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취불귀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해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안을 수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몸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기억만 없다
-『혼자가는 먼 집』(문학과 지성사,1992)
오래된 벚꽃나무가
가을에도 이리 이뿔 줄이야
미인불패..라더니
봄에는 꽃으로
혹은, 봄 그늘로
혹은, 봄 그늘 아래 술자리로
마음 와그르르 무너지기 딱 좋은 생김새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이 없다니..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이 없다니..
시인 또한 불패
사랑으로
사랑의 봄으로
혹은, 사랑의 봄 그늘로도
혹은, 사랑의 봄 그늘아래 이별로도
마음 와르르 무너지는 가을햇살 아래
어느 시인의 49제의 시로도
딱 좋은 고백이다
*허수경시인의 49제가 요근방이었습니다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출처] 허수경시인 49제(먼 길 떠난 당신) (::문학동네::) | 작성자 suck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