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 빈 집의 약속- 중에서
by 문태준
절 이름이 개심사
방 이름으로는 심검당
의자왕때 지어진 절이라는데
수천년을 지나 여직 시퍼렇게 서산에서 남아 있다고 한다.
그 때도 , 이름짓는 학원이 있었는지
과히, 시인의 감흥을 불러 일으킬만.
그 중에서도 볕이 내리는 고운 마루
나 대신 가서 많이 들들 쬐고 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