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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장날

| 조회수 : 1,461 | 추천수 : 1
작성일 : 2018-09-10 06:48:39
정읍 장날 
 
                                                         - 고광헌

아버지, 읍내 나오시면 하굣길 늦은 오후 덕순루 데려가
당신은 보통, 아들은 곱빼기 짜장면 함께 먹습니다 짜장면
먹은 뒤   나란히 오후 6시 7분 출발하는 전북여객 시외버스
타고 집에 옵니다
 
 배부른 중학생, 고개 쑥 빼고 검은 학생모자 꾹 눌러써봅니다
 
 어머니, 읍내 나오시면 시장통 국숫집 데려가 나는 먹었다며
아들 국수 곱빼기 시켜줍니다 국수 먹인 뒤 어머니, 아들에게
전북여객 타고 가라며 정거장으로 밀어냅니다 당신은   걸어가겠답니다  
 
 심술난 중학생, 돌멩이 툭툭 차며 어머니 뒤따라 집에 옵니다

                                                     
                                                - 창비시선, '시간은 무겁다' 중에서




젊디 젊은 부부의 장녀였던 나는
너희를 키울...라는 말이, 
..때..에 닿기도 전에 
늘 오금을 박았다

날로 먹은 육아로 
함부로 명함 날리지 마시라고.

정정하여
철도 아직 없고
아픈 데도 없는 아빠가
내 오금셔틀의 수취인

근디, 
이 시를 읽고
코 끝이 시큰한 걸 보니
어리디 어린 청춘에 
덜컥 부모된 우리 아빠가
저만큼은 덜 먹고,
저만큼을 날 준 게   맞다

허 할까 한다
너희들 키울..이라는 말이,
..때..에 닿는 것을..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obles
    '18.9.11 11:24 AM

    좋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쑥과 마눌님도 좋은 시 많이 써 주세요.

  • 쑥과마눌
    '18.9.11 11:18 PM

    사진 밑에 붙이는 글이 사족같이 느껴져서 뺄까말까 고민하던 중이였습니다
    시..까지는 아니고, 고수의 추임새정도로 전달되길 바람니다
    기운이 나는 말, 감사드립니다

  • 2. whitecat
    '18.9.12 3:10 AM

    등단 시도하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이런 말, 섣부른 참견 같아서 잘 안 하는데요)

    어머니 말대로 혼자 버스 탈 수도 없고
    걸어가자니 심통이 단단히 난, 볼이 부은 중학생이 눈에 선하네요.
    걷다 보면 국수 같은 건 금방 꺼질 텐데.
    ...그나마도 안 드신 엄마는 또 속이 허하실 테죠.

  • 쑥과마눌
    '18.9.12 1:15 PM

    감사합니다 ^^

    몇 줄 안되는 글에
    한 가족의 서사가 다 담겨 있는데
    그 가족의 이야기만이 아닌
    대부분 공감하는 우리 세대 부모님 이야기죠
    그 부모 나이가 된 자식들 마음 짠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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