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샘이 하나 있다
문태준
맹꽁이가 운다
비를 두 손으로 받아 모으는 늦여름 밤
맹꽁이는 울음주머니에서 물을 퍼내는 불룩한 바가지를 가졌다
나는 내가 가진 황홀한 폐허를 생각한다
젖었다 마른 벽처럼 마르는
흉측한 웅덩이
가슴 속에 저런 슬픈 샘이 하나 있다
- 문태준, '가재미', 문학과지성사
예전에 다니던 직장이 종로 한 복판에 있었고,
툭하면, 내 사수는 종로 팔아 내게 외쳤다지.
돈 벌기 쉬운줄 아냐고.
종로바닥에 떠억 버티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 면면을 보라고
어느 넘 하나 만만해 보이냐고
그 바닥에 이리저리 치이며
내가 본 것은
어느 넘 하나
저런 슬픔의 골짜기 옹달샘
맴 속에 안 품고 다니는 사람 없다는 거
습도가
구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니
만들어지더라는 거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과 사진 밑의 사설은 쑥과마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