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아람누리에는 발길이 잘 가지 않습니다.
아마 금요일 통째로 하루 쉬는 날, 서울 나들이를 하기 때문에 다른 날에는 시간여유가 없어서가 첫 째 이유이겠지만
다른 한가지로는 눈길을 확 끄는 전시가 자주 없어서도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목요일 아침 지혜나무님이 아침에 지혜랑 이 전시 보러가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전에
금요일 오전으로 전시회 약속을 잡아놓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금요일에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금요일 아침
강의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요? 다녀와서 전시가 어떤지 말해달라고 하니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최숙자씨도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 싶다고 해서 금요일 오전에 11시경에 그 곳에서 전시를 보기로 했으니 가능하면 맞추어서
보자고 했지요.
함께 전시를 보기로 한 사람이 영미씨, 그녀가 독일어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라서 의행이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어린 아이가 확고하게 독일로 공부하러 가고 싶다는 소원을 마음에 두고, 스스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한 드문 경우라서 가능하면
그 곳에 대해서 잘 알거나, 그 언어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정한 약속인데
우리가 들어가보니 이미 의행이네 가족이 전시를 보고 있더라고요.
이슬람문화에 접한 후에 영향을 받았다는 영국인 오웬 존스, 그가 세계 문양의 역사를 썼다는 것, 그 책의 번역이 다빈치 출판사에서
나온 것,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게 된 알함브라 궁전에 관한 것, 이런 여러가지 것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게
전시장을 꾸민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다시 한 번 혼자서 이 공간에 와서 이슬람에 관한 책 한 권 읽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오래 전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에 갔던 일, 알함브라 궁전에 갔던 일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슬람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느끼던
감정, 과연 나는 이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 스페인에서 만난 이슬람 문화중 건축에 대해서 그리고 문양에
대해서 묘하게 끌렸던 일, 타일의 문양을 책으로 낸 것을 발견하고 값이 비싸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결국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싶어서
구해왔던 일, 가끔 책을 뒤적이면서 이런 문양을 그대로 베끼는 것에서 시작해 그림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고민하던
시간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이 곳 역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다른 블로그의 사진을 대신 이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과 동행하는 경우라면 영국, 스페인, 이집트, 그리고 프랑스에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미리 알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모른다고 해도 일단 와서 경험을 하고 나면 다른 눈으로 역사책을 보게 되는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온 한 남학생이 생각납니다. 손자와 함께 전시회에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니 참 멋지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상당히 정성들인 향료를 보면서 드는 생각 한 자락, 저렇게 정교한 솜씨를 지닌 사람들이 과연 자신의 평생 집에서 쓰는 경우가 있었을까?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누리지 못하고 살았을 옛 사람들, 특히 장인의 솜씨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이 과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겠지요?