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나에게 주는 시로 올해는 시마이~

| 조회수 : 1,693 | 추천수 : 1
작성일 : 2018-12-28 10:03:25

나에게 주는 시  

                     류근

 

 

우산을 접어버리듯

잊기로 한다

밤새 내린 비가

마을의 모든 나무들을 깨우고 간 뒤

과수밭 찔레울 언덕을 넘어오는 우편배달부

자전거 바퀴에 부서져 내리던 햇살처럼

비로소 환하게 잊기로 한다

 

사랑이라 불러 아름다웠던 날들도 있었다

봄날을 어루만지며 피는 작은 꽃나무처럼

그런 날들은 내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한 깊이만큼

사랑의 날들이 오래 머물러주지는 않는 거다

 

다만 사랑 아닌 것으로

사랑을 견디고자 했던 날들이 아프고

 

그런 상처들로 모든 추억이 무거워진다

 

그러므로 이제

잊기로 한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는 사람처럼

눈을 뜨고 먼 길을 바라보는

가을 새처럼

 

한꺼번에

한꺼번에 잊기로 한다


                                -문학과 지성사, '어떠게든 이별'


다 좋은데

꼭 눈물로 

술자리를 마무리하는 

선배 형같아서


요번 송년회에도 불러 말어 

고심하는 같은 무게로

시집을 들었다 놓았다 

끝내 외면 못하고..

하아..하였다


옛 애인 이야기만은 부디 말아요

형의 청춘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이 절창이었듯


형의 중년은 

강릉 차밭 지나다 무위사를 만나고, 

추억의 배후의 고단함과

봄의 눈에 젖고

혼자 서서 충만한 겨울나무들로

무럭무럭 근육을 키울 터이니


그러니, 

이젠 헤어진 지 너무 오래된 

그래서 다시 탄생된 숱한 여인들을 방생해요


한꺼번에

한꺼번에 말이유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은 딴게이 cromcrom님 사진을 업어 옴

*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쑥언늬 류근 시인 전혀 모름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8.12.28 12:40 PM

    그렇게 방생당했다가 광어 한 마리로 돌아온 여인을 알고 있소^^

    한 해 쑥언니의 시와 사설에 행복했다오

    내년에도 쭈~~욱^^

  • 쑥과마눌
    '18.12.29 1:06 AM

    방생당한 광어는 광어중 으뜸이요

    고고님의 글에 나도 행복하였소

    부디 계속하시오

  • 2. 진실
    '18.12.29 2:12 PM

    꿈보다 해몽이라고
    쑥언니의 사설이
    시에 감칠맛이 더해져서 ...^^~~~
    2019넌엔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 쑥과마눌
    '18.12.30 2:27 AM

    꿈보다 해몽은 확실히 좋은데,
    제 사설은 전적으로 좋은 시에 기생하는 것이므로..
    묻어 가는 맛에 그리 보일 뿐입니다.

    새해에 진실님도 건강하시길..

  • 3. 물따라
    '18.12.29 3:35 PM

    시마이~~ㅎㅎ
    시도 좋고, 쑥언니 사설이 더! 좋고!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부탁드립니다~~

  • 쑥과마눌
    '18.12.30 2:29 AM

    사설은 본디 무임승차
    사설에 쓰인 시적 표현: 강릉차밭, 추억의 배후의 고단함, 봄눈, 혼자 서서 충만한 나무 등등은
    류근시인의 다른 시에서 나온 표현임을 적시합니다.

    다른 시들도 좋더라고요.
    나중에 또 올릴께요
    감사~

  • 4. 들꽃
    '18.12.30 1:14 PM

    아픈 기억들 모두 다 잊고
    솜털마냥 보송보송한 마음으로 또 새롭게 홧팅~!
    저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해요^^
    쑥과 마눌님
    올 한해 수고 많으셨고요.
    새해에도 82에서 자주 뵈어요.

  • 쑥과마눌
    '18.12.30 1:55 PM

    들꽃님 글 감사했어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셔요

  • 5. Harmony
    '19.1.1 12:05 PM

    엉엉엉~!
    글 날라가는 것도 전염되나봐요.
    키톡에 이어
    여기 답글도 다 적고 오른쪽 댓글쓰기 눌렀더니...............................

    O~ M~ G~ 글이 다 날라 가 버렸답니다.
    그때 마침 와이파이가 날아가 버려서 인터넷이 꺼져버린거에요.
    한참동안 컴 공유기 점검해보니

    남편이 새해첫날 청소해준다고 청소기들고 난리 피우더니만
    청소기로
    공유기를 쳐서 떨어뜨렸고 그때 인터넷이 다 나가버렸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ㅜㅜ
    한참 시도하여도 안되더니

    혹시나 해서
    다른 공유기 연결하고 다시 제 공유기 연결-
    2개의 공유기를 연결하고 나서야
    인터넷이
    컴에 연결되네요.
    컴에 문외한이라 왜 이리된건지 아직도 모르겠네요. 여태 십수년 하나의 공유기로 살았는데
    ...
    하여튼
    수많은 좋은 시들과
    사진들과
    쑥님의 사설로 행복했던 한해를 기억합니다.
    새해에도 계속 이 행복한 일들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면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쑥과마눌
    '19.1.1 1:10 PM

    하아..그 모든 날라가버린 것들에 안녕을..ㅠㅠ
    다만 남은 것들엔 쓰담쓰담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2847 차 안에서 보는 시네마 1 도도/道導 2024.11.24 115 0
22846 아기손 만큼이나 예쁜 2 도도/道導 2024.11.23 322 0
22845 3천원으로 찜기뚜껑이요! 7 오마이캐빈 2024.11.23 1,053 0
22844 대상 무말랭이 8 메이그린 2024.11.21 856 0
22843 금방석 은방석 흙방석 보시고 가실게요 5 토토즐 2024.11.21 917 0
22842 보이는 것은 희망이 아니다 2 도도/道導 2024.11.21 266 0
22841 시장옷 ㅡ마넌 27 호후 2024.11.20 8,008 0
22840 섬이 열리면 2 도도/道導 2024.11.19 499 0
22839 ..... 3 꽃놀이만땅 2024.11.18 1,303 0
22838 머그컵요 4 july 2024.11.18 907 0
22837 민들레 국수와 톡 내용입니다 김장 관련 2 유지니맘 2024.11.17 901 4
22836 사람이 참 대단합니다. 4 도도/道導 2024.11.16 661 0
22835 11월 꽃자랑해요 2 마음 2024.11.16 560 0
22834 목걸이좀 봐주세요.. ㅜㅜ 1 olive。 2024.11.15 1,064 0
22833 은행 자산이 이정도는 6 도도/道導 2024.11.14 1,064 0
22832 특검 거부한 자가 범인이다 2 아이루77 2024.11.14 269 2
22831 새로산 바지주머니에 이런게 들어있는데 뭘까요? 4 스폰지밥 2024.11.13 3,176 0
22830 최종 단계 활성화: EBS 경보! 군대가 대량 체포, 전 세계 .. 허연시인 2024.11.13 318 0
22829 비관은 없다 2 도도/道導 2024.11.13 329 0
22828 현미 벌레 의심 사진 거기 2024.11.13 731 0
22827 레슬레 압력솥 라몬 2024.11.12 348 0
22826 확인된 새로운 인텔 - JulianAssange 허연시인 2024.11.12 257 0
22825 이 브랜드 뭘까요 에코백 2 쏘럭키 2024.11.12 1,191 0
22824 돌아서면 쌓이는 것 2 도도/道導 2024.11.11 417 0
22823 어떤 동행 2 도도/道導 2024.11.10 467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