고
담을 쌓아 구분을 확실하게 하며
많은 제도와 장치로 걸러내고 정화해 보지만
울타리를 넘는 자들이 있다.
힘들고 어려웠던 하루가 그들과 함께 일과를 마감하게 한다.
작은 것에 몰두하며 기분 전환을 할 때
기분 상했던 일들이 조각 조각 떨어져 나간다.
그렇게 밤새 만든 판화 한 장이
조용히 내게 교훈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선을 긋고, 울타리로 경계를 만들고, 높은 담까지 쌓아도
어둠까지 걸러낼 수 없다고 가르침에 깜짝 놀란다.
파고들고 숨어들고 비집고 들어오는 어둠의 세력이
내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오늘도 어둠의 세력이 되어 질서를 깨는 주역이
내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조심스럽게 은혜를 구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행복할 한 주를 시작한다.
슬픔은 견디는 것이고
기쁨은 찾는 것이며
행복은 만드는 것이라는
책상 앞의 문구 곁에 걸어두고 곱씹어야 겠다
도도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