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참사 - 719일째 >
늘 고맙고, 한없이 미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다섯가지 소책자와 세가지 엽서, 수십가지 현수막을 만들어주신 분들입니다.
가족들이 원하는 내용을 말씀하시면 우리는 자료를 모으고 디자인 선생님들이 밤을 새우면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단 한푼의 사례도 없이 오직 뭐라도 돕고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해주시는 분들이라서 가족들의 절규가 담긴 자료를 정리하면서 같이 울고 분노하십니다. 일의 특성상 휴일, 새벽 가리지않고 일하시죠.
일요일 오후, 지금 이시간에도 보일쌤은 그림을 그려주시고 신정쌤은 현수막 디자인 중이세요. 저는 인어공주병 걸린 핑계로 누워서 업무지시(?) 중^^
아래는 신정쌤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여기 올린 거 알면 혼날텐데...
저희 마음이 이렇습니다.
은경, 신정, 수영 세 분 고맙습니다
그림을 그려주시는 신주욱작가님, 김보일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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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웃는다 -
그녀, 은화엄마 이금희씨가
처음 내게 오던 날
새끼를 잃은 어미의 슬픔과 분노로 왔다.
화내다가 울다가 웃다가...
정신이 반쯤 나간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면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아직도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이 우리 아이 잊어버릴까봐 무섭다며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홍보물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시작한 홍보물 작업은
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해가 바뀌었는데도 끝나지 않았다.
낮에는 밥벌이하고
밤에는 세월호 홍보지 만들면
나도 디다.
몸도 디고, 마음도 디고...
그 많은 사연들 들여다 보고 있으면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와
일이 너무 고통스럽다.
그런데
그녀가 웃는다.
팽목항에 광화문에 현수막 걸어놓고
뿌듯해하며 아이처럼 웃는단다.
알록달록 고운 색으로 디자인한
홍보지 받아들고 예쁘다고 웃는단다.
그녀가 웃자
모두 웃는다.
제작비 앵벌이 하느라 당신도 힘겨울텐데
나 힘들 때마다 어찌 알고 바람처럼 나타나서
빵 사 먹이고 토닥여주시는 최 선생님,
그녀가 웃는다.
나와 똑같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밤샘하는 디자이너 배 양,
그녀도 웃고.
매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인쇄노동자 변모 아줌마는
그저 시간만 넉넉하게 제작 파일 주기만 해도
아이구 시간 맞출 수 있겠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녀가 웃고
그녀들이 웃고
나도 웃는다.
세월호가 건져 올려 질 날만 기다리는
다섯 명의 그녀들이
길고 슬픈 세월을
서로 기대고 웃으며 견디고 있다.
은화야.
배와 함께 올라오렴.
배 속에 작은 뼛조각이라도 하나 남겨놔서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껍데기 같은 삶을 견디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웃었던 엄마가
숨겨놨던 슬픔을 고스란히 꺼내놓고
너를 안고 펑펑 울수 있게
은화야 어서 오렴.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