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요일
1시간 자고 오색 숙소를 나와
이름 모를 폭포 지나
7시 정각 오색 등산로 초입
정상까진 5키로 5시간 예상.
초입은 여름
한시간 여 오르니
한계령 너머로 남설악 만물상이 보이고
서북능선도 보이고
애초엔 저 능선을 타기로 했으나....
벌레집이라구요?
세벽은 영하 4도.
줄기 주변을 오르던 습기가 상고대처럼 엉켜붙어 얼은 것.
설악폭포를 가로 질러 앞 능선을 타고 오를 터.
설악폭포 상류
설악 폭포가 가까워지면 물소리가 들려요,
2시간 치고 오른 길이라 여간 기쁜게 아니죠.
절반만 더 가면 되는구나! 하는 성취감.
아래서 올라 왔고.
앞은 점봉산.
바로 뒤 베이스가 아침가리골의 방태산
점봉산 정상 바로 뒤 작은 봉우리가 작은 점봉산.
작은점봉산 바로 뒤 V홈이 야생화 천국 곰배령.
그 뒤 작은 등줄기가 가칠봉.
우측 멀리 양평 용문산도 보이고.
놀랍죠?
동해에서 서울 지척 용문산도 보이다니요.
산에 오르면 국토가 보입니다.
이땐 좀 자괴감도 들어요.
'우리 땅이 이 정도 밖에?'
3시간여 오르니 중청봉이 보이고
또 다른 가을 설악의 상징 붉은 마가목 열매
중청산장이 보이고.
언어의 사회성에 산악인의 삶까지 진하게 벤.
산장이란 정감어린 이름을 놔두고 왜 대피소라 바꿨을가요?
이름은 꼭 실용과 일치해야한다는 건가?
우측이 대청봉
마가목에 흠뻑 빠지고 말았고.
또 하나의 설악의 상징,사스레 나무
중청 아래 사스레 순락은 정말이지 장관.
겨울이 되면 세상이 다 옷을 벗지만 수천 사스레들만 (흰)소복으로 갈아 입죠.
흰 수피는 겨울 산행 불쏘시게로 유용.
뒤틀린 모습에서 목생의 인고가 느껴지나요?
천하의 주목도 설악 정상에선 버텨나질 못하지만 오직 사스레만.
키 큰 교목 중 가장 높은 곳까지 삶을 이어갑니다.
서쪽으로 가리봉,맞은편으로 귀때기청봉이 보이고
마가목 쓰임세요?
뿌리,수피,열매,목재까지 약재로 안쓰인 곳이 없고.
중풍 예방이 있다며 옛사람들은 머리빛까지 만들어 썼고.
정상 5백미터 전!
국토가 좁다구요?
일렁이며 굽이치는 저 능선들을 곧게 펴면?
국토는 3배로 늘어나겠죠.
좌측 멀리 오대산 능선
좌 멀리 산줄기가 오대산~계방산
바로 앞 계곡길이 한계령 양양 구간.
드디여 동해가 보이고
양양 앞바다.
우측 먼 등줄기가 대관령~선자령~노인봉~동대산~오대산.
사진 중앙 좌에서 우로 긴 계곡 보이시죠?
선림원터로 유명한 미천골이 있는 그곳.
평창에서 구룡령을 너머 온 56번 국도가 앞으로 지나요.
방태산~점봉산 사이를 긴긴 터널로 지나온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도 이 길따라.
터널 중간에 이런 푯말이 써있죠.
" 터널 위로 백두대간이 지납니다! "
이 친절하고 적절한 아이디어는 누구 작품이였을까?
듬성듬성 흰 포말이 만들어낸 해안선 보이시죠?
양양~주문진~강릉~정동진~동해시~삼척시~울진으로 이어지겠죠.
우측 양양공항 활주로도 보이고
정상 지척이라 많은 게 분명해지고.
설악 초입 대포항이 먼저 보이네요(왼쪽 홀로 선 흰 건물 주변)
넘으면 정상
정상 대청봉(1708미터)
강조로 하나 더!
대청봉서 동해까지 훤히 보이는 오늘같은 날은 많치 않아요.
속초시
동해 상공으로 구름띠.
앞 화채봉 능선 바로 끝으로 보이는 게 청초호,좌측이 영랑호
맨 우측이 대포항.
보노라니 물회,가자미찜이 급 땡기고.
좌측 청초호.
근래 가장 성장한 지방도시는 속초시일 겁니다.
세컨 하우스 열풍.
사진이 증명하네요.
10년 전 사진을 가져오면 '속초가 이랬나?' 하며 놀랄듯.
속초시 북쪽 해안
울산바위 뒤로 학사평 콘도 단지.
다 설악산이 만들어 준 땅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은 금강산
금강산 동해쪽으로 해금강 흰 암릉들 보이시죠?
서북쪽 인제쪽을 보니
귀때기청봉 설악의 주능선 서북능선이 S자를 긋고.
좌측 멀리 가리봉.
앞 맞은편이 귀때기청봉.
사이가 인제쪽 한계령
아래로 천불동 계곡
사진은 현실의 1/10도 표현이 안될듯.
화채봉능선
대청봉 주변은 국내 최대 마가목 군락지.
정상의 단풍은 순식간 저버리지만
붉은 마가목 열매가 대청 가을을 대신합니다.
아래 중청으로 하산
중청서 본 대청
중청에서 소청봉 향해.
봄엔 모든이가 시인이 되고 가을에는 철학자가 된다고 했던가...
이곳에 서면,
설레다가 사무쳐지기도 웅장해지기도 합니다.
좌측으로 수렴동계곡~백담계곡
중앙 용아장성 위쪽으로 봉정암이 보이고.
계곡 따라 10여키로 내려가면 백담사.
소청 갈림길.
고민들하죠.
백담사로 갈까,천불동으로 갈까?
두손에 쥔 떡.
희운각 가는 길 공룡능선도 보이고
아래로 희운각이 보이고
희운각 대피소는 증축 공사중
무너미 고개 지나고
여기서 부터 천불동은 시작
공룡능선 남쪽 끝 신선대.
천불동 최 상류 만물상
설악을 맞보려면,
당연 대청봉을 오른 후 천불동이든 수렴동이든 걸어야죠.
그럼 일반인이라면?
차선으로 천불동 계곡을 만물상 까지만 오르면 됩니다.
고도는 600여미터로 관악산 보다 낮아요.
쉬염쉬염 왕복 6,7시간이면 충분.
올해 설악엔 가을 없어요.
지난 일주일 가을비와 최근 한파 영향.
4년 전 같은 시기는 이랬고
천불동 최 상류 폭포, 천당 폭포
비선대서 3시간 고행길 거쳐 천불동 끝에서 행복을 맞본다는 뜻이겠죠.
양폭 지나 오련폭포는 시작되고.
천불동서 가을 단풍으로 최고처.
그러나 여기도 가을은 없고.
5개의 와폭이 연이여 지니 오련폭포.
옛 사람들은 이런 협곡을 어떻게 올랐을까요?
불가!
천불동이 열린 건 철재 난간이 설치되고 50년대 말.
아래 사진 6장은
4년 전 오련폭포
육당 최남선 만큼 설악을 찬미한 자도 없을 겁니다.
그는 '조선의 산수'에서
"금강의 수렴동이 오두막집의 들창에 친 발이라면,
설악의 수렴동은 경회루의 넓은 한쪽 면을 뒤덮고 있는 큰 발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요,
천불동은 수렴동 보다 한수위거든요.
귀면암 지나 문주담(潭)
아래 생강나무 하트 잎이 노랗게 물들었을 때가 절정.
덜 채색된 가을색이지만 문주담(潭)은 에메랄드빛을 담고
문주담은 내 천불동 구간서 가장 좋아하는 곳.
이곳만 지나면 10시간 고행은 사라지고 미소가 절로 납니다.
여기서 비선대 까진 30여분
아~소소한 문제가 생겼어요
등산 시작 10시간 지나 비선대도 가까워졌고
등산화 벗고 발도 씻고 출발했는데,
하나는 이마에, 또하나는 손목에 감은 손수건을 놔두고 왔다는.
예전 같으면 생각할 것도 없는데 이번엔 생각이 달리 미치고.
최근 부쩍 등산 중 잃어버리는 소품이 많아.
이건 또 뭐란 말인가? 나이?
이 지점에 생각이 미치니 오기가 생기고.
15분 백합니다.
장군봉이 보이니 이제 다온거죠.
바로 아래가 비선대.
장군봉 중간 즈음에 금강굴이 있고(사진 자세히 보면 보여요)
비선대서 신흥사 지나 소공원 까지 3키로는 평지.
아침 7시 시작해 주차장에 도착하니 저녁 7시,12시간 걸렸네요.
&&&&....
세상사 사연의 연속일 터.
실은 한계령 휴게소엔 3시 도착.
세상에나! 헤드랜턴이 빠졌다는.
장가 드는 자 뭐를 빠트린 격.
예전엔 한계령 휴게소에서 간단한 등산용품을 팔았으나 코로나로 폐쇄.
일단 핸펀 불빛을 가이드 삼아 오릅니다.
스틱을 사용 못하니 땀은 더 흘리고 날씨는 영하 4도.
피곤도 몰려오고 저체온증도 걱정되고.
한계령으로 20분만에 회군합니다.
세벽반들 다 떠난 주차장은 침묵만.
아아~~
하늘은 뭐 저리도 투명한지.
별들은 쏟아져 손에 잡히고.
안드로메다 은하 까지 육안에 들어오는 설악의 가을 밤.
일단 오색으로 내려가서 좀 쉬자!
마침 오색서 택시 한대가 일군의 등산객을 싣고 올라오고.
차를 오색에 두고 한계령을 들머리로 해 대청 찍고 오색으로 하산하려는 분들.
택시에 타려는데,
등산객........아,한계령에 차를 두고 오색서 오르시려는군요?
나.........아아~네...
오색으로 가려는 건 눈좀 부치고
오색 일대 만경대나 오르려던 참.
잠깐 눈을 부쳤는데 기억도 안나는 꿈에 잠시 깼고.
시계를 보니 6시..한시간 잔 것.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어?지금 오색을 들머리로 해도 해질녁엔 설악동이 가능하더라는.
부랴부랴 챙겨 오색 들머리로 향합니다.
아침 7시.
포레/무언가/백건우
https://www.youtube.com/watch?v=45CdhbiM1j4
깊어 가는 가을
모두들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